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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류를 시민의 품으로"…철책선 제거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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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류를 시민의 품으로"…철책선 제거요구

생태공원·어업활성화 등 요구…군 "군사 요충지"

서울을 빠져나와 자유로를 따라 일산 방향으로 가는 길은 살풍경하기 짝이 없다. 서울이건 일산이건 모두 대도시로서 시민들의 알캉달캉하고 변화무쌍한 삶이 펼쳐지는 곳이건만 거기서 바로 한발짝 벗어난 한강변은 긴 철책선을 내두른 회색지대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 한강 건너편 김포 쪽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강 양안에 모두 철책선을 두른 한강 하류의 구간은 모두 10km 이상에 이른다. 이렇게 사람의 발걸음을 거부하다 보니 한강 자체가 시민들에게 살갑게 느껴질 리 없고, 철책선 안쪽의 수운(水運)도 당연히 금지되다 보니 '민족의 젖줄' 운운하는 구호도 피부에 와 닿을 리가 없다.

이렇게 해서 한강은 한국전쟁 직후 군사분계선과 겹치면서 바다로 나아가는 입구가 봉쇄된 데 이어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간첩의 침투를 막는다며 이렇게 야금야금 늘어나기 시작한 철책으로 인해 아예 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무뚝뚝한 존재로 화석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강 하류 철책선 제거해야"**

이 한강 하류의 철책선을 제거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철책선 제거는 이미 김포 지역 등의 지역 현안 사업이 된 지 오래다. 6일에는 김포, 고양, 파주시 및 인천시 강화군 등 4개 시.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지역협의회'가 국회의장, 국방장관, 국회 국방위원장, 관련지역구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에게 한강 하류의 철책선 제거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현재의 남북관계와 정보수집의 과학화 등을 고려할 때 일부 지역에 대한 철책선 제거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도〉

이들이 제거를 요구하는 철책선 구간은 행주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12km 구간과 강화군 교동도 일대 해안 철책선으로, 행주대교에서 서울 방향으로 위쪽의 철책선은 이미 제거된 상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일산이라는 거대 신도시가 들어섰고, 김포 쪽에도 양촌 신도시 등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강 철책선의 대간첩 침투 저지 등의 군사적 이익보다 철책선으로 인해 주민들이 겪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오래 된 주장인 것이다.

또한 행주대교 위쪽 서울지역 한강 둔치는 이미 한강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주대교 하류 쪽 주민들은 철책선에 가로막혀 한강이 가져다 주는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포 지역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수변 공원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에다가, 한강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보전으로 한강 하류 지역의 어족자원이 풍부해져 어업의 수요까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 하류는 예로부터 훌륭한 어장이었으나,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며 어장 기능을 상실했고, 60~7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수질오염으로 황폐화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엄격한 수질 관리로 한강 하류 일대의 어족자원이 풍부해지고 거대한 철새도래지가 되는 등 최근 강으로서의 기능이 거의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한강 하류는 여전히 접근조차 어려운 대단히 무뚝뚝하고 불편한 존재에 불과했다. 김포지역은 한강 일대와 서해안 인접지역까지 철조망에 갖혀 있고, 북쪽 지역은 변변한 다리 하나 없어 파주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십km를 돌아가야 한다. 한강은 다소 과장을 섞어 '물반 고기반'이 됐다지만 어로를 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군부대에 신고해야 하고, 작업 시간도 제한돼 있어 '그림의 떡'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해당 지역에서는 한강 하류 철책선 제거 및 군사보호구역 해제 등이 해묵은 숙원사업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요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군사보호구역 등의 개발 제한으로 수도권 '프리미엄'을 거의 누리지 못 해 온 이들 지역으로선 충분히 그런 염원을 품을만 해 보인다.

〈사진〉

***군 "한강하류는 군사적으로 중요…장기적 계획 세워야"**

그러나 군사당국은 철책선 제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강은 북한 지역과 바로 접하고 있는 데에다 은밀한 수중 침투가 가능해 철저한 경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철책선 제거를 요구하는 측에서는 CCTV 등을 통해 과학적 경비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CCTV는 감시 장비일 뿐, 침투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철책선을 제거하고 한강 하류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한강변 대침투 작전 및 방어를 위한 작전계획과 군사시설, 화력 재배치 등의 전반적인 군사 전략을 모두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강 하류 지역에 철새들이 찾아들고 주변 상주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생태공원 조성 및 어로 활성화 요구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 환경단체는 "우리나라 주요 강의 하구는 거의 하구둑과 간척으로 황폐화됐고, 한강 하류만이 자의든 타의든 출입통제로 인해 하구 생태계의 보고로 살아 남아 있다"며 "개발계획에 앞서 철저한 생태계 조사를 통한 보전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 하류지역 개발 계획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한강 하류 철책선 제거 문제와 관련, 경기도 및 김포시 등이 군 당국과 협의 중이며, 김포시가 지역구인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한강 하구 철책 제거에 대한 원칙적인 답변을 얻어냈고 현재 구체적인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한강 하류는 제 모습을 유지하면서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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