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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 "바람 불어 저절로 배지 단 이들은…"

"유시민, 독일서 복지 전공…현 정부 4년차 야심찬 기획"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전격 임명함에 따라 당과 청와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당내 갈등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인 노혜경 씨가 5일 노사모 홈페이지에 유시민 의원의 장관 임명과 관련해 글을 올렸다. 노 대표의 글은 현 사태를 바라보는 '친노(親盧)' 그룹의 시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빈곤 문제 다룰 세 부처에 정치인 기용"**

노 대표는 이 글에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으로 리얼리티에 대한 감각을 쌓은 유시민이 독일로 건너가 전공한 것이 복지였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며 "이 사실은 알려져야 하며,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유시민에 대해 거는 기대가 정치적 기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유 의원은 지난 1997년 독일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석사 논문으로 〈국제교역이 성장하는 국민경제의 임금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썼다.

그는 또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도 "노동문제는 이제 빈곤문제가 되어가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이상수 장관이 노동계의 기대를 받는 온화한 조정자란 사실은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균 산자부 장관 내정에 대해서 그는 "지금 산자부 장관에게 맡겨진 당면과제는 산업 업종 간의 격차 해소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며 "정세균 장관은 협상과 조정의 전문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각에서 중요한 지점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직접 다뤄야 할 세 부처의 장관에 정치인, 그것도 재선 이상의 선출직 경험자들이 기용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람에 불려 저절로 배지 달거나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사람들…"**

노 대표는 특히 "선출직이란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면 재벌총수도 한 표, 노숙자도 한 표임을 아는 사람이란 뜻"이라며 " 그러나 바람에 불려 저절로 배지를 달거나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사람들에게 이 거룩한 평등주의에 대한 존중심은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여당에서 유 의원 입각을 반대하는 상당수가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당선된 의원이라는 인식을 드러내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태가 정계개편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친노 집단의 이런 '구별짓기'는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과정과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이 '구심점'이 된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적어도 이들 지지자들은 원하고 있고 절대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노 대표의 글 전문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이번 개각의 의미 하나**

가벼운 소감.

유시민 복지부장관 내정의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중요한 코드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사회안전망의 구축과 완비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으로 리얼리티에 대한 감각을 쌓은 유시민이 독일로 건너가 전공한 것이 복지였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 사실은 알려져야 하며,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유시민에 대해 거는 기대가 정치적 기대가 아니란 사실은 알리고 싶다.

유시민은 아주 오래전,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경구로 조국이라는 영역에 나를 들이밀었다. 슬픔과 노여움의 전문가답게 그는 언제나 부당한 것에 분노한다. 그것이 공동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다른 표현이란 것을 저 경구는 말해주고 있다.

조국의 모든 것을 구성하는 절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차가운 단어 양극화. 복지부 장관 유시민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바로 그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한 순서대로 배에서 밀어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 일이다.

노동부 장관으로 기용된 이상수 의원이 노동전문가란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노동부가 일자리창출과 노동자 재교육을 통한 업종재비치의 책임을 진 부서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변화하고 있는 산업환경 속에 자칫 버려지기 쉬운 사람들에게 일을 통한 복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노동부의 일이란 것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노동문제는 이제 빈곤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럴 때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루지 않는다면, 가난한 노동자들을 복지부의 소관으로 거듭 밀어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상수 장관이 노동계의 기대를 받는 온화한 조정자란 사실은 알리고 싶다.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맡겨진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산업 업종간의 격차 해소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말이 중소기업이지, 삼백만개가 넘는 중소기업 가운데 태반은 영세기업들이다. 정세균 장관이 정책전문가이며 경제통이란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과 상생이 단순한 경제문제만은 아니란 것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정세균 장관이 협상과 조정의 전문가란 것은 알리고 싶은 사실이다.

이 사실들을 관통하는 코드가 무엇일까. 아니, 현재 우리 사회가 봉착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무엇일까. 나날이 늘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는 일용잡급서비스직들, 영세자영업자들, 실업자들, 사양길로 내몰리는 농민들, 어민들, 월 소득 87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는 일가족, 굶어죽는 아이, 개에게 물려죽은 아이, 방학이 두려운 아이들,

열거하기도 겁나는 이 슬픔의 식구들이 우리의 고통이다, 이를 아주 간단히 양극화의 심화라 부르거나 신자유주의의 문제라 부르기는 참 쉽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더불어 잘 사는 법은 없는가로 바꿔 불러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는 자본주의나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윤리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에서 중요한 지점은, 바로 이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직접 다루어야 할 세 부처의 장관에 정치인이 기용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재선 이상의 선출직 경험자들이다.

선출직이란,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면 재벌총수도 한 표 노숙자도 한 표임을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 거룩한 평등주의, 공동체에 속한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에의 존중심을 물론 모든 선출직들이 갖추고 있지는 않다. 바람에 불려 저절로 배지를 달거나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사람들에게 한 표의 권리에 대한 존중심은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이다.

그러나 저 세 사람의 장관에겐 그것이 있다. 대통령은 이 중대한 시기의 각료들에게 바로 이러한 자질을 필요로 했을 것 같다. 양극화 해소라는 금속성 언어의 이면에, 모두가 존엄한 조국의 국민임을 이해하는 진정한 정치가의 미덕, 경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로 이 사태를 바라볼 수 있는 정치가의 안목.

여하튼, 저 세 사람의 장관은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공포를 역전시킬 중차대한 사명을 띠고 행정일선에 나서야 한다. 축하할 일은 아니지만 고마운 일이다. 참여정부 4년차의 야심찬 기획이 성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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