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후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첫 상대 폴란드의 약점이 측면수비의 순발력이 부족한 데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만큼 월드컵에서 상대팀의 전력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네덜란드에 머물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상대 팀의 전력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맞붙는 프랑스, 스위스, 토고의 DVD 자료와 지인들을 통한 정보를 활용해 상대 팀들의 아킬레스 건을 찾고 있는 셈이다.
***佛, 베테랑 트리오의 체력**
프랑스의 세계적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는 최근 "2002년 월드컵과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프랑스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유럽 빅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의 누적된 피로감 때문이었다"는 말을 했다.
이런 문제는 프랑스뿐 아니라 대다수 축구 강호들이 큰 대회에서 겪어야 하는 공통된 애로점. 하지만 소속 팀의 리그 경기에다 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소화했던 선수들이 유달리 많았던 프랑스에는 치명적이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프랑스와 다른 입장이었다. 브라질의 주축 선수인 호나우디뉴, 호나우두, 히바우두는 비교적 덜 '혹사'당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던 호나우디뉴는 소속팀 성적 부진으로 챔피언스리그나 UEFA컵에 출전하지 않았고, 히바우두는 바르셀로나에서 자주 벤치를 지켰다. 호나우두도 부상에서 회복된 뒤라 소속팀에서 무리한 출장을 하지 않았다.
스위스, 토고,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선수들이 유럽 명문팀에서 뛰고 있는 프랑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바로 이같은 주전 선수들의 피로감을 걱정하고 있다.
은퇴를 선언한 뒤 월드컵 예선에서 대표팀에 복귀한 '베테랑 트리오'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33), 클로드 마켈렐르(첼시, 32), 릴리앙 튀랑(유벤투스, 33) 등 30대를 훌쩍 넘긴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는 프랑스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겨내야 할 부분도 주전 선수들의 피로감이다. 비록 한국이 개인기에서는 프랑스에 뒤지지만 강한 압박축구로 프랑스를 몰아붙일 경우 기회가 충분히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프랑스 언론은 사색가 스타일의 레이몽 도메네쉬 감독의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재능있는 프랑스 선수들을 아직 하나의 완벽한 팀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다.
***스위스, 조직력 강하나 수비수 순간 스피드 떨어져**
2008년 오스트리아와 함께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하게 되는 스위스는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돌풍을 준비하고 있는 팀.
스위스는 대형스타는 없지만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다. '프랑스보다 스위스가 더 강하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도 스위스의 조직력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특히 '황금세대'로 불리는 젊은 피들이 대거 대표팀에 가세해 원활한 세대교체를 이뤄 체력이 뛰어나다.
독일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터키에 진 것을 제외하면 최근 17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 갈 정도로 스위스의 상승세는 무섭다.
하지만 스위스의 약점은 수비에 있다. 공중 볼 처리에는 강하지만 스위스 포백 라인의 중앙 수비수 역할을 하고 있는 필리페 센데로스(아스날)등 수비수들의 순간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것. 2004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스위스와 맞대결을 펼쳤던 박주영도 "스위스는 수비 뒷 공간에 약점이 있다. 수비수들의 스피드도 다소 떨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지역 예선에서 7골을 넣은 스위스의 골잡이 알렉산더 프라이(렌느)는 위치 선정이 매우 뛰어난 선수지만 스피드나 파워 면에서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다.
***토고, 부족한 국제 무대 경험…아데바요르에 지나친 의존**
토고를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며 국민 영웅으로 부상한 스티븐 케시 감독은 나이지리아 국가대표팀의 수비수 출신으로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영국의 축구 전문 월간지 〈월드사커〉가 2006년 1월호에서 케시 감독을 '올해의 감독' 7위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
케시 감독은 이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가 우승을 차지할 때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 한국 감독을 도왔던 경력도 갖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던 세네갈의 뒤를 잇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는 케시 감독의 최대 고민은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이다.
케시가 나이지리아 대표팀 선수로 뛸 때 감독을 맡았던 롭 웨스터호프 감독은 "토고는 16강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이 국제 무대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토고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엠마누엘 아데바요르(AS 모나코)를 축으로 하는 공격 라인과는 달리 토고는 수비 조직력은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다. 토고의 전력 분석을 맡고 있는 축구협회의 강영철 기술위원도 "토고는 역습은 위협적이지만 수비 조직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190cm의 장신이지만 스피드와 개인기까지 겸비한 아데바요르가 위협적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아데바요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토고의 문제점이다. 토고가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상대 팀에 특성에 따른 감독의 절묘한 전술 변화 능력은 월드컵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프랑스, 스위스, 토고 등에 대한 철저한 전력 분석을 통해 독일 월드컵에서 어떤 묘수를 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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