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로 낙인 찍혔던 울산 현대를 2005년 K리그 정상에 올려 놓은 이천수가 프로축구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천수는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린 2005년 K리그 시상식에서 총 유효투표 73표 가운데 41표를 얻어 MVP의 영예를 누렸다. 이천수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박주영(FC 서울)은 32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천수의 우승 프리미엄이 박주영 신드롬을 제압한 셈.
이천수도 이날 "내가 포인트에서는 (주영이에게) 안 됐는데 팀이 우승한 게 (MVP 수상에)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K리그로 U턴한 이천수는 후반기부터 활약하며 14경기에서 7골,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천수는 플레이오프부터 팬들에게 자신의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이천수는 성남 일화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어시스트 2개를 성공시키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천수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스페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던 이천수로서는 이날 경기로 그 간의 울분을 깨끗하게 날렸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상종가를 달리던 이천수는 1년 뒤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의 명문팀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지만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고, 결국 약체인 누만시아로 임대됐다. 스페인에서 골대만 6번 맞추는 불운도 이천수의 국내 복귀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정규 시즌 동안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던 박주영은 팀 성적 때문에 MVP에서 밀려나 신인상에 만족해야 했다. 박주영은 정규 시즌에서만 해트트릭 2회를 포함해 12골을 터뜨리는 폭발력을 과시했지만 소속 팀 FC 서울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MVP와 득점왕을 모두 놓쳤다. K 리그의 규정은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합산해 득점왕을 선정하는 것. 이 때문에 박주영은 우승팀 울산 현대의 브라질 축구 용병 마차도(13골)에게 득점왕을 내줬다.
올시즌 K리그 MVP를 놓고 경쟁했던 이천수와 박주영에게는 묘한 인연이 있다. 박주영이 고려대에 입학할 당시 축구부의 조민국 감독은 담당 교수들에게 "박주영은 이천수를 능가하는 선수"라는 아주 간단한 평가서를 제출했다. 조 감독이 이런 평가서를 낸 까닭은 박주영의 고려대 4년 선배인 이천수가 못한다는 게 아니라 그 만큼 박주영이 대성할 선수라는 점을 담당 교수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는 데에 있었다.
이천수는 MVP를 수상한 뒤 "MVP를 놓고 경쟁했던 주영이에게는 약간 미안하다. 주영이에게는 내년도 있고 후년도 있을 것"이라며 박주영을 위로했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을 통해 이천수와 박주영은 독일 월드컵을 향한 담금질에 나선다. 올시즌 K리그 MVP와 신인상을 수상한 두 선수가 치열하게 전개될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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