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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새만금 판결…갈등의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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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새만금 판결…갈등의 불씨 여전

판결의 파장…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

'새만금 사업'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주변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피고측인 농림부 및 전라북도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자신들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자 희색이 만연했고, 환경단체 및 부안군 어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농림부 "환영", 전북공무원 "국책사업을 법원으로 몰고 온 게 잘못"**

○…농림부는 판결 즉시 성명을 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갈등과 논쟁이 종식되고, 환경단체가 새만금 사업추진 과정에 함께 참여해 환경과 국가균형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좋은 사례를 만들게 될 것을 기대한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랑스러운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판 방청을 위해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채 의원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평하며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서해안에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북 덕진이 지역구인 채 의원은 농림부와 전북도 사이에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내부 개발계획'에 대해서는 "원래 계획대로 농지를 조성해 고부가 농업을 하자는 것"이라면서도 "단계적으로 '지식서비스산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최수 환경보건국장도 "국가적인 정책사업이 재판에 온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환경단체 등) 원고들이 무리를 해서 국가시책을 법원으로 몰고 온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환경단체를 비난했다.

○…이날 선고공판에는 이석연 변호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뒤 각종 보수진영 소송의 대리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 변호사는 새만금 사건 재판에도 전북도 대리인으로 막판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1심 재판부가 법률적 판단을 안 했던 것이 문제"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법적 판단'만을 했다"고 칭찬했다.

***"새만금에 농지 만들어 판다고? 누가 사겠냐"**

반면 환경단체 측은 재판부의 일방적인 판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며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는 대법원의 양심과 판단력에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또한 "이번 소송은 환경을 살리고 지역경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를 모색해보자는 것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노력들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고에 앞서 부안지역 어민들이 법원 청사에 '새만금 사업 중단' 등의 현수막을 내걸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곧바로 제지돼 법원 밖으로 강제퇴장 당했다. 어민 중 한 명은 "사업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피해가 심할 줄 몰랐다"며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했던 부안은 이제 옛날얘기"라고 울먹거렸다.

○…부안 지역 어민들에 이어 부안 지역 농민들도 새만금 사업에 대한 불만이 움트고 있다.

부안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38) 씨는 "몇 년 전부터 새만금 방조제로 인한 피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수해가 나도 논의 물이 하루만 지나면 다 빠져 피해가 크지 않았는데, 올해는 물이 빠지는 데 4일이 걸렸다"며 "방조제를 막으면 농가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내해보다 외해의 수위가 더 높은데, 몇 개 안되는 수문으로 홍수를 조절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WTO 농업개방 시대에 '새만금에 농지를 만들겠다'는 농림부의 주장도 지역 농민들로 하여금 코웃음을 치게 하고 있다. 부안 계화지역에서 3만여 평의 벼농사를 짓는 김모(41) 씨는 "그나마 갖고 있는 땅도 평당 3만 원에 산 것이 2만5000원까지 떨어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마당에, 새만금에 농지를 만들어 3만 원에 분양한다는 데 거기 들어갈 농민이 누가 있겠느냐"고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새만금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해 짭짤한 '농외소득'을 올렸던 농민들은 이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어 전체 소득이 줄어 쌀값 폭락과 함께 지역의 불만요소로 자라나고 있다.

***3년 반 걸린 1심, 10개월만에 끝난 항소심**

○…이날 재판이 '속전속결'로 끝난 것도 주목할만하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2001년 소가 제기된 이후 3년6개월만에 1심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 항소심은 10개월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재판기록만 23권에 1만5000여 쪽에 달하고, 환경영향평가서 등 참고자료만 28권에 이르는 등 어마어마한 규모다.

게다가 원래 항소심 재판부는 김능환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있었으나 지난달 4일 울산지법원장으로 발령이 나 구 부장판사가 대신 맡게 됐다. 보통 재판장이 바뀌면 기록 검토에 2개월 여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판결이 다소 빨리 나온 편이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 재판장인 구욱서 부장판사는 "기록의 양이 어마어마했지만, 중복되는 것이 많아 검토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원고측 변호인단과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가 선고를 연기하고 조정 등을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해달라며 재판부에 의견서를 전달했으나, 구 부장판사는 "조정 의견서에 구체적인 조정안이 담겨있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 부장판사는 "선고 결과를 원고와 피고 모두 수용하고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더 바랄 게 없지만, 4년4개월이 지난 만큼 사법적 판단을 내릴 때가 됐다"며 "'신속'의 이념도 신중한 판단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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