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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고통은 위로하고, 국민의 좌절은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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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고통은 위로하고, 국민의 좌절은 외면하나?

〈기자의 눈〉대통령은 정치 할 의사를 갖고 있는지…

청와대는 19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었으나 황우석 서울대 교수 파문과 관련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의가 끝난 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면서 "일단 서울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말 황 교수 사태에 대한 논의가 없었는지, 아니면 있었지만 숨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청와대의 이같은 '침묵'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도에서 정리하자"는 입장 밝힐 땐 진상 규명 됐었나**

노 대통령은 MBC 〈PD수첩〉이 취재윤리를 어겼다는 이유로 공개 사과하면서 황 교수 연구의 진위 논란과 관련된 후속 보도를 포기하자마자 황 교수 사태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가.

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 문제는 이 정도에서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논란의 종결을 지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연구과정에서 황 교수와 연구진이 받았을 여러 고통에 대해 위로를 전한다"며 "정부는 황 교수팀의 연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황 교수 사태는 이날 회의의 안건이 아니었지만 노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별도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청와대브리핑〉에 '줄기세포 언론보도에 대한 여론을 보며'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해 온 노 대통령은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김병준 정책실장, 오명 과학기술부총리 등에 대한 파면 요구가 일고 있는 마당에 왜 아무 말도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노 대통령의 평소의 관심대로라면 이같은 사태 전개에 대해 무엇인가 입장을 밝힘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황 교수 연구팀에 올 한해에만 과학기술예산의 1%가 넘는 265억 원을 몰아주는 등 국고를 낭비한 중요한 실책이 있다. 또 황 교수 논문의 중대한 결함을 사전에 알고도 관계부처나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부와 대통령의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방해했다. 이들의 잘못은 지난 16일 황 교수가 논문 조작을 시인하면서 분명해졌다.

***박기영 보좌관, "오보 바로 잡습니다" 입장 표명?**

이날 청와대 측에서 황 교수 파문과 관련된 입장 표명이 있기는 했다. 2004년 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 중 한 명으로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박기영 보좌관이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또 별도의 보도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박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과학 논문의 생명은 정직성인데 현 상황은 '인위적 실수'가 '조작'으로 판명돼 가고 있다"며 "논문에 대해서는 황 교수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달 초 다른 경로를 통해 복제 줄기세포가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 정도에서 정리하자"는 입장 표명을 할 즈음 박 보좌관은 황 교수 논문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박 보좌관의 업무 처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기막힌 것은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뒤 박 보좌관이 보인 행태다. 박 보좌관은 이날 저녁 청와대 대변인실을 통해 급히 보도자료를 냈다. "단순히 사실관계에 대해 재확인한 발언을 마치 의견 표명인 것으로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박 보좌관은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매우 복잡한 사안으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문점이 명쾌하게 밝혀져 사실관계가 특정되려면 치밀한 조사과정이 필요하다"며 "여러 번 밝혔지만 현재 공식 입장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무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국민들의 '비이성' 탓하던 청와대는 지금 어떤가**

황 교수 사태가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감은 재차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직접 〈PD수첩〉 보도와 관련된 네티즌들의 과열 반응에 우려를 표명했을 만큼 황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황 교수가 논문 조작을 시인하자 국민들은 오히려 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과학계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2005년 논문뿐 아니라 2004년 〈사이언스〉 논문, 복제소 영롱이, 복제개 스너피 등 그간 황 교수팀 연구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 우리 과학계와 사회의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의 '비이성적 태도'를 우려하던 청와대는 지금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나.

참모진들은 모든 책임을 황 교수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그간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게 아니라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언론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뒤늦게 해명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또 "책임지라"는 여론에는 "진상 규명" 운운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대통령도 이런 참모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입 다물고 지켜보고만 있다. 이런 태도는 "대통령이 진상을 정말 몰랐겠냐"는 의혹만 부추길 뿐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면 누군가는 책임있는 당국자가 나서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다짐하고 아울러 책임소재를 엄정하게 가려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은, 정치를 옆에서 두어 달만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 절차다. 물론 그 말에 얼마나 진심과 절절한 반성이 녹아 있느냐는 문제는 그 말을 듣고서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아무튼 절차는 그런 것이다.

***왜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정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주요 참모들의 회의에서도 현재의 상황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 마당에 주무 보좌관이라는 사람은 '황 교수 탓'만 하다가 사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자 자기해명성 보도자료나 돌리고 있다.

현 정권의 담당자들이 원래 이렇게 무책임한 집단이었는지, 아니면 사태가 워낙 충격적이다 보니 판단력을 잃어버려서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묻고 싶다. 여러가지 논란의 와중에도 황우석 교수의 고통에 대해선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 노 대통령이 오늘 이 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일 길 없어 사실상 정서적 공황 상태에 이르른 국민의 좌절과 고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런 사태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 실망의 수준을 넘어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정녕 정치를 할 의사가 있기나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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