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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은 나그네…도청 사실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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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은 나그네…도청 사실 몰랐다"

임동원 "정보와 첩보는 구분해야…도청 근절 못해 죄송"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이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 재임시절 도청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검찰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재판장)의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은 검찰과 두 전 국정원장 간의 진실게임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게 전개됐다. 검찰 측은 김은성 전 국내담당 차장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두 전 원장을 집요하게 추궁했고, 두 전 원장도 나름대로 치밀한 논리를 펼치며 반박했다.

***임동원 "'정보'와 '첩보'는 다르다. 원장은 종합적인 정보만 보고 받아"**

우선 임동원 전 원장은 "일부 합법적인 해외 및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 첩보는 보고 받았으나 불법 감청 지시는 물론 국내 인사의 통화내용 첩보보고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자신의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임 전 원장은 특히 '첩보'와 '정보'의 차이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임 전 원장은 "수많은 단편적인 첩보들이 종합돼 정보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원장은 주로 정보를 받아봤을 뿐 감청 보고서 등 단편적인 첩보를 보고 받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공소장에 적시된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이나 의약분업 사태와 같은 경우 '통신첩보'가 아닌 종합적인 정보보고를 받았고, '정책정보'를 만들어 청와대 등 상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임 전 원장은 "첩보보고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에 의한 정보보고로 알았을 뿐 불법 감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알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 측이 "김은성 전 차장을 비롯해 실무자들이 모두 원장에게 통신첩보를 올렸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재차 추궁하자, 임 전 원장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실무자들이 거짓말을 한다기 보다는 보고하는 통신첩보 내용이 원장에게 가는지 차장에게 가는지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임동원 "국정원장은 나그네. 차장 독립적인 활동"**

임 전 원장은 특히 "국정원은 1차장(대북), 2차장(국내), 3차장(해외)이 각각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합체와 같은 성격"이라고 말하며, 원장 몰래 차장의 지휘하에 도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 전 원장은 또한 "20~30년간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정보맨들에게 국정원장은 잠깐 머물다 가는 '나그네'와 같은 존재"라며 "그들이 원장에게 비밀로 한 것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원장은 다만 "원장에 부임한 뒤 정치활동 개입 금지, 제반 규정 준수, 국정원 거듭나기 운동을 계속 해 왔으나 불법 감청 활동을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임 전 원장은 이밖에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황장엽 씨 등에 대한 불법감청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임 전 원장은 "황장엽 씨는 3차장 소관으로 국정원에서 거처를 마련하고 25명의 직원이 24시간 감시했기 때문에 2차장이 감청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지만원 씨에 대한 도청 혐의에 대해서는 "재임 기간 중 지 씨가 남북정상회담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는데, 당시 권진호 1차장이 '후배이니 만나보겠다'고 하며 권 차장이 지 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임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임 전 원장이 고령(71)임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 검토가 끝나는 주말께 임 전 원장에 대한 보석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신건 "R-2라는 이름 올해 국정원 발표 듣고 알아"**

한편 신건 전 원장도 임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관련된 도청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 전 원장은 "불법 감청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다만 "1998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으로 부임하면서 김영삼 정부 시절 불법감청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원장은 부임 즉시 도청을 근절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대폭적인 국정원 물갈이 인사로 쇄신된 줄 알았다"고 답했다.

특히 2002년 3월 휴대전화 도청 장비 폐기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신 전 원장은 "휴대전화 감청장비 폐기 당시 휴대폰을 유선망을 이용해 감청하는 장비 얘기를 듣긴했지만, 'R-2'라는 이름은 올 8월 5일 국정원이 도청 실태를 발표할 때 알았고, CAS(이동식 휴대전화 감청 장비)라는 이름은 폐기 당시에나 알았다"고 주장했다.

임 전 원장도 CAS의 존재에 대해 "2000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정원 간부식당에서 김은성 차장이 'CAS라는 기계를 개발해서 시험했는데 실패했으니 원장님도 안심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라'고 말해서 알았다"며 "운영 지침을 만들어 사용하라고 내가 지시했다는 김은성 차장의 진술을 이해할 수 없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는 검사만 4명이 출석하고 변호인단도 10여명에 이르렀으며, 108개 방청석은 만석이었다. 변호인단 중에는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상경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눈에 띄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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