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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왜 쉬운 길을 둘러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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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왜 쉬운 길을 둘러가나

[기자의 눈] 서울대 조사위원회 구성 발표를 보고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의 발표를 앞둔 대학본부 4층 대회의실은 한 마디로 전쟁터였다. 국내외 언론사들의 뜨거운 취재 경쟁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한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대 발표의 내용은 정작 이런 뜨거운 관심에 부응하기보다는 사실상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서울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빠른 시일 내에 조사를 시작하고 △조사의 범위·단계·일정 등은 이 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위원회의 활동과 조사 내용은 대외비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조사위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하면서 정작 논란의 핵심인 11개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11개 줄기세포와 이를 위한 원래 공여자의 체세포 간의 DNA 지문분석 비교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자들과의 문답 시간에 이같은 DNA 지문분석의 시기와 방법은 앞으로 구성될 위원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취지의 답을 했을 뿐이다.

논리적으로만 볼 때, 그 시기와 방법이 앞으로 결정될 예정이라면 문제의 DNA 지문분석을 하긴 하겠다는 얘기처럼 들리긴 한다. 그러나 달리 해석하자면 DNA 지문분석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조사위원회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취지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애매한 것이다.

왜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을 일거에 불식시킬 수 있는 정말 '쉬운 길'을 두고 서울대는 '먼 길'을 에둘러 가려는 것일까? 혹은 이제 '공'은 서울대로 넘어왔으니 '관심을 끄고' 결과를 기다리라는 것인가?

***황우석 교수 '요청'에 태도 바뀐 서울대**

물론 계속 미적거리던 서울대가 나서서 검증을 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긴 하나 이렇게 우려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조사위원회를 발족하게 된 계기부터 투명하지 않다. 서울대는 생명과학 관련 소장 교수들이 '기관 차원의 자체 검증'을 요구했을 때도 조사위원회 구성을 주저하다 황우석 교수의 전화 한 통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 눈치를 보다가 마지못해 조사에 응한다는 황 교수의 통보를 받고서야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뜻을 밝힌 서울대가 그다지 미덥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차례나 강조된 조사위원회 활동과 내용에 대한 비공개 원칙은 더욱더 의심을 증폭시킨다. 이번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염두에 두면 어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조사하기 위해서 일정 부분 비공개 원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조사는 이미 황 교수 연구의 각종 '윤리 문제'에 대해서 '동서양의 문화가 다르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면죄부'를 준 전력이 있지 않은가?

서울대가 조사 과정에서 과연 전 국민적 지지를 받은 황 교수의 '기념비적 연구'에 대해 흠집을 낼 수도 있는 정황에 직면했을 때도 계속 조사를 밀고 나갈 수 있을까? 또 그 결과를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을까? 그간 서울대의 처신을 염두에 두면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서울대 조사는 논란 잠재우기 위한 시간끌기용?**

현재로서는 조사위원회의 활동 범위와 일정도 모호하기만 하다. 모든 것을 조사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는 식인데 그렇다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실제로 조사위원회는 우선 논문의 부속서에 실린 'DNA 지문분석' 결과와 사진들을 검토하는 것부터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논란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11개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분석이 후순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확히 얘기하자면 실행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자칫하면 최근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라고 의심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심지어 이런 인식은 기자만의 것이 아닌 듯하다.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서울대 학생 두 사람의 대화를 보자. "근데 서울대가 조사하면 그 결과는 믿을 수 있는 거야." "글쎄…. 결과야 어떻든 간에 일단 잠시 동안은 잠잠해지지 않겠어."

***왜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을 피해 가는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이라도 당장 독립적인 기관에서 11개 줄기세포와 각각의 환자 체세포에 대한 DNA 지문분석을 실시하는 것이다. 2~3일이면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1차적인 검증 결과가 나오는데 왜 황우석 교수와 서울대는 이를 주저하는가?

과학기술부는 12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서울대의 재검증 방침이 연구 지연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맞다. 시간 끌기는 황 교수 연구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기부도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황 교수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당장 DNA 지문분석을 실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둘러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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