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주 대표팀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던 '투잡스' 히딩크 감독이 전술적으로 잘 무장된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을 2005~2006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안착시켰다.
에인트호벤은 7일 홈구장에서 열린 페네르바체(터키) 전에서 필립 코쿠, 헤페르손 파르판의 골로 2 대 0의 승리를 따냈다. 페네르바체 전을 앞두고 샬케 04(독일)에 승점 1점이 뒤져 16강 탈락 위기에 몰렸던 에인트호벤이 극적으로 부활한 셈이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뒤 "페네르바체는 좋은 팀이지만 우리 팀의 수비 조직력 때문에 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우리 팀은 유럽 축구의 중심에서 네덜란드 축구의 장점을 잘 알린 탓에 유럽 내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우리 팀이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4강)을 올해에도 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유럽 명문 클럽에 비해 어려운 조건에서도) 잘 싸운 선수들에게 큰 칭찬을 해주는 것밖에 없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에인트호벤의 16강 진출은 히딩크 감독의 카멜레온 같은 전술 구사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페네르바체의 크리스토프 다음 감독도 "히딩크 감독을 칭찬해 주고 싶다. 에인트호벤이 탄탄한 수비진 구축과 함께 좋은 조직력을 발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히딩크 감독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2005~2006 시즌을 앞두고 에인트호벤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마르크 반 봄멜(바르셀로나), 요한 포겔(AC 밀란), 윌프레드 보우마(아스톤 빌라), 케빈 호플란드(볼프스부르크) 등 지난 시즌 챔피언리그 4강 신화를 일군 선수들이 모두 유럽 빅 리그로 향해 에인트호벤은 선수 난에 봉착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이에 굴하지 않고 빅 리그 팀 선수들에 비해 다소 개인기량이 뒤떨어지는 에인트호벤 선수들의 조직력을 배가시켜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선수들이 팀에 적응할 때가 되면 유럽 빅 리그로 이적하는 일이 반복돼 힘든 상황이다"라며 '스몰 마켓 팀' 감독으로서의 애환을 솔직하게 말했던 히딩크가 이를 다시 극복한 셈이다.
유럽 언론들은 에인트호벤이 수비 위주의 축구를 한다는 지적을 많이 했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 클럽 AC 밀란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지금까지 나는 9(수비수)-1(미드필더)-0(공격수) 포메이션을 본 적이 없다"며 에인트호벤을 비난할 정도였다.
히딩크 감독은 그때마다 이렇게 답했다. "에인트호벤은 유럽 명문 클럽처럼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돼 있지 않다. 내가 선수들에게 주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전술적 훈련뿐이고 바로 이게 에인트호벤의 성공비결이다."
새로 영입된 스타급 선수들을 어떻게 팀에 융화시킬지 매번 고민해야 하는 유럽 명문 클럽의 감독과는 달리 스타급 선수 자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유럽 중소 클럽 감독의 당당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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