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는 7일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와 아프카니스탄 주둔 의료-공병 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참석한 14명의 의원 중 찬성은 10명, 반대 3명, 기권 1명이었다.
***임종인 박찬석 김홍일 반대, 송영선은 기권**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동의안 표결에선 열린우리당 임종인, 박찬석 의원과 민주당 김홍일 의원이 반대했고,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기권했다. 아프카니스탄 주둔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에는 임종인, 박찬석 의원이 반대했고 나머지 12명의 의원이 찬성했다.
표결에 앞서 최근 이라크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임종인 의원은 보고를 통해 "쿠르드 주둔은 이라크뿐 아니라 이란, 터키, 시리아 등과 갈등의 씨앗을 심는 것이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자이툰 부대원들이 현지주민들을 친절히 대하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고 현지 반응도 좋았다"고 전제했으나 "아르빌은 전투 행위도 한번 없었던 쿠르드 지역이고 이라크 전체와는 상관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또 "아르빌에서는 국군 부대의 협조를 잘 받았지만 바그다드를 방문하려니 미군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3000명을 파병한 동맹국의 의원이 바그다드를 방문하겠다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군은 모스크를 숙영지로 사용하고 있는 판국"이라며 "우리가 계속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은 깡패가 선량한 사람을 때리는데 망보고 있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미국 국민의 64%가 철군을 주장하고 공화당조차 철군 목소리를 내고 있고 우리 국민들도 절반 이상이 철군을 원하는데 오직 우리나라 국회만 다르다"고 지적했다.
***안영근, "임종인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하자"**
임 의원의 보고가 끝난 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깡패라는 표현은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우리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과 UN 안보리 결의에 따라 파병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임 의원은 "UN안보리는 파병을 결의한 것이 아니라 다국적군의 주둔을 용인한 정도에 불과한 것이고 자주국가의 정부에다 48시간 이내에 떠나지 않으면 침공한다고 밝힌 뒤 바로 침공한 것이 깡패 같은 행위가 아니면 뭐냐"고 응수했다.
이런 설전 끝에 국회 국방위는 개의 30분 만에 자이툰 부대와 아프카니스탄 주둔 공병-의료 부대 파병 연장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처리했다.
일사천리로 연장안은 통과됐지만 임종인 의원과 안영근 의원 간의 '깡패 논란' 2라운드가 이어졌다.
안영근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사적인 자리라면 모르겠는데 국회에서 의원이 미국을 지칭해 깡패라고 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며 "표결을 통해 임종인 의원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 의원은 "나는 깡패라고 한 적이 없고 깡패 같은 행위라고 비유했던 적은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비유도 마음대로 못한다면 나는 국회의원을 팔 필요가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남의 발언에 대해 속기록에서 빼라 마라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행동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순간 험악해진 분위기에 유재건 위원장은 "속기록에서 발언을 삭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안 의원의 문제제기나 임 의원의 답이 다 속기록에 기록됐으니 그만하자"고 제지해 두 의원의 설전은 매듭됐다.
(박스시작)
***"국회가 국회이기를 포기…고무줄 파병 동의안"**
표결 직후 '파병반대국민행동 이라크모니터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국회가 국회이기를 포기했다"고 맹비난했다. 다음은 이 실장과의 일문일답.
프레시안: 파병연장 동의안이 일사천리로 국방위를 통과했다.
이태호 : 앞선 회의에서 표결이 한번 미뤄졌으니, 그것까지 포함하면 2~3시간 정도 토론한 셈인가? 이라크 상황, 명분, 철군문제까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체계적으로 논의를 할 것을 기대했지만 역시 묵살됐다. 세계 3위의 파병국가 국회 치고 너무 태평하다.
프레시안: 자이툰 부대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거의 없었는데….
이태호 : 자이툰 부대가 맡게 된다는 UN 임무에 대한 논의도 없이 어떤 임무라도 수행을 허용하는 '고무줄 파병동의안'이다. 다이만 공군 부대의 경우 쿠웨이트에 간다며 국회 동의도 받지 않고 파병됐는데 이라크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공군 보고에 따르면 이미 2만5000명을 실어 날랐다는데 누구를 수송했단 말인가? 자이툰 부대가 3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다국적군을 수송했다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위헌이다. 국회가 국회이기를 포기하고 있다.
프레시안: 찬반 논의가 이전보다 크게 준 것은 의원들도 파병의 불합리성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태호: 정부나 국회나 현실론을 이야기하면서 파병했으면서 현실 도피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이툰 부대가 겪고 있는 현실적 이야기는 다 피하면서 고작 기업 진출 이야기를 현실론으로 말하고 있다.
프레시안: 쌀 개방 문제, 비정규직 법안 문제 등의 탓도 있겠지만 시민사회의 철군 목소리가 잦아든 것 같다.
이: 이 문제가 다른 나라에선 제일 중심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다르다. 원인에 대해서 종합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정부, 국회, 주요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 파병을 하지 않으면 대단한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막무가내로 파병을 정당화, 신비화 했다. 논쟁이 사라지고 논점을 제기해도 응답이 없다. 철저한 정보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이라크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을 성공적으로 막고 있다고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스스로 발목을 잡는 행동이다. 지금 다른 나라는 모두 이라크에서 발을 뺄 기회를 엿보고 있고 아마 우리 정부도 속으론 그 기회를 재고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의 민주적 여론을 철군이나 외교적 문제에서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 기회를 차버렸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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