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스타군단 울산 현대가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리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제압하고, 9년 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우승 문턱에서 자주 고배를 마셨던 '만년 2인자' 울산으로서는 뜻깊은 우승이었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5 대 1의 대승을 거뒀던 울산은 4일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1 대 2로 패해 1승 1패를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2차전에서 4골 차의 패배를 극복해야 우승을 할 수 있는 인천은 강력한 대인방어로 상대 공격의 핵 마차도와 이천수의 행동반경을 제한시켰다. 전반전 빠른 시간 안에 득점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의 인천은 전반 14분 만에 첫 골을 터뜨렸다. 울산 골키퍼 김지혁이 제대로 던지지 못한 공을 페널티 지역에서 잡은 라돈치지는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뽑아냈다.
내심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바라던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좋아!"라고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4분 뒤 경기 흐름은 울산 쪽으로 넘어갔다.
울산은 전반 18분 이천수가 절묘한 백헤딩으로 밀어준 볼을 최성국이 잡아 360도 회전한 뒤 오른발 터닝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인천 선수들은 최성국이 헤딩으로 공을 잡을 때 핸들링을 범했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J리그 가시와에 임대돼 활약하다 올 시즌 중반 울산으로 돌아온 최성국이 가장 중요한 순간 K리그 복귀 첫 골을 뽑아낸 셈이다. 이천수는 이 어시스트로 역대 최단경기 20-20 클럽(20득점, 20어시스트)에 가입했다.
인천은 전반 26분 라돈치치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받은 공을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2 대 1로 앞섰지만 그 뒤 육탄 방어를 앞세워 '지키는 축구'를 구사한 울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울산 우승의 원동력은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활약에 있었다. 울산은 아드보카트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김정우, 이호가 공, 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줬고 늦깎이 대표선수인 유경렬도 튼실한 수비라인의 축을 이뤘다.
시즌 중반 들어와 공격 선봉에 섰던 이천수, 최성국의 개인기와 활기찬 측면 돌파도 상대 수비진을 궁지에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특히 스페인에서의 실패를 딛고 새롭게 태어난 이천수는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울산의 우승을 진두지휘했다. 이천수는 이날 경기 뒤 상대의 타이트한 대인 방어에 대해 "예전 같으면 싸움도 하고 욕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에 다녀온 뒤 큰 것을 위해선 인내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다 특급 골잡이 마차도의 '골 폭풍'은 울산의 우승에 '화룡점정'을 한 셈. 브라질 국가대표(1997~98)로 뛰기도 했던 마차도는 지난 7월에야 뒤늦게 데뷔전을 치렀지만 13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반면 인천은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구단 재정과 선수단 구성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K리그에서 '시민구단'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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