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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결자해지인가, 노무현의 돌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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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결자해지인가, 노무현의 돌파인가

'탈DJ' 둘러싼 민주당의 막판 힘겨루기

충돌이냐 봉합이냐.
6.13선거 참패 이후 권력비리 청산문제에 대한 신경전을 벌여온 민주당이 갈림길에 섰다. 쇄신파와 동교동계가 '탈DJ' 방안을 두고 정면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신기남 최고위원과 김옥두 의원이 각기 선봉에 섰다.

민주당은 27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치부패근절대책위(위원장 신기남 최고위원)로부터 대책위 입장을 보고받고 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려 했으나 지도부 전방부대 격려방문 일정을 감안, 28일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열어 논의키로 했다.

지도부 전방부대 격려방문이 명분으로 제시됐지만 정면대치 양상을 보이는 당을 추스르기 위한 물밑대화용 시간벌기가 목적이란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후보가 '결단'을 시사하고 나섰다. '6.29선언'에 버금가는 '특단의 조치'가 될 것이란 예측이 무성하다.

쇄신파와 동교동계의 정면대치, 노 후보의 결단 예고. 27일 민주당의 하루가 수상쩍다.

***쇄신파 '탈DJ' 요구에 동교동계 정면 반발**

당내 쇄신파가 주축이 된 당 정치부패근절대책위는 27일 위원장인 신기남 최고위원을 통해 당 지도부에 '탈DJ' 및 당쇄신 방안을 공론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포함된 내용은 김홍일 의원 탈당 권유,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서진에 대한 책임 추궁, 아태재단 해산 및 사회환원, 김방림 의원 등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의원들의 보호를 위한 '방탄국회' 거부 등 4개항이다.

또 대통령 아들비리 등 권력비리와 관련해 ▲한시적 상설특검제 ▲인사청문회 범위 확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등 제도개선책도 건의했다.

이밖에 공식요구사항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DJ의 내치 중단, 중립내각 구성 등도 거론된다. 한마디로 쇄신파의 구상은 대선에 걸림돌이 될 뿐인 DJ와 완전 절연하자는 것이며, 더 나아가 DJ는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나서지 말라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제 인사청문회 비리수사처 등 제도개선책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당 지도부로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가 금방 흘러 나왔다. 핵심은 김홍일 박지원 아태재단, 그리고 내치 중단 등으로 상징되는 '탈DJ' 방안이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옥두 의원은 '민주당에서 어떻게 대통령의 내치문제까지 거론할 수 있느냐'며 '신기남 의원의 행동은 당을 분열시켜 한나라당을 기쁘게 만들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향후 당에 분열과 혼란이 올 경우 신 의원이 모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평 의원은 '진정한 차별화는 3김식 정치와 단절하고, 측근정치나 친인척 비리를 근절하자는 것'이라며 'DJ의 공과를 냉정하게 가려서 3김식 정치와 단절하는 방안을 찾아나가야지, 경제위기에서 나라를 살린 DJ를 무조건 매도하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친다'고 말했다.

27일 아침 최고위원회의가 연기된 속사정이다.

***노 후보, 고강도 결단 예고**

한편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이르면 월드컵이 끝나는 내달 초 기자회견을 갖고 부패청산과 관련해 상설특검제를 포함한 제도개선책을 밝히면서 'DJ와의 절연' 등과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후보는 26일 시민단체 주최 간담회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확인해 보고 여기에 대한 판단과 의견을 모아서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부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런 결단이 서지 않는다면 차라리 후보를 그만두는 게 낫다"는 말까지 했다. 대선을 치르려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대통령 아들 비리 등) 현안에 대해 민주당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정치적, 도덕적 책임에 대해 얘기해야 하며 정치적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7일 노 후보의 한 측근은 '지금 (당에서 거론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면서 '응급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 특단의 대책이 강구될 것임을 시사했다. 노 후보의 결단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정가에선 특단의 대책이 무엇이 될 것인지 예측이 난무한다. "동교동계와의 분당까지를 염두에 두고 DJ를 정면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설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청와대를 향한 마지막 압박**

이처럼 민주당은 지금 중대한 고빗길을 넘고 있다. 97년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김영삼 대통령 인형 화형식을 가졌던 정도로 분명한 선긋기를 시도하느냐, 아니면 특검제 청문회 비리수사처 등의 미래지향적 제도개선책 정도로 봉합하고 가느냐의 갈림길이다.

28일 최고위원회의가 쇄신파와 동교동계 사이 힘겨루기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 논의 결과에 따라 노 후보가 내놓을 '결단'의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민주당내 논의과정은 결국 청와대를 향한 마지막 압박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당내 갈등양상이 정면충돌로 치닫느냐 아니면 봉합될 수 있느냐의 열쇠는 청와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일 의원 탈당, 박지원 실장 사퇴, 아태재단 해체, 더 나아가 DJ의 내치 중단이나 내각 개편 등은 청와대가 결정할 사안이다. 청와대가 이 문제들을 먼저 풀어주면 당은 그나마 봉합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결의지가 없다면 결국 공은 노 후보와 쇄신파들에게 되돌아 간다. 분당사태로까지 치달을 각오로 동교동계 아니 DJ와 정면충돌할 것인지, 아니면 노 후보와 쇄신파가 비켜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DJ의 '결자해지'인지, 노무현의 정면돌파인지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참 뜨겁게 진행중인 물밑 힘겨루기,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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