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펼쳐질 독일 월드컵 본선 무대에 4명의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이 출전하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4명의 주인공은 태극호 선장 딕 아드보카트, 오렌지 군단의 감독 마르코 반 바스텐, 호주를 마법에 빠뜨린 후스 히딩크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레오 벤하커 감독이다.
'승부사' 히딩크 감독은 지난 17일 우루과이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해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이끈 벤하커 감독도 같은 날 원정경기에서 바레인을 꺾고 독일행 티켓을 따냈다.
럭비와 크리켓의 나라 호주에서 축구 열풍을 일으킨 히딩크 감독은 이날 승리로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미 1998년, 2002년 각각 네덜란드와 한국을 이끌고 월드컵 4강을 경험한 히딩크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또다시 4강 신화를 이룰 경우 월드컵 사상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솟게 된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3회 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감독은 독일 출신의 헬무트 쇤이 유일하다.
히딩크 감독은 "12월 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 네덜란드와 맞붙고 싶다. FIFA 랭킹 50위의 호주가 2위의 네덜란드와 경기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라고 조국 네덜란드와의 격돌에 의욕을 보였다.
히딩크 감독 만큼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지만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안착시킨 레오 벤하커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아약스의 감독을 역임한 명장이다.
벤하커 감독과 축구 대표팀의 쾌거에 인구 127만 명에 불과한 카리브해의 소국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선수단이 귀국하는 18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했다. 벤하커 감독은 "세계 축구계의 변방인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게 돼 만족스럽다.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에서 강한 압박축구를 선보이며 한국 축구를 2002년 월드컵 당시로 회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월드컵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네덜란드의 반 바스텐 감독도 독일 월드컵을 향해 순항 중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4명의 프랑스 출신 감독들이 관심을 끌었었다. '아트 사커' 프랑스를 이끈 로제 르메르, 일본의 필립 트루시에, 세네갈 돌풍을 창조한 브뤼노 메추, 튀니지의 앙리 미셸이 바로 그들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개막전에서 과거 식민지였던 세네갈에게 패하는 등 부진한 경기를 펼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기세가 오른 세네갈은 8강에 올랐다. 일본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튀니지를 2대0으로 제압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튀니지는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프랑스 출신 4명의 감독들이 모두 예선에서 명암이 엇갈린 셈이다.
4명의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 팬들은 벌써부터 히딩크 호주와 아드보카트호가 월드컵 무대에서 맞붙는 시나리오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2002년 프랑스 출신 감독들이 써내려간 드라마에 이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이 어떤 희비 쌍곡선을 연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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