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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오포 비리' 자진해서 밝혀라"

<기자의 눈> 현 정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를 보는 시각

경기도 광주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와 관련된 비리 의혹의 끝은 어디인가.

박혁규 전 한나라당 의원, 김용규 전 광주시장,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등 야당 인사들에 이어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불거졌다. 감사원이 이 사건에 대한 감사를 벌인 후 경기도에 '인허가 불가' 통보를 했던 건교부 담당국장 등 3명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리고 '불허' 의견을 냈던 담당과장을 한직으로 발령하는 등 인사조치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시중엔 정 전 수석 말고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또 다른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설도 떠돌고 있다.

집권 후 세 번째로 제기되는 권력형 비리인 '오포 비리 의혹'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노무현 정권에 놓인 또 하나의 시험대인 듯 하다. 아니, 어쩌면 '마지막' 시험대일지도 모른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건교부 국장에게 브로커 소개시켜**

'오포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여권 인사는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다. 정우건설이 신청한 아파트 건설사업이 지난 해 5월 '불가'에서 5개월 만에 '가능'으로 뒤바뀐 과정에 그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정 전 수석은 지난 해 6월 정우건설 측 브로커 이 모 씨(53)에게 '아파트 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받았다. 그는 이씨와의 관계에 대해 "경남 거창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만나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수석은 이 민원을 당시 김모 행정관(현 OECD 파견)에게 넘겨줬고, 김모 행정관은 유덕상 당시 건교부 국토정책국장(현 생활교통본부장)을 청와대로 불러 정우건설 측 브로커를 소개시켜 줬다.

유 본부장은 15일 국회에 출석해 "(김모 행정관에게) 승인해주기 어렵다고 대답했더니 (행정관이) '참 곤란하다. 이거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마침 (감사원) 감사를 시작했으니 감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유 본부장은 청와대로 갔다 온 뒤 두 달 만에 정우건설의 땅 용도 변경 신청을 승인해줬다.

여기까지가 현재 드러난 정 전 수석의 개입 정황이다.

***청와대 "청와대 재직자도 없는 상황에서 조사하기 힘들다"**

정 전 수석이 아파트 인허가 문제와 관련된 민원을 들어준 점은 '직권남용'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정 전 수석은 자신의 개입 의혹에 대해 <조선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씨로부터 관련 전화를 받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민원실을 통해 처리하라고 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는 점에서 그를 둘러싼 의혹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청와대는 별다른 해명이 없다. 정 전 수석의 개입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지난 14일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 전 수석이 이런 민원을 접수받아 건교부 담당자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확인을 요청하고 진행한 부분은 있는 것 같다"며 "민정수석실에서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1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관련된 사람 중에 청와대 재직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수사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수 대변인도 "검찰에서 현재 수사 중이지 않냐"며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했다.

하지만 이번 의혹이 "관련자가 현재 청와대 재직 중이 아니다"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는 등의 이유로 청와대가 한발 물러서 있을 일은 아니다.

청와대는 이미 지난 4월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된 국정상황실장의 관련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일도 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유전개발 의혹 사건 역시 검찰 수사 중이었다.

또 정 전 수석이 지난 6월 행담도 개발 사업에 개입했던 것과 비교해 봐도 이번 의혹은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당시 정 전 수석이 개입한 것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남해안 개발사업인 S프로젝트에 호남 출신인 정 전 수석이 신경을 써달라는 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우건설의 오포 아파트 인허가 문제는 정 전 수석이 맡고 있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정부가 시행 중인 사업도 아니다.

이에 앞서 정 전 수석은 지난 8월 행담도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 도로공사와 행담도건설 간의 사업상 갈등을 중재하며 개입한 의혹이 있어 검찰의 수사를 받았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공직을 떠난 사인(私人)으로서 직권남용의 죄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청와대, 유전특검 결과에 만족할 때인가**

검찰 조사 결과 '오포 비리'는 공식적으로 드러난 로비자금만 29억1000만 원에 이르는 대형 비리 사건이다. 또 경기도 부지사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등이 줄줄이 연루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이같은 '진흙탕' 속에 비록 현재는 청와대를 떠났다고 하지만 당시 청와대 실세 중 한 명이던 수석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의 무게를 청와대는 직시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정 전 수석의 개입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5일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등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유전특검'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청와대는 '무사히 끝마친' 특검 결과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며 환호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공룡 머리같이 큰 것처럼 떠들어 대더니 결과는 쥐꼬리만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김만수 대변인의 평가였다.

대개의 의혹이란 부풀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오포 비리'가 지난 번 '유전특검'처럼 '쥐꼬리'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만에 하나 정 전 수석뿐 아니라 또 다른 노 대통령 측근들의 개입 의혹이 '풍문'이 아닌 사실로 드러난다면 현 정권에 미칠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임기 후반기에 국민들의 신뢰를 급속하게 잃은 것도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과 관련된 '3홍 비리' 때문이었다.

이미 '오포 비리'를 둘러싼 의혹의 불똥은 여권으로 옮겨 왔다. 시쳇말로 기든 아니든 청와대는 그 진상을 스스로, 그리고 조속히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이 비리 사건의 불을 끄기 위해 또는 더 큰 불길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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