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3년만의 방한에 '초긴장'

17일 한미정상회담, 18-19일 APEC 정상회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오는 17-19일 방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APEC) 정상회의 참석차 오는 부시 대통령은 이번이 노무현 정부 들어 첫 방한이다. 또 이달 초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열린 제4차 미주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거센 반미.반부시 움직임은 이번 방한에서도 '긴장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미주정상회담 기간 동안 마르델플라타 도심에서는 2만5000여 명이 참여한 '반미·반부시' 시위가 벌어져 64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APEC 반대.부시 반대 국민행동'도 오는 18일 오후 부산 수영강변도로에서 최대 10만 명이 참가하는 범국민대회를 여는 등 곳곳에서 '반APEC.반부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부시, 17일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문화유적 방문**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아시아 4개국 순방 일정 중 하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3일 밤 미국을 떠나 15-16일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17-19일 한국 방문, 20일 중국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21일 몽골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17일 한미정상회담, 18-19일 APEC 정상회의 참석 외에 공식일정은 없다고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가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오전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과 오찬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지난 정상회담은 북핵 6자회담 결렬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고 있었고, 주한미군 재배치, 작전계획 5029 문제 등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현안도 산적해 있는 가운데 열려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지난 5월 회담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담 장소를 APEC이 열리는 부산이 아니라 경주로 잡은 것은 양국 정상간 친밀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 외교라인 관계자의 전언이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과 오찬회동을 마친 뒤 경주의 문화 유적지를 나란히 둘러보는 일정이 잡혀 있다. 이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크로퍼드 목장 회담' 분위기를 내겠다는 게 이번 회담을 준비한 양국 외교 실무자들의 의도라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APEC 개최지인 부산으로 이동해 18일 오후 2시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제1차 정상회의와 공식만찬 및 문화공연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문화공연에는 가수 보아,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등이 출연한다.

부시 대통령은 또 19일 제2차 정상회의, 정상오찬, 정상선언문 발표 등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이날 오후 다음 방문국인 중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의 숙소도 초미의 관심사**

이번 방한에서 부시 대통령이 어디에 묵을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현재 부시 대통령은 해운대의 한 호텔의 91평형 스위트룸에 묵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안을 이유로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호, 부산 연제구의 하야리야 미군 부대 등에 묵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주한 미대사관 측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나 숙소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2월 19일부터 2박3일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함께 경의선을 타고 도라산역을 방문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서울의 미대사관에 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