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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APEC 기간 동안 부산 오지 마세요"

APEC 개막…부산은 차분함 속에 기대와 불만 교차

12일 2005 APEC KOREA가 부산에서 공식 개막됐다. 19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 국내는 물론 환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개막을 하루 앞두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11일, APEC 회원국 정상들의 숙소와 행사장이 밀집한 해운대 일대와 부산 시내 곳곳을 돌아보며 보고, 듣고, 느낀 풍경들을 모아봤다.

***"철통경비"…APEC 공식행사 인원+'아펙반대' 시위인원보다 경찰이 많아**

<사진> APEC 경비

○…"해운대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하죠?" "아…. 저는 다른 데서 파견 나와서 모르겠는데요."

해운대에서 의경에게 길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유인 즉, 2005 APEC을 앞두고 행사장이 밀집한 해운대 지역에는 타 지역에서 파견 나온 전.의경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APEC을 위해 투입된 경찰 등의 경비 인력만 3만7000여 명. APEC 공식행사 참가 인원과 '아펙반대' 시위 인원을 합쳐도 1만 명 안팎이다.

해운대와 행사장인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주변에는 전.의경들이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의 간격으로 서 있다. 경력 15년의 한 경찰관이 귀띔해주기를 "한총련 출범식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전국의 전.의경이 다 모이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해운대의 밤 바다, 주변에는 연인 몇 쌍과 무리지어 다니는 젊은 남녀 세 팀 정도가 있었다. 특히 부산 앞바다를 빛으로 수놓고 있는 광안대교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는 순간, 어디선가 쥐색 운동복 차림의 30대 후반의 건장한 남성이 다가왔다.

"사진 작가세요?", "아니요, 기잡니다. 경찰이신가보죠?"

운동하러 나온 관광객이나 주민처럼 위장했지만, 그의 귀에 걸려 있는 이어폰을 보고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뒤 해운대 일대를 산책하면서 이런 이어폰을 낀 쥐색 운동복 차림의 30대 후반의 건장한 남성을 50m마다 마주쳤다.

<사진> 부산지역 신문

○…부산 지역의 철통 경비 상황은 지역신문의 문구에서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부산 하늘에 임시비행금지구역 설정'. 임시비행금지구역은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설정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화학테러 구조차 지하철 주변 배치'. 국내에 2대밖에 없는 7억3000만 원짜리 미국산 생화학인명 구조차를 이번 APEC을 맞아 부산 소방본부에서 도입했다. 나머지 2대도 부산으로 출동하는 것은 물론.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을 지키던' 경찰특공대 장갑차도 부산으로 출동한다고.

이밖에 미국 CIA 등 정보기관은 물론 미국 SWAT(대테러 특수기동대), 러시아 SVR(대외방첩부) 등 대테러 부대 수백여 명이 이번 APEC에서 자국 정상을 경호하기 위해 입국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스텔스기가 하늘을, 최첨단 잠수함과 UDT(해군 특수부대)가 '바다 속'을 지킨다는 보도가 특히 눈에 띈다.

○…"APEC 기간 부산방문은 참아주시길…"

11일자 <부산일보>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부산시당은 "소속 국회의원들이 부산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중앙당에 요청했다고 한다. APEC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이더라도 부산 지역 공무원들과 경찰에는 의전이나 경호 등의 업무 부담으로 APEC 업무에만 전념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우리당에서는 중앙당 비상집행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하려는 일정을 최근 취소했다고 한다. 부산 지역 관가와 경찰 당국이 APEC을 앞두고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2부제? 막상 닥치니 답답하네예", "해운대 땅 값만 올렸다"**

<사진> 2부제

○…"부산에서 운전하는 사람은 전국 어디서도 운전할 수 있다." 부산은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도시. 게다가 도심의 경우 과거 구불구불한 길이 그대로인 곳이 많아 교통체증을 부추기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에서 마련한 대책이 이번 행사 기간 중 '자가용 2부제.' 택시기사들은 "길이 뻥 뚫리겠다"고 반기는 표정이지만, 자가용 운전자들은 내심 심통이 나고 있다.

12~19일까지 2부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마지막 단풍 정취를 느끼려 차를 몰고 12~13일 1박2일로 놀러갈 계획었다면 포기해야 할 판. 끌고 나가면 2부제에 걸려 다음 날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 외곽지역의 정관신도시나 녹산산업단지 등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카풀'을 짜느라 바쁘다.

게다가 해운대 일대는 일부 도로가 통제된다.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불편을 감수한다"고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에이펙한다고 나한테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는교. 귀찮기만 하지"라는 푸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떡고물 없는 APEC'에 대한 불만은 '2부제에 따른 귀찮음'만은 아니었다.

부산대 앞에서 상점을 하고 있는 50대 여성은 "에이펙인지 아펙인지 한다고 해운대 땅값만 올려놨지 딴 동네는 파이라('안 좋다'의 경상도 사투리) 해운대 가보셨는교. 으리으리한 게 거기가 부산인가 싶데"라고 APEC과 부산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유엔묘지 보이소. 지금 서민들은 허리가 휘는데 340억인가 들여 잔디 다시 깔았다 안 카덥니꺼. 나라가 우짤라고."

사실 이는 APEC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는 경기침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숙박업자는 "노무현 대통령 온다카는데, 아마 '지 왔슴더'라는 말 한 마디 못하고 갈낌더. '누구 때문'인지는 몰라도 부산에 돈이 안 돈지 오래"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관공서가 전부 에이펙에 매달려 있어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다"며 "다들 '에이펙 끝나고 하지'라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도시가 서울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

<사진> 서면 번화가

○…하지만 이번 APEC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산지역 한 중견기업인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에 한국에 도시가 서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나타내며, APEC이 지역기업 브랜드 홍보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또한 한 시민은 "부산시가 그동안 도로나 편의시설 정비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그나마 에이펙 때문에 온천천도 가꾸고 길도 닦고 시민들 휴식 공간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한 편.

젊은 층에서는 APEC이 어떤 기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부산 국제영화제와 같은 '부산의 행사'라기 보다는 '부산에서 치르는 국가행사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면 번화가에서 만난 젊은 연인들은 '아시아 송 페스티벌'에만 관심이 있을 뿐 APEC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 했고, 수영만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부산 사람들 별로 관심 없다. 택시기사나 하니까 외지 사람들 많이 들어오니까 관심 있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APEC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처럼 부산에서 하는 국제행사니까 별 일 없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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