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과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11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6년 월드컵에 대한 청사진 중 하나로 강팀과의 계속적인 평가전을 제시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것은 고무적인 점이다. 또한 경기에 나가 승리하려는 의지가 뛰어나다. 선수들의 장점에다 내가 갖고 있는 전술적 장점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은 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어 "한국은 보다 더 강한 팀과 경기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평가전이 갖는 의미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어리거 이영표(토튼햄)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 이영표는 "2002 월드컵에서 우리가 4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록 체코, 프랑스에게 0대5로 패했지만 유럽의 강호들과 계속 경기를 해 적응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독일에서 열리는 만큼 유럽에서 강호들과 경기를 하는 게 국내 평가전 보다 몇 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는 이어 "지금까지 우리의 월드컵 도전사를 보면 훌륭한 선배들이 많았지만 결국 현지 적응에 실패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차범근, 허정무, 최순호 등 스타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던 1986년 월드컵 멤버들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당시 월드컵 멤버의 일원이었던 조민국 현 고려대 감독과 변병주 현 청구고 감독은 "당시 대표팀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같은 세계적 강호와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 주눅이 많이 들어 있었다. 우리가 가진 실력의 60% 정도 경기장에서 보여줬을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평가전 문제로 대한축구협회와 마찰을 빚었다. 월드컵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세계 최강 프랑스와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위험 부담이 큰 프랑스보다 좀 더 약한 상대를 찾기를 원했지만 히딩크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벨기에, 아일랜드 같은 팀들이 한국을 5대0으로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냐? 한국은 프랑스와 같은 상대와 경기를 하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정상급 팀과 갖는 모든 경기가 다 중요하다. 그게 두렵다면 우리는 짐을 싸 들고 집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결국 한국은 프랑스에게 2대3으로 패했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게 됐고, 월드컵 4강 신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2001년 5월 컨페드컵에서 프랑스에게 0대5로 패했던 점을 보면 이때 프랑스와의 경기는 확연히 달라진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실감케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내년 1~2월까지 약 6주간 미국에서의 전지훈련을 계획 중이며 멕시코, 코스타리카, 덴마크, 크로아티아 등 강팀과의 경기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기점으로 계속될 강팀들과의 대결에서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독일 월드컵 성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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