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으로 구성된 프랑스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소요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발동한 프랑스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민자들이 프랑스 주류에 통합될 수 있는 방법 등을 찾기 위해 발족한 프랑스 사회통합위원회의 회원이자 프랑스 대표팀의 수비수인 릴리앙 튀랑은 10일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정말 중요한 문제는 치안부재가 아니라 실업이다. 하지만 '실업문제 때문에 소요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과달루페에서 태어나 파리 교외 빈민가에 자란 튀랑은 "프랑스 정부는 이번 소요사태에 참가한 사람들은 단순한 폭도로 몰아가고 있다"며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를 비난했다. 튀랑은 또 대부분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 2세인 소요 참가자들을 '인간 쓰레기'로 비하한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을 겨냥해 "나는 인간 쓰레기가 아니다"라고 대응했다.
2주 전 소요사태가 시작된 파리 교외 빈민가에서 자란 티에리 앙리 등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나머지 선수들도 튀랑의 발언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인종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펜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 2차 결선 투표에 오르자 축구스타 로베르 피레스는 "르펜이 당선되면 월드컵을 보이콧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프랑스 축구의 정신적 지주 지네딘 지단도 반(反)르펜 전선에 동참하며 "르펜의 국민전선에 표를 던지는 것은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이민 정책'의 기치를 내세웠던 르펜은 "다인종으로 이뤄진 프랑스 축구 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는 프랑스 국가도 못 부른다"는 공격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프랑스 축구는 전통적으로 이민세대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년대 프랑스 축구를 풍미했던 레이몽 코파와 쥐스 퐁텐느는 각각 폴란드와 모로코 출신 선수. 또한 80년대 프랑스 축구를 세계 정상권으로 이끈 미셸 플라티니도 이탈리아 이민 2세다. 이들의 뒤를 잇는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도 알제리 출신이다.
프랑스 대표팀의 1998년 월드컵 우승,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 우승 등 연이은 낭보에 프랑스 국민들은 환호했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지단, 드사이, 비에이라, 튀랑, 앙리 등 이민 2세들이 프랑스의 우승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이 축구 스타가 아니었다면 명예 대신 의심을 받았을 것이며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유럽 언론들의 프랑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자국 축구의 경기력 강화를 위해 이민 2세들을 적극 기용하는 관용(똘레랑스)을 베풀고 그들의 활약에 기뻐했지만 정작 경기장 밖에선 이민 2세들을 천대하는 프랑스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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