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가 최근 벨기에에서 계속되고 있는 샤를르와 클럽과의 소송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약 이 소송에서 FIFA가 패할 경우 FIFA, 각 대륙 연맹, 각국 축구협회는 선수 차출 등의 문제에서 클럽 팀에게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2의 보스만 법' 탄생은 클럽 축구에겐 혁명**
지난 시즌 모로코는 벨기에 1부리그 팀 샤를르와에 대해 친선경기를 이유로 클럽 소속 선수 아브델마지드 오울머스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샤를르와는 당시 오울머스가 부상 중이었기에 선수보호를 위해 거절했다.
하지만 FIFA는 오울머스가 친선경기에 뛰도록 명령을 했고, 오울머스는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7개월 간 축구를 할 수 없게 됐다. 샤를르와는 클럽 재정의 젖줄인 챔피언스리그의 출전권을 따내지 못해 이에 대한 보상으로 FIFA에 소송을 걸었다.
이 소송은 단순히 벨기에 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축구명문 클럽의 모임인 G14은 샤를르와에 재정적 지원까지 해줬다. 재판 결과에 따라 FIFA가 좌지우지했던 각국 대표선수들의 소집 규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선수들에게 '연봉'을 지불하는 쪽은 클럽이지만 정작 월드컵 등 큰 대회에서 이 선수들을 갖고 경제적으로 큰 재미를 보는 쪽이 FIFA라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G14에겐 이번 사건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FIFA는 공짜로 선수를 쓰지만 정작 선수가 다치면 클럽에 보상 안해"**
유럽 사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샤를르와 사건이 '제2의 보스만 법(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보스만 법도 벨기에에서 촉발됐고 당시 이적의 자유를 부르짖던 축구선수 보스만을 도운 변호사 장 루이 뒤퐁도 샤를르와 편에 서서 힘을 보태고 있어서다.
뒤퐁 변호사는 지난 23일 영국 <가디언> 지의 일요판 신문인 <옵저버>를 통해 "샤를르와 사건은 FIFA가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한 것이다. 이는 EU(유럽연합) 경쟁법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뒤퐁 변호사는 이어 "2006년 독일 월드컵을 통해 15억 파운드(약 2조 8000억 원)의 수입이 발생할 것이다. FIFA는 '공짜'로 월드컵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선수들을 쓰고 있지만 선수가 부상당할 경우 소속 클럽에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몇몇 국가의 축구협회는 대표팀 선수를 차출할 때 소속 클럽에게 사례비를 준다. 차기 월드컵이 펼쳐지는 독일의 경우 협회가 대표 선수의 소속 클럽에게 1명당 6000 유로(약 755만 원)를 지불한다. G14의 토마스 쿠르트 대표는 "우린 모든 선수가 대표팀에 소집될 때 돈을 받기 원하지 않는다. 다만 큰 대회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일부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박지성 맨유행에도 영향 준 '보스만 법'**
1996년부터 효력을 발생한 보스만 법은 '계약 만료된 축구선수는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다른 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세계 축구계의 지각 변동을 야기시켰다. '자유'를 얻은 유명 스타들의 이적은 봇물을 이뤘고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
박지성의 맨유행에도 '보스만 법'은 적지 않은 힘을 발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보스만 법'에 따라 계약 기간이 6개월 이하인 선수를 영입할 경우 원소속 구단에 이적료를 주지 않는다. 박지성은 에인트호벤과 계약기간이 1년 남아 6개월만 지나면 '보스만 법'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박지성의 이적을 이적을 차일피일 미루면 에인트호벤으로서는 이적료를 챙길 수 없어 그의 맨유행을 찬성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FIFA의 월드컵 독점부터 각국 축구협회의 대표선수 차출에까지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제2의 보스만 법'이 탄생할지 세계축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