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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 경호의 핵심은 대신 죽는 것"

양정철 靑비서관, '경호실 24시' 공개

"경호무도의 핵심은, 사실은 죽는 훈련이다. 유사시 몸을 던져 국가원수를 보호하는 대신 자신이 죽는 연습인 셈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대통령 경호원의 일상을 청와대가 비교적 상세히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의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 '시시비비'에 '대통령 경호실 24시'라는 글을 올려 대통령 경호원들의 선발방법, 교육 및 훈련 등 일상생활을 공개했다.

최근 SBS 주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등 대통령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통해 대통령 경호원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일고 있는 데에다가 '김세옥 경호실장 교체설'이 나돌면서 경호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할 상황이라는 점이 감안된 글로 보인다.

오는 11월 18일부터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등 큰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 글이 나온 배경이다. 앞서 청와대는 현 정부 후반기를 맞아 '경호실장 교체설'이 나도는 것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양정철 비서관의 글 전문이다.

***대통령경호실 24시**

조금 야한(?) 퀴즈로 글을 시작할까요. 대한민국의 남자 목욕탕 가운데 완전 '몸짱'들만 모이는 최고로 '물 좋은' 곳은 어디겠습니까? 정답은 청와대 연무관입니다.

연무관이란 대통령경호실 경호원들의 체력단련시설이 모여 있는 청와대 경내의 건물 이름입니다. 이 안에는 사격장, 체력단련장, 무도장, 수영장, 농구장 등의 훈련시설이 있구요, 부대시설로 일반 대중사우나 수준의 목욕탕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곳에 가보면 일반 국민들에게 거의 노출이 안 돼 있는 대통령 경호원들의 '적나라한 몸매'를 볼 수 있습니다. 군살이 전혀 없는 경호원들의 근육질 몸매는,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는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대통령경호실은 정부 출범 초 한번 정도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고 경호시범을 보이곤 합니다. 저도 2003년 6월 그 시범을 본 적이 있는데요, 한 마디로 전율이었습니다. 유사시 순식간에 대통령을 보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범인을 제압하는 실전시연,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사격시범, 가격된 두꺼운 각목을 맨몸으로 막아 부러뜨리는 시범, 차력에 가까운 격파시범은 정말이지 장관이었습니다. 대통령 내외분께서도 박수와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야 호쾌한 볼거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과 극기과정이 있었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오늘은 오직 한 사람, 국가원수를 위해 목숨을 건 대통령경호원과 경호실에 대한 소개를 드릴까 합니다.

대통령경호실은 1963년 창설되었습니다. 경호실 조직과 직제, 경호원들의 신분과 업무, 경호구역, 경호안전 활동에 관한 내용은 모두 대통령경호실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경호실에는 실장 외에 차장이 있고, 그 아래 6개의 실과 처가 있습니다. 기획관리실은 대외업무, 기획, 예산, 교육, 공보 등의 기능을 총괄합니다. 24시간 국내외 상황정보를 담당하는 종합상황실이 따로 있구요, 감사업무를 담당하는 감사관실이 있습니다. 1처는 인사 행정 시설관리를 맡고 있고, 2처가 대통령님 경호와 가족경호, 국빈경호 등을 담당합니다. 3처는 국내외 경호관련 정보수집, 청와대 보안 안전업무, 전직 대통령 경호 등을 담당합니다. 5처는 통신 및 정보화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돼있습니다.

경호실 본연의 임무는 대통령에 대한 안전보장입니다. 그 밖에도 대통령 가족과 전직 대통령 경호, 방한하는 국가원수 및 주요 요인에 대한 경호도 포함됩니다.

현재 대통령경호원은 불과 몇 백명 수준입니다. 외국의 경우 국가 정상의 경호원 숫자가 보통 5000명에서 1만 명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적은 인원입니다. 이렇게 적은 숫자를 갖고 어떻게 대통령 경호를 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것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은 강소(强小)구조, 즉 작지만 강한 정예·전문 경호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외국의 경우 군 또는 경찰기관에서 경호업무를 전담합니다. 우리의 경우 몇 백 명의 정예요원만 가지고 필요에 따라 군이나 경찰 인력을 지원받으면서 효율은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호시스템은 상당히 선진화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사실 미국도 인정할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 경호기법을 배우기 위해 다른 나라 경호기관의 방문과 교육도 많습니다. 근래에도 러시아,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예멘의 경호기관에서 방문을 했습니다.

경호원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경호업무라는 것이 늘 언제 있을지 모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일인 만큼 단 한 순간도 경계의 고삐를 늦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주변에서 경호를 하고 있는 경호원들 시선을 보면 한 군데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변상황을 끊임없이 예의 주시합니다.

기본적으로 경호원들은 술과 담배를 즐기지 않습니다. 체력유지를 위해서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술도 일선 경호에 투입되기 전날은 절대적으로 자제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적 경호와 행사경호에 배치되지 않은 날은 교육과 훈련이 반복됩니다. 교육은 사격, 무도, 체력, 어학 등의 기본훈련은 물론 연간 14개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합니다. 14개 과목은 법학, 행정학, 경호학, 경비학, 대테러술, 범죄심리학 등입니다. 법학, 행정학 등이 왜 필요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법률 실무와 행정 등도 순간대처가 중요한 다양한 경호현장에선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경호업무에 있어서도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해와 설득의 노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군요. 예전처럼 무작정 권위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다가는 문제를 야기하기 십상입니다.

훈련 가운데 별 훈련 다 받는 걸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시각, 청각 훈련도 포함돼 있다네요. 시각훈련은 이를테면, 어떤 장면을 스치듯 짧게 보여주고 이걸 기억으로 재구성토록 하는 것이지요.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찰나에 어떤 현장상황을 스치듯 봐도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캐치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청각훈련은 눈을 감고 여러 소리를 구분하는 과정을 통해 총소리와 풍선 터지는 소리, 기타 유사한 소리를 각각 구분함으로써 위험상황을 청각만으로도 분별하여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겁니다.

일상적인 운동도 몸싸움과 블로킹이 많은 종목, 예를 들면 농구 같은 스포츠를 많이 권장합니다.

흔히 경호원 하면 무관으로 여기지만 실제론 문무를 겸비해야 합니다. 앞서 얘기한 교육과정을 보더라도 문관의 요소가 많음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밖에도 굉장히 다양한 교육을 시행합니다. 주요 외국어는 물론이고 사교술에 가까운 승마, 골프, 국제예절 교육까지 한다고 하니, 문무를 겸비한 한 사람의 경호원을 육성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경호 현장에서 결정적 순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랍니다. 이를테면 외국어만 하더라도 대통령의 외국순방에서 통역 없이 기본적인 대화는 가능해야 1분1초를 다투는 현장에서 원활한 경호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순방외교 현장에선 품격과 위엄을 갖춘 경호가 다른 나라에 대해 일종의 국가권위, 국가품위를 상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경호실 직원들의 외국어 실력은 일반 부처 공무원들의 수준을 상회합니다. 경호실 직원들 가운데는 박사 학위를 소지한 분들도 많습니다.

옛날에는 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이만큼 달라졌습니다. 먼저 지식과 소양을 갖춘 건강한 사람을 뽑아 철인으로 양성시키는 것이지요.

실제로 공채과정을 보면 영어, 일반상식 등의 필기시험과 인성검사, 영어면접 등을 위주로 하되 체력측정과 신체검사를 병행합니다. 합격 후에는 6개월에 걸친 합숙 교육훈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균 50 대 1에서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처음 실시되는 6개월의 지옥훈련은 끔찍하다고 합니다. 공수, 유격, 해상특공, 사격 등의 혹독한 특수훈련을 통과해야 정식 경호원으로 투입된다고 합니다. 대통령경호원으로 선발되었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없다면 결코 이겨내기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 뒤에도 혹독한 경호훈련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데, 이 때문인지 경호원 가운데 배 나온 사람, 안경 쓴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세계 60여개 국 정상이 모인 지난 9월 유엔 순방 때 느낀 겁니다. 저희가 묵은 호텔에도 여러 나라 국가원수가 함께 머물렀습니다. 온통 세계 각국 경호원들 투성이였는데, 몸매나 용모가 대한민국 경호원이 제일 낫더군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보면 가끔 경호원들이 등장합니다. 이 글을 빌어 한 가지 지적을 드리면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극중 경호원의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게 좋겠더군요. 대통령경호원들은 한결같이 짧고 단정하게 깎아 올린 머리에 언제나 빈틈없이 손질한 상태인데, 예외가 없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대통령 경호원으로서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도록 용모를 관리하는 측면도 있지만, 국빈행사 등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깔끔함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경호원들의 또 다른 직업적 속성은 과묵입니다. 평소에도 신분노출이 안 되도록 일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생활에서도 보안을 생활화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모 방송사 보도국장은 경호실에 근무하는 자신의 친구를 얘기하면서 "동창들 식사자리에 와도 목석처럼 앉아 있기만 한다. 뭘 물어도 대답은 잘 안 하고 친구들 얘기를 듣기만 하더라"며 사람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경호실은 경호기법을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정이념에 맞추어 원칙에 충실하며 국민 속에 한발 더 다가서는 부드럽고 친절한 경호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경호를 탈피해 '국민과 함께 하는 선진경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불편이나 위압감을 주지 않는 경호를 하라는 것이 대통령의 주문이십니다. 이 부분은 <프라하의 연인>이 잘 묘사하는 것 같더군요.

청와대 관람객들이 대통령 근무 공간 코앞까지 구경을 하러 오고, 다중이 모인 노출된 공간에서 대통령께서 예정에 없이 친근하게 국민들과 손을 잡는 모습은 국민들에겐 분명 정감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경호실로서는 몇 곱절의 신경과 혁신적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일입니다. 경호실은 한정된 인력으로 힘든 일이긴 하지만 대통령 주문에 맞춰 이를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자상한 대통령은 이런 고충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분입니다. 교통 정체가 미안한 탓에 굳이 헬기를 이용하시는가 하면, 밤새 고생하는 경호원들이 안쓰러워 지방에서의 휴가를 주저하실 정도입니다.

끝으로 경호원들의 숨은 단면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오전 9시, 경호실 각 사무실엔 군가풍 바리턴 톤의 경호원가가 장중하게 울려 퍼집니다. "내 조국 지켜나갈 영광스런 우리들…행동으로 충성하는 대통령 경호실…우리가 하나 되고 굳건한 방패 되어 무궁화 지키는 보람에 산다."(경호원가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경호원들의 다짐'이란 문구를 보면 대통령 경호원들이 얼마나 비장한 각오와 대단한 자부심으로 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원수의 절대 안전을 보장하는 충성스러운 대통령 경호원이다. 하나, 우리는 임무완수를 위하여 신명을 바친다. 둘, 우리는 의롭고 정직하게 행동한다…."

대통령 경호실의 충성심을 한껏 자랑하려고 소개하는 게 아닙니다. 경호실은 가끔 가족들을 초청해 경호실만의 경호무도 시범을 선보입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경호무도의 핵심은 사실은 죽는 훈련입니다. 유사시 몸을 던져 국가원수를 보호하는 대신 자신이 죽는 연습인 셈입니다. 결코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언제 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총을 대신 맞거나, 폭탄을 대신 덮치거나, 칼에 대신 찔리거나 하는 훈련입니다. 제압은 그 다음 일입니다.

군이나 경찰의 특공무술은 상대방을 먼저 제압함으로써 자신을 살리는 훈련이지만, 경호실은 제압 이전에 자기 몸을 날려 국가원수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범을 보는 경호원 가족들은 눈물을 주루룩 흘린다고 합니다.

경호실 간부로 있는 한 선배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통령 경호원들은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일하지만, 아침 출근 때면 '오늘 내가 국가원수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집을 나선다. 매일 아침 목욕을 단정히 하고 머리빗질을 가지런히 하고 속옷을 깨끗이 갈아입고 나오는 것은, 최악의 경우 깨끗한 모습으로 내 시신이 수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여야 국가원수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이들의 충성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이들은 대통령의 이념과 국정철학, 국정운영 스타일을 떠나 자신의 조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 직위' 그 자체를 보호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들의 '국가를 향한 애국심'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조국의 국가원수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걸어놓고 매일 매일을 비장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노력과 희생정신을 이따금씩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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