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친(親)노무현' 성향의 인터넷 신문 데일리서프라이즈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데일리서프라이즈 창간 1주년 기념으로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한미관계 등 외교 문제에 인터뷰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국내 문제에 대해선 조세, 교육 등 비정치적 문제에 대한 질의 응답만 있었다. 노 대통령은 앞서 이 매체의 전신 격인 서프라이즈 창간 1주년에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는 지금 자주국가로 가는 중…동북아 전략구도도 중요"**
노 대통령은 이날 한미관계에 대해 "다짜고짜 국제사회의 상호주의라든지, 외교적 현실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이 자기 목소리로 할 말을 하는 외교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전략적 유연성 측면에서도 한국측 입장이 대부분 관철되어 가고 있고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공론화되고 있다"며 "이런 일련의 변화들은 근본적으로 자주국가의 위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대미외교에서 자칫 거칠게 추진해서 마찰이 생기거나 역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올바르게 가는 중"이라며 "한·미간에도 실속과 실질에 있어서 약간의 긴장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에 대해 부채가 있어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조금만 말을 잘못해도 많이 섭섭해 하는 정서가 있다"며 "이런 정서는 우리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또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두려워 한 나머지 미국의 영향력을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의 역할을 실제보다 크게 생각해 미국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 경향이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 미국에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느냐는 시비가 붙었다"며 "결과적으로 내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미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온건하다는 데에 오히려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금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 가운데 제일 큰 것은 결국 동북아시아의 전략구도"라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느 것이 미국에 이익인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나는 미국의 지도자들을 만나면 북핵문제와 함께 큰 틀에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관한 것을 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엘리트주의 빙자해 교육체제 무너뜨리면 안된다"**
국내 현안과 관련해서는 감세 논쟁과 교육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노 대통령은 감세 논쟁과 관련해 "서구에 비해 GDP 대비 재정규모가 적은 미국이나 일본도 36~37% 수준으로 우리의 27%대를 크게 상회한다"며 "특히 미국은 재정지출 대비 복지비 비율이 58% 수준인데 반해 우리는 23%선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사회복지 재원을 충당하는 차원에서 감세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미국모델이냐 유럽모델이냐를 갖고 논쟁할 것이 아니라 미국만큼만이라도 빨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정책과 관련, 노 대통령은 "전체적인 교육의 기회균등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엘리트를 안 키우겠다는 게 아니라 엘리트주의를 빙자해서 전체적인 교육시스템, 교육체제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인터넷 언론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인터넷언론은 그 자체가 여러 면에서 지식정보화시대의 새로운 기법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몇몇 매체가 미디어시장을 독점해 온 상황을 해소하는 과정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언론시장의 주체이면서도 언론에 접근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스스로 언론시장의 소비자이자 공급자로서 활짝 숨통을 열어줬으며 인터넷매체들의 눈부신 발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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