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삼성의 우승으로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가 상한가를 기록 중이지만 일본에선 이승엽이 뛰고 있는 지바 롯데 마린스의 바비 발렌타인 감독이 '데이터 야구'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일본 야구계는 상대 투수에 따라 매일 선발 라인업과 타순을 바꾸는 벽안의 꾀돌이 감독 발렌타인이 롯데 마린스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팬들도 롯데 마린스가 우승할 경우 11월 10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시리즈'에 이승엽(롯데)이 친정팀 삼성과 맞대결을 할 수 있어 일본시리즈 결과에 관심이 크다.
***日 롯데, 정규시즌서 무려 125가지 타순 사용**
일본 스포츠지 <닛칸스포츠>는 20일 "메츠 시절부터 발렌타인 감독의 오른 팔로 활약한 롯데의 기록 통계 전문가 폴 프포가 일본시리즈에서 상대할 한신의 정규시즌 전 경기에 대한 비디오 분석을 끝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어 "프포는 상대 팀의 전력 분석을 하는 데 100시간 이상 공을 들였다. 같은 속도의 직구에서도 투수에 따라 공의 궤적, 각도가 달라 타자의 스윙도 1구 마다 변하기 마련이다. 기록으로 표현될 수 없는 부분까지 프포는 찾아낸다"며 롯데 '데이터 야구'의 심장부를 공개했다.
프포가 공을 들여 분석한 방대한 양의 자료는 롯데의 투수 교체나 타순 변경 등에 정규시즌 처럼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규시즌에서 롯데는 무려 125가지의 서로 다른 타순을 사용할 정도로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추구했다.
올해 이승엽이 팀내 홈런, 타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부활했지만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래툰 시스템'의 신봉자인 발렌타인 감독이 왼손 투수가 나올 경우 왼손 타자인 이승엽을 많이 기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신이 재팬시리즈 1,2차전에 왼손 투수를 등판시킬 것으로 보여 이승엽의 선발 출장이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발렌타인 감독은 철저한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
발렌타인 감독이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하게 된 원인은 자신의 선수 생활과 깊게 관련돼 있다.
발렌타인 감독은 다재다능했다. 학창시절 여름엔 야구, 가을엔 풋볼(미식축구)을 했고 겨울엔 실내육상 선수로 뛰었다. 이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권유로 배운 댄스 실력은 전미 선수권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1969년 드래프트 1순위로 LA 다저스에 입단한 발렌타인 감독은 야구 선수로서도 다방면에 뛰어났다. 그가 거쳐간 포지션도 내야는 물론 외야수와 지명타자까지 투, 포수를 제외하곤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하지만 정작 야구 선수로 성공할 수는 없었다. 이것저것 조금씩은 잘 했지만 정작 메이저리거로서 남보다 확실히 뛰어난 한 가지 특장점이 없었기 때문.
텍사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발렌타인 감독은 1995년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 마린스의 사령탑을 맡았다. 선수시절 많은 포지션을 경험하며 발렌타인 감독이 얻은 가르침은 '한 가지 확실한 재능을 가진 선수를 상황에 맞게 투입해야 한다'는 것. 이미 순간 용인술 등 작전야구에 심취해 있던 발렌타인 감독은 세밀한 부분을 중시하는 일본 야구를 경험한 뒤 순풍에 돛을 달았다.
다시 메이저리그행을 택한 발렌타인 감독은 뉴욕 메츠를 2000년 최고의 무대인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뉴욕 메츠는 뉴욕 양키스에게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양키스가 워낙 강하기도 했지만 메츠의 발렌타인 감독이 너무 작전 구사가 많아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는 야구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하지만 발렌타인 감독은 올 시즌 롯데 마린스에서 한층 성숙된 작전 구사 능력으로 '작전 야구'의 본고장인 일본 프로야구를 강타했다. 발렌타인 감독은 소프트뱅크와의 퍼시픽리그 '스테이지 2' 5차전에서 프포의 분석을 활용해 사토자키를 5번 타자로 기용했고, 사토자키는 8회 초 천금의 결승타를 때려내 롯데의 퍼시픽리그 우승을 결정지었다. 발렌타인 감독의 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2일부터 시작되는 한신과의 재팬시리즈에서도 '꾀돌이' 발렌타인 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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