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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 순간 정치적 중립 꿈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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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 순간 정치적 중립 꿈 무너져"

김종빈 전 검찰총장, 퇴임사에서 주장

사표 제출 이후 말을 아껴오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퇴임식에서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강한 어조로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를 비판했다.

***김종빈 전 총장 퇴임 "검찰중립 지키지 못해 사퇴"**

김 전 총장은 17일 오후 열린 퇴임식에서 "지난 12일 법무부장관이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이번 파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김 전 총장은 "구체적인 사건처리는 정치적인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비록 남북관계가 급하게 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은 법률에 의해 엄정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 의견을 고수했다.

김 전 총장은 특히 "이러한 검사의 소신을 보장하려는 저의 충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장은 또한 "지휘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경우 법 집행기관인 검찰총장이 법을 어기게 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또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저의 가슴을 강하게 짓눌렀다"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기고, 수사지휘를 수용한 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제 자신은 사퇴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사퇴이유를 설명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국민 여러분과 검찰가족 여러분들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데 대하여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김 총장은 다만 "저의 결단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이루는 작은 주춧돌이 되고, 검찰가족 여러분들의 상처난 자부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인권보장과 사회정의 실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퇴임사 중반부에 다시 한 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강한 비판적 시각을 표출했다. 김 총장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 선진검찰의 꿈을 이루어가야 하는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꼭 남겨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며 "그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거듭 강조했다.

김 총장은 특히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정치가 검찰수사에 개입하고,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하는 검찰을 국민들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죽은 고목에서 꽃이 필 수 없듯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검찰이 인권과 정의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 총장은 천정배 법무장관 및 청와대와는 달리 이번 사태를 '정치가 검찰수사에 개입하고, 검찰이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한 것'으로 규정한 셈이다.

***"사법개혁, 수사권 조정이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로 전락해서는 안 돼"**

김 총장은 또한 "검찰권을 약화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맞서,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선진 검찰시스템을 정착시켜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의 인권 보장에 충실할 수 있는 형사사법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되는 사법개혁과 수사권 조정이 권력기관 간의 단순한 권한배분이나 정치세력 간의 타협의 산물로 전락되어서는 안된다"고 현재 예상되는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뜻의 주문을 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신임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굳게 뭉쳐 국민의 진정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인권을 존중하는 정의로운 선진검찰'의 꿈을 꼭 이루어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다'는 진리를 여러분의 가슴에 품기 바란다"며 작별인사의 말과 함께 퇴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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