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이 부임한 뒤 '지키는 야구'로 팀 컬러를 바꾼 삼성의 불펜진은 역시 강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경기 후반 4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낸 삼성 불펜진은 16일 펼쳐진 2차전에서도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팀의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1차전 역전패를 만회하려던 두산은 2차전에서도 승부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산은 2대1로 앞선 9회말 특급 마무리 투수 정재훈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재훈은 변화구를 구사하다 김대익에게 불의의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어지는 두산의 10회초 공격. 두산은 윤승균이 삼성 안지만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쳐냈고 후속타자 홍성흔은 빗맞은 행운의 중전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지체없이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두산은 정원석이 스리번트 아웃으로 물러났고 홍원기, 손시헌도 오승환의 힘있는 투구에 헛 방망이질을 해 기회가 무산됐다.
두산은 11회초에 또다시 기회를 맞았다. 선두타자 전상열이 볼넷으로 걸어나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오승환을 상대로 후속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운명의 12회말 삼성 공격. 두산은 8회에 등판한 정재훈 대신 이재영이 11회부터 마운드를 지켰다. 이재영은 직구는 위력적이었지만 변화구가 잘 듣지 않았고, 자연스레 직구 위주의 투구패턴을 이어갔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결승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2차전에서도 2안타를 기록 중이던 김재걸은 이재영의 직구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삼성은 조동찬이 상대의 번트 수비를 깨는 귀중한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포스트시즌에서 유달리 강한 면모를 보였던 김종훈은 또다시 이재영의 직구를 밀어쳐 짜릿한 결승타를 뽑아냈다. 4시간45분 간 펼쳐진 두 팀간의 12회 연장 혈투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단기전에 대비한 불펜 운영을 정규시즌부터 실험해 왔다. 오승환, 권오준 등 확실한 '믿을맨' 2명을 불펜진에 탑재했고, 선발투수에서 이 두 투수에게 이어지는 계투요원으로 안지만, 박석진 등을 기용했다. 투수의 업무가 더욱 세밀하게 분화된 현대야구의 조류에다 철저한 계산 속에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일본야구의 특성까지 접목한 셈이다.
반면 두산은 셋업맨 이재우와 마무리 투수 정재훈에 대한 의존도가 커 보였다. 도망갈 수 있는 점수를 뽑지 못한 채 1,2차전에서 불펜진이 무너져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대구구장에서 아쉬운 2연패를 당한 두산은 18일 펼쳐지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 박명환을 투입한다. 지난 8월 16일 이후 어깨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박명환은 한국시리즈를 위해 몸을 만들어왔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엔 다소 무리라는 평가다. 때문에 두산은 불펜진이 어떤 활약을 해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예상대로 3차전에 바르가스가 선발 출격한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경우 불펜싸움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이 유리한 입장이다. 1,2차전에서 경기 후반 두산 타선의 예봉을 확실하게 꺾은 오승환 등 삼성 불펜 투수들이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