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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검찰개혁'의 전향적 실천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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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검찰개혁'의 전향적 실천이 관건

[해설] 현 정권은 '타협의 유혹' 경계해야

검찰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처지가 됐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항의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지만 청와대는 신속히 사표를 수리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는 특히 "검찰권은 어떤 것으로부터도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고 민주적 견제가 필요한 권력"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수사지휘 파동을 계기로 강력한 검찰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청와대가 김 총장의 사표 수리를 발표하면서 강조한 것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16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현행 제도상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검찰총장을 탄핵하는 것과 법무장관이 검찰권을 지휘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독립은 민주적 견제 안에서만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천 장관의 '수사지휘'가 정당한 것이었음을 다시한번 천명하는 동시에 검찰권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견제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권 견제방안'으로 우선 예상되는 것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작업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는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검찰수사 단계에서 작성되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이 방안은 '수사기관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검찰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또한 이번 사태의 발단이 공안사건에 속하는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수사를 '구속으로 할 것이냐, 불구속으로 할 것이냐'였던 점에 비추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구속의 요건인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 외에 검찰이 범죄혐의에 대한 죄질의 경중 여부를 따져 자체적으로 판단해 구속영장 청구를 해왔던 것이다. 이번 수사지휘 파동은 피의자 등의 구속이 어떤 의미이며 그 합법적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해 국민적인 인식을 높여주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구속의 남발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조정도 검찰권에 대한 견제방안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경찰이 검찰에 종속적인 현재의 검경간 관계에 변화를 주어 최소한 민생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검찰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여권에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정부여당이 적극 추진하던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공수처를 설치하려는 목적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주장했었다.

검찰에 대한 외부감찰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천 장관은 취임 초부터 이미 검찰에 대한 외부감찰 기능을 강조했었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이 검찰개혁 의지 확인해볼 가늠자**

이러한 검찰개혁 방안들이 실질적인 차원에서 얼마나 더 강력히 추진될 것인지는 차기 총장 인선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현재 "후임 인선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는 후임 인선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조직문화의 폐쇄성을 깨뜨리기 위해 외부인사가 전격적으로 영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 정권이 검찰과의 갈등의 골을 지금보다 깊어지게 만들면 검찰개혁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검찰조직에 친화적인 인물을 고를 가능성도 크다. 청와대로서는 검찰개혁과 조직안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할 입장이다.

따라서 차기 총장에 누가 임명될 것인지가 청와대의 검찰개혁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개혁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어느 수준이 될 것인지를 가늠해볼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검찰개혁에서 '타협의 유혹'은 금물**

한편 검찰개혁과 후임 총장의 인선이 어떻게 전개되든 간에 그 양상이 지나치게 권련기관 간의 '힘 대결'로 치닫고 사회 전체적으로 정쟁과 감정싸움이 심화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검찰로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문제라면 앞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을 요구해야지 법무장관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다. 이미 김종빈 검찰총장이 인정했듯이 현행법상 법무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적법한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법을 인정하면서도 부당함만을 호소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며, 이 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또한 청와대도 검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장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우선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반발을 단순히 '조직 이기주의'로 단정지어 버린다면 더 큰 감정적 반발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특정 권력에 의한 검찰권력 장악이 낳는 폐해를 국민들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도 일단 집권자가 된 시점부터는 '독단적인 권력'으로 퇴화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수사지휘를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검찰이 청와대에 '항명'하는 것 자체가 현재 검찰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금의 사태가 검찰에게는 하나의 성장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제안이다.

'정치적 독립'과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던 검찰이 말 그대로의 바람직한 검찰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 국민은 이제 과거의 국민이 아니다. 그 국민이 앞으로 검찰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 아울러 현 정권도 만의 하나,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검사들의 항명을 진압하는 데서 '정치적인 성과'만을 취하고 검찰의 조직 안정을 내세우면서 검찰개혁 문제에서 타협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면 자충수를 두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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