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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파문,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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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은성 파문, 어디까지 갈까?

[해설] "왜 국정원만 수사하나" 형평성 논란도 일어

검찰의 국정원 도청에 대한 수사가 김은성 전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을 구속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차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칼 끝이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및 정치권 고위 인사에게까지 향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왜 국정원 도청만 수사하느냐"는 형평성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의 칼 어디까지? "도청 내용 보고서 정리 형태에 좌우"**

검찰은 김은성 전 차장을 체포하기 전 이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조사에서 국정원의 도청 실태에 대해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구속영장에 '정치인 및 언론인 등에 대한 도청'을 혐의 사실에 적시했다. 국정원이 여당 소장파 의원들에 대해서도 도청을 한 만큼,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도청은 훨씬 광범위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김 전 차장의 체포는 '죄질'과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은 김 전 차장 시절에 가장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도청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김 전 차장이 임동원, 신건 전 원장과 2~3차례 만나고 5~6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등 '입 맞추기'를 통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검찰의 수사는 김 전 차장이 도청을 주도하게 된 배경, 도청 지시자 등을 파악하는 것과 도청 내용을 '어디에', '어떻게' 보고했느냐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검찰은 조직의 특성 상 전직 국정원장들이 도청을 지시하거나 도청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청 내용을 '어디에' '어떻게' 보고했는지에 관해서는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정보보고 '고급정보' 여부 몰랐을까**

일단 청와대에는 어떤 식으로든 국정원의 정보보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긴 하나, 그 보고 내용이 도청에 의한 자료임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실무진 수준에서는 대화 내용 등 도청 자료가 그대로 보고되지만, 국정원장이나 청와대에 보고할 때는 내용 중심의 보고서 형식으로 바뀌어 올라온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등 여권 실세에게 국정원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김 전 차장 등이 청와대에 보고한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유출했거나 구두보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은 감청 부서의 도청 내용뿐 아니라 대공정책실의 '대인 접촉'을 통한 정보까지 모두 수집한 뒤 종합해 정보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완성된 정보보고만 갖고 도청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도청을 통해 수집한 '고급 정보'와 시중의 소문을 모은 단순 정보보고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당시 국정원의 보고 내용에서 도청 사실을 감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김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 및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은성 차장 시절에 '대우 몰락', '여야 전당대회', '여당 소장파 갈등'…**

김은성 전 차장에 대한 구속이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그가 재직하던 기간 동안 국내 정.재계에 '대형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는 점이다.

1999년 5월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취임하며 대전지부장이라는 '한직'에서 국정원 요직인 대공정책실장으로 발탁된 김 전 차장은 임동원 전 원장으로 바뀐 2000년 4월 말 '국정원의 핵심'이라는 국내담당 2차장에 올랐다. 이후 김 전 차장은 '진승현 게이트' 등 비리 사건에 연루되며 2001년 11월 국정원을 떠나게 된다.

이 기간 동안의 일을 보면 김 전 차장이 대공정책실장으로 있던 1999년 10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해외 도피가 있었고, 2000년 4월 13일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완패했다. 그 뒤 동교동계 퇴진 문제를 둘러싼 소장파 의원들과 동교동 구파 간의 갈등이 표면화 됐는데 이른바 '천.신.정'으로 불리는 소장파 그룹에 대한 도청이 실시된 것도 2000년 5~8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현대그룹 '왕자의 난'이 있었으며, 99년 말 '옷로비' 사건 이후 이듬해 8월 청와대 직속 사정기관이던 '사직동 팀'이 해체됐다. 이밖에 롯데호텔 노조파업, 대우차 파업 및 부도, 한나라당 전당대회, 민주당 전당대회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2001년에도 안기부 예산전용 사건인 '안풍' 사건이 일어났고, 언론사 세무조사, DJP 공조 붕괴, 이용호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 '대형 사건'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김은성 개인의 부침. 권노갑 "정치적 인물이어서 싫다"**

김은성 전 차장이 주변으로부터 "상당히 정치적 인물이었다"고 평가 받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권노갑 전 고문은 김 전 차장을 14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정보위 전문위원으로 알게 됐으나, 이미 그 당시 "김 전 차장이 정치적 인물"이라는 이유로 경계했다는 전언이다.

김 전 차장은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며 여권 실세들과 친분을 쌓았고, DJ 정부 이후 국정원 요직에 등용됐다.

김 전 차장은 또한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과 가깝게 지냈으며, '권노갑 라인'으로 분류되던 김홍걸 씨가 '최규선 씨와 가깝게 지내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권 전 고문으로부터 노여움을 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 전 고문은 김홍일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따라서 김 전 차장이 도청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커,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도청 자료를 외부에 유출했는지가 밝혀질 경우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장이 국정원 내 호남 출신(전남 장성) 인맥의 좌장격이었던 점도 국정원 내 알력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차장의 승승가도와 정치적 야망을 견제하는 국정원 내 세력이 김 전 차장을 상당히 견제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 전 차장이 궁지에 몰린 계기는 2001년 12월 '진승현 게이트'가 표면화 돼 검찰에 구속되기 전, 2000년 11월 국정원 감찰실이 김 전 차장의 비리 내용 및 정치권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국정원장에게 보고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이 검찰의 수사 상황을 도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안기부 도청 테이프 274개 압수해 놓고 왜 국정원 도청만…"**

한편 정보기관의 도청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당초 촉발제였던 안기부 'X 파일'에서 벗어나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과 당시 여권 실세들에게로 초점이 모아지자 '수사 형평성'에 관한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연일 "검찰이 안기부 도청에 관해서는 수사가 미진하고 국정원 도청만 들추는 이유가 뭐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국정원 도청과 관련해 김은성 전 차장을 구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안기부 도청과 관련해서는 '실무자'에 해당하는 공운영 씨만 구속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통신비밀보호법 상 공소시효(5년)가 국정원 시절에 대해서만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미 안기부의 도청 테이프 274개를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부담이 덜한 국정원 도청에 대한 수사를 진척 시킨 뒤, 안기부 도청에 대한 여론 및 정치권의 특별법.특검법 제정의 진행 상황을 보아가며 본격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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