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내 인생 최악의 경기였다."
박찬호가 12일 새벽(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LA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과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하고 강판됐다. 샌디에이고는 1회초 3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선발투수 박찬호가 조기 교체되는 등 마운드가 무너져 3대7로 패했다.
박찬호는 1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제프 켄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1실점 했다. 박찬호는 이후 호세 크루즈 주니어를 삼진으로 잡고 디오너 나바로를 1루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지만 2회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2회말 선두타자 마이크 에드워즈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박찬호는 제이슨 워스의 타석 때 폭투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상대 투수인 브랫 페니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해 또다시 1실점했다. 박찬호는 윌리 아이바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희섭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고 샌디에이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지체없이 박찬호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친정 팀인 LA 다저스 전에서 볼 스피드 저하에다 제구력까지 듣지 않아 고전했던 박찬호는 경기 후 "난 약간 흥분됐었다.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 경기 후 (녹화된) 비디오를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 내가 공을 너무 세게 쥐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보치 감독은 "박찬호는 너무 많은 공(44개)을 던졌다. 일찍 마운드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박찬호의 릴리스 포인트(공을 뿌리는 지점)가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이저리그 선배인 박찬호와 첫 투타 대결을 펼친 최희섭은 "난 박찬호 선배가 다저스에 있을 때 항상 TV를 통해 그의 활약을 봤다. 박찬호 선배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나의 꿈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내셔날리그(NL) 서부지구 선두 샌디에이고는 이날 패배로 2위 팀 LA 다저스에게 6게임차로 쫓기게 됐다. 20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저스의 짐 트레이시 감독도 "20경기를 치르다 보면 여러가지 일이 생길 수 있다"며 막판 추격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샌디에이고는 선발 투수 페드로 아스타시오가 오는 14일 부상에서 복귀할 전망이다. 그 때문에 최근 2경기에서 부진한 투구 내용을 펼친 박찬호가 선발진에 계속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X스포츠>의 송재우 해설위원은 1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보치 감독은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원래 3선발 자리를 우디 윌리암스 또는 박찬호로 생각했다.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찬호가 삐걱대고 있어 현재는 선발 자리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다른 선발투수들의 부진을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분석했다.
송 위원은 "오늘 경기에서 박찬호가 최악의 제구력을 보였다. 투구 폼을 의식적으로 작게 하는 등 애를 썼지만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체력이 고갈된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자칫 박찬호가 샌디에이고 불펜의 롱 릴리프(long relief,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 등판해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불펜 투수)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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