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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사법부에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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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들이 사법부에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기자의 눈> '법조인'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사고하길

8일 국회에서 열린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한 의원이 "최근 10~15년차 젊은 판사들이 변호사로 빠져나가고 있어 국가적 손실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봤느냐"고 이 후보자에게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재야(변호사)의 사정이 나빠져서 앞으로는 60세까지 법관으로 남아 있으려고 할 것이다. 조만간 해결될 문제다"라고 답했다.

***"재야 사정 나빠져 판사 정년 모두 채울 것"?**

농담처럼 흘려들을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귀에 거슬렸다. 이 후보자가 어떠한 의도를 갖고 한 말은 아닌 듯 하나, 이 말에는 "변호사의 숫자가 늘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변호사 업계 일각의 시각이 투영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근 변호사 업계에서는 사법시험 1000명 합격시대 이후 부쩍 늘어난 변호사 숫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최소한 현행 사법시험 인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도 그럴 것이 98년 3500명 수준이던 변호사 수가 2005년 현재 7667명에 이르는 등 2배가 넘었고, 서울 지역 기준 월 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98년 5.4건이던 것이 2003년 3.6건으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건의 사건도 수임 못해 사무실 문을 닫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들은 지금보다 변호사 수가 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는 변호사가 넘쳐나지만 여전히 지방에는 변호사가 부족하다. 대한변협에 등록된 변호사 회원 수를 보면 서울변호사회에는 5195명이 등록돼 있지만, 서울 이외의 모든 지역을 합쳐 2472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799명이 의정부, 인천, 수원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는 월평균 사건 수임수를 봐도 지방의 변호사 부족을 알 수 있다. 서울에서는 사건 수임이 월 평균 3건대까지 떨어졌다지만, 지난해 대전지역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건수는 평균 10.5건이었다. 물론 평균 수임료는 낮아졌지만 이는 경기 불황에 기인하는 요인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변호사들은 적다 하지만, 사건 수임료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평균 사건 수임료가 200만~300만 원이지만, 자신이 200만~300만 원 어치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예 자신이 송사 업무를 처리하고 직접 변론하는 '나홀로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변호사 사무실은 높은 턱이다.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의 턱은 곧 법원의 턱이기도 하다. 변호사는 국민들이 법원으로 다가가는 통로이기 때문다.

***법원 턱이 높은 것은 변호사 턱이 높기 때문**

이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변호사 생활을 5년간 하다보니 국민들이 법원을 매우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민들이 법원에 쉽게 다가오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재판을 하는 판사의 입장에서는 "재판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이 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당사자가 자기 사건의 전개 과정을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볼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 의미 있는 얘기다. 또 해볼만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법원에 들어가는 통로인 '변호사'의 턱이 너무 높다는 점만은 모르거나 생각을 달리하는 것 같다. '재판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은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정작 피의자들이'하고 싶은 말'을 변호사들이 제대로 안 해주거나 못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관예우'를 지적하는 질문에는 "전관한테 사건을 맡기면 좋을까 싶어 맡기는 사람이 많다. 우리 사회 전체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할 대목이다. 전관이어서 봐주는 것은 99%는 없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 '전관예우'를 믿게 한 것은 법조인들이다. 그 책임을 잊고 '국민 탓'으로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 후보자가 여전히 국민과는 동떨어진 '법조'만의 시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후보자는 한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 한 명의 판사나 변호사가 아닌 국가의 사법부를 이끌어갈 수장의 역할을 맡게 될 위치에 서 있다. 게다가 신임 대법원장은 전임 대법원장이 기틀을 마련한 '사법개혁'의 집을 완성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자는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다시 말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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