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정부 소송 전담 '정부법무공단' 설립 반대

'로스쿨' '법무공단' 등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 심화

정부가 국가의 소송업무를 전담케 하기 위해 설립 추진 중인 '정부법무공단'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혀 이 공단 설립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협 "법무공단 설립에 반대"**

대한변협은 5일 법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법무공단의 업무는 변호사 고유업무 영역에 속하는 일로, 변호사의 지위와 직무를 엄격하게 제한해 온 기존 법 체계에 비춰볼 때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사무를 취급하도록 예외규정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법 제2조는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단 소속 변호사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워 '법률자문'은 가능하지만 직접 소송을 수임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변협은 또한 "법무공단이 정부기관과 지자체 간의 소송이나 지자체와 지자체 간의 소송에서 어느 한쪽을 담당하게 된다면 정부가 이미 결론을 낸 상태에서 한쪽을 편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국가 소송 전담하는 법무법인일 뿐"**

그러나 법무부는 변협의 주장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법무공단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소속돼 활동하는 일종의 법무법인으로 현행 법 체계에 저촉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 상대 소송 및 행정소송이 과거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 이를 전담키 위한 법무법인의 필요성이 대두돼 추진하게 된 것이 법무공단"이라며 "공단 설립비용만 정부에서 부담하고, 운영 및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은 국고지원 없이 수임료 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소송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기 때문에 정부가 어느 한 쪽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서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치리라 보는 것도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만금 소송,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위헌 소송 등 정부와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굵직한 사건들뿐만 아니라 각종 민원성 행정소송이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 5월 이러한 소송을 전담키 위한 '정부법무공단'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7월 입법예고 했으며, 최근 당정협의를 거쳐 내년 4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로스쿨 반대' 천기흥 변협 회장 사개추위 위원 위촉**

한편 천기흥 변협 회장이 전임 박재승 회장의 자리를 이어 받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위원으로 5일 위촉됐다. 이와 관련 천 회장을 필두로 지난 2월 출범한 새 변협 지도부는 사개추위가 추진 중인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스쿨'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천 회장이 사개추위에서 어떠한 주장을 펼칠지 주목된다.

천 회장은 특히 지난달 29일 열린 '제16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도 사개추위의 개혁 추진에 대해 "현재의 개혁 과정이 소수 추진세력에 의해 개혁구도가 확정되고 형식적 공청회를 거쳐 원안 그대로 강행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정치권력이나 시민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된 개악을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일부 주요 쟁점 사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변협과 정부가 어떤 대응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