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2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짤막한 글 한 편이 뒤늦게 화제다. 연정론 등을 매개로 정치 전면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앙상한 정치 강박'에 대한 '문화적 비판'으로서, 통영 워크숍에서 쏟아진 주먹구구식 찬반론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참여정부에도, 우리당에도 문화는 없다"**
민 의원은 우선 지난 8.15 광복 60주년 행사를 지적하며 "중앙 정부가 거창하게 무슨 행사를 한 것 같은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남아 있지 않다"며 "대중의 기억 속에 남은 잔영은 서울시청을 뒤덮은 3600장의 태극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월1일 완전 복원되는 청계천을 거론하며 "서울시민의 머리 속에는 벌써부터 청계천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거기에는 굳이 '서울시장 이명박'이 등장하지 않는다"며 "태극기가 있고, 청계천이 흐르고, 시청앞과 남대문의 잔디광장이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문화적 접근방법'을 사용한 홍보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야당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경계심은 곧바로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문화 역량 부재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민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문화를 빌려서, 문화적 방법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사모도 문화였다. 그 속에 역동성과 창의성이 살아 숨쉬었다"며 "그런데 어느새 문화는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하다. 참여정부에도 열린우리당에도 문화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신행정수도건설, 국가보안법 폐지투쟁 등에서 우리는 텍스트와 언어만을 쏟아냈다"며 "지금도 여러 이슈에서 우리는 문화적 방법을 동원해 대중을 설득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우리당부터 대중에게 텍스트가 아니라 형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키우길 기대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다음은 민 의원의 글 전문.
***열린우리당이여, 다시 문화의 바다에 빠져~봅시다~!!**
광복 60주년 행사는 서울시에서만 한 것 같다. 중앙정부가 거창하게 무슨 행사를 한 것 같은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남아있지 않다.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잔영은 서울시청을 뒤덮은 3600장의 태극기이다. 모든 언론에 사진이 실렸고,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 태극기를 얻겠다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청계천이 오는 10월1일 완전히 복원된다. 그때부터는 하루 9만8천톤의 한강물이 청계천을 통해 흐른다. 그런데 서울시민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청계천이 흐르고 있다. 흐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있으며, 9만8천톤의 물이 흐르기 시작할 10월1일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청계천이 서울시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할 것이라느니, 서울시의 온도를 몇도 낮춰 열대야를 없애는 효과가 기대된다느니, 자연생태계를 복원시키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느니 하는 기사가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부분실험가동과 관련된 아름다운 사진도 심심하지 않게 나오고 있다.
거기에는 굳이 '서울시장 이명박'이 등장하지 않는다. 태극기가 있고, 청계천이 흐르고, 시청앞과 남대문의 잔디광장(조야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이런 광장이 있다는 위안을 갖게하는)이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문화적 접근방법'을 사용한 홍보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문화를 빌려서, 문화적 방법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사모도 문화였다. 그속에 대중의 역동성과 창의성이 살아 숨쉬었다. 그 신선함에 대중은 충격을 받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그런데 어느새 문화는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하다. 참여정부에도 열린우리당에도 문화는 없다. 신행정수도건설, 국가보안법 폐지투쟁등에서 우리는 텍스트와 언어만을 쏟아냈다. 지금도 여러 이슈에서 우리는 문화적 방법을 동원하여 대중을 설득하고 있지 않다.
문화가 사라지면 참여도 없다. 문화가 사라지면 대중은 객체가 되고 말 뿐이다. 우리의 혼은 전달되지 않고, 그저 쇳소리같은 언어만 울리게 된다. 그러는 사이 문화가 저들의 것이 되고 있는 것을 청계천과 태극기를 통해서 뒤늦게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자각조차 없는 듯 하다.
200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문화의 힘을 믿고 문화의 바다에 빠졌으면 하는 바람 절실하다. 우리당부터 대중에게 텍스트가 아니라 형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키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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