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가 보기에 심각한 문제, 이대로 방치하면 장차 위기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제기를 하면 언론도 냉담하고 국민도 냉담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27개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최근 자신이 제안한 연정,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한 '냉담한 반응'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치부장단과 간담회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며 자신의 문제의식에 큰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언론과 국민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제의식이 공유돼야 토론이 가능한데...초점이 안 맞는다"**
노 대통령은 "제가 갖고 있는 생각 한 가지를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위기감이란 말을 하고 싶다"고 자신이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 국민들에게 깜짝 놀랄 뉴스, 새로운 것을 알리려고 나온 게 아니다"며 "문제 의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이다.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서로 공통돼 있고 공감대가 있을 때 비로소 대화도 토론도 가능한데 이 점에서 다소 초점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의 책임에 대해 "제 쪽에 책임이 있다"며 "일반 여론의 흐름을 봐서도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 같고,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의 초점, 쟁점들이 저와 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문제의식, 내가 보기에 큰 문제 아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제가 보기엔 제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연정, 과거사 청산 등 자신이 제기한 이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위기감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나는 큰 문제가 아니고 해소됐거나 본질적으로 해소되려고 하거나 또는 얼마 안 가서 해소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들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진짜 내가 보기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면 언론도 냉담하고 국민도 냉담한 것 같다"며 "냉담하기만 하면 또 자꾸 제가 불을 지피면 되겠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문제의 본질적인 것 밖에 있는 갈등만 부각돼 마치 내가 싸움을 건 것처럼 비쳐져 힘이 들 때가 많이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언론과 창조적 경쟁과 협력 관계 설정되길 희망"**
노 대통령은 또 이날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그동안 힘들고 불편한 관계였지만 이제는 상식적으로 대화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권력의 절대적 우위가 있지 않고 정보가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되 정부와 대안의 경쟁도 하고 방향에 대해 논쟁도 하고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고 생각해달라"며 언론에 새로운 역할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창조적 경쟁과 협력의 관계가 설정되길 희망한다"며 "지금까지 그 수준에 와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게 앞으로 가보자"고 덧붙였다.
연정 제안 이후 노 대통령이 언론인들과 집단 간담회를 갖는 것은 지난달 7일 중앙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과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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