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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노대통령 '한겨레 증자' 참여 못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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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노대통령 '한겨레 증자' 참여 못해 유감"

"한겨레, 가장 책임있는 언론…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겨레신문사의 '제2창간' 발전기금 모금운동에 1000만원을 내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현직 대통령의 특정 언론 기부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자 한겨레 측이 "그 뜻은 고맙게 받겠으나 실제 기금 출연은 퇴임 후로 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달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영배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은 13일자 한겨레신문에 "'대통령 증자 참여 시비' 유감"이란 글을 투고해 이번 논란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혔다. 안 비서관은 "노 대통령은 한겨레 측의 응답을 받고 다소 서운하게 생각했다"며 "실무자로서의 소회도 있어 투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 가장 정확하고 책임 있게 쓰는 언론사"**

이 글에서 안 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증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난 87년 창간 때는 물론 89년 1차, 91년 2차 증자에도 줄곧 참여해 온 한겨레신문의 국민주주"라며 "노 대통령이 한겨레신문의 증자에 참여하고자 했던 것은 국민주 신문이라는 역사성이 소중했기 때문이지 일부에서 주장하듯 결코 정부에 우호적인 신문이라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 비서관은 또 "국내언론비서관 입장에서 보면 한겨레는 가장 정확하고 책임 있게 쓰고 있는 신문사에 속한다"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가혹한 기사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것은 냉정하거나 공정하려고 하는 기자정신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비서관의 투고 전문

***청와대 비서관의 투고 '대통령 증자 참여 시비' 유감
"대통령은 국민주신문 역사성 소중해 참여하려 했던 것"**

노무현 대통령은 한겨레신문사가 '제2창간' 발전기금 모금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주주로서 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지난 6월 한겨레신문사에 비공개로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고, 한겨레신문사는 "주주의 한 분으로서 참여해주시려는 뜻은 고맙게 받되, 실제 기금 출연은 퇴임 뒤에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응답을 보내 왔습니다. 대통령은 이런 응답을 받고 다소 서운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실무자로서의 소회도 있어 다음과 같이 투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 말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발행하는 <말>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한겨레신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해직언론인들이 주도했다는 같은 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겨레신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종종 찾아갔던 양평동 공장 건물 2층의 허름했던 편집국 풍경이다. 또 공장 바로 옆 조그만 구멍가게 탁자에서 맥주 몇 병으로 후배를 챙겨주던 한겨레신문 선배들에 대한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당시 언론계에선 촌지가 관행처럼 오갔고, 자정운동이 언론운동의 주요 화두였던 시절이다. 그 때문에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던 그 술자리가 뿌듯했고 소중했다.

그리고 15년도 더 넘게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어엿한 사옥도 있고 한겨레신문을 둘러싼 풍경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하나 있다. 한겨레신문은 국내에선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국민주 신문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겨레신문만이 소중하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이 땅에 이런 신문 하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한겨레신문 증자 참여가 상당 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87년 창간 때는 물론 89년 1차, 91년 2차 증자에도 줄곧 참여해 온 한겨레신문의 국민주주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번 3차 증자에 참여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한겨레신문사 쪽에선 그 뜻은 고맙게 받겠으나 실제 기금 출연은 퇴임 후로 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노 대통령의 한겨레신문 발전기금 납부 의사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일부 신문에선 '대통령의 언론관'까지 거론하며 "권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은 성의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사설까지 실었다. 정말 황당했다. 실제로 대통령이 참여했다고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너도나도 나설 것이라고 믿는 건 아닐 텐데 ….

노 대통령이 한겨레신문의 증자에 참여하고자 했던 것은 국민주 신문이라는 역사성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결코 정부에 우호적인 신문이라서가 아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고민을 하다 보니 견해가 유사한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겨레신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국내언론 비서관 처지에서 보면 무리한 기사들도 자주 마주친다. 정부 차원에서 오보 대응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겨레>는 가장 정확하고 책임 있게 쓰는 신문사에 속한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가혹한 기사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것은 냉정하거나 공정하려고 하는 기자정신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노 대통령이 한 개인으로서, 주주로서 국민주 신문의 증자에 참여하려 했는데 당분간 못하게 돼서 아쉽고, 엉뚱한 오해와 논란만 불러일으킨 것 같아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 사회가 좀더 편견 없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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