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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저격수', 박근혜 대표에 "무책임하다"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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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저격수', 박근혜 대표에 "무책임하다" 직격탄

"박 대표, 표정은 비장했지만 내용 없어 허탈"

청와대가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거부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다시 비난하고 나섰다.

과거에 "조선.동아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실었던 청와대 내 '저격수' 격인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며 9일 박근혜 대표를 정면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표, 책임감·결단·역사의식·성찰·일관성 없어"**

양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 : 박근혜 대표는 국민에게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대표의 지난 1일 기자회견에 대해 "박 대표의 표정으로만 본다면 비장한 결기가 느껴지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 정치의 비정상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없어 허탈하다"며 "제안의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따지기 전에 국민들에게 불친절한 것 아닌가. 박 대표의 연정 반응은 한 마디로 '5無'"라고 비꼬았다.

그는 '5無'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있는 대안이 없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기득권을 내놓겠다는 결단이 없다", "이 땅의 지역구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역사의식이 없다", "깊은 성찰이 없다",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각론으로 설명했다.

양 비서관은 이어 "박 대표는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지도자"라며 "비생산적인 정쟁이 난무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 위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고 반대만 하겠다는 것은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박 대표를 압박했다.

다음은 양 비서관의 글 전문.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
박근혜 대표는 국민에게 좀더 진지해져야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8월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냥 거부도 아니고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늦게나마 소감 몇 자를 적어본다. 연정 문제가 한국 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고민의 실마리를 이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대표의 기자회견을 표정으로만 본다면 비장한 결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 정치의 비정상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없어 허탈하다. 제안의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따지기 전에 국민들에게 불친절한 것 아닌가. 박 대표의 연정 반응은 한 마디로 '5無'다.

첫째, 책임감이 없다.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있는 대안이 없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대통령 제안의 핵심은 연정이 아니다. 지역구도 타파다. 망국적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극복할 수 있다면 갖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연정 안 한다고 선언하면 끝날 일이 아니다. 다른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구도라는 망령이 '정책정당으로 가자'는 구호 하나로 없어질 그리 만만한 존재란 말인가. 너무 안이한 접근이다.

선거제도는 정당의 성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주의 위에서 탄생하고 유지되는 정당이 무슨 수로 정책정당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에게도 비극적인 일이었겠지만 해외골프와 음주폭행 사건을 기억한다. 문제는 그래도 지역구도에서는 당선에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주의라는 보호막이 존재하는 한 정책정당은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선거제도, 현재의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선 특단의 제도개정이 불가피하다. 그걸 논의하자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 제시도 없이 "안해"하고 돌아서기만 해서야 될 일인가. 공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 제1야당 대표로서의 책임 있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

둘째, 결단이 없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기득권을 내놓겠다는 얘기가 없다는 것이다. 책임지겠다는 진지한 각오가 없이는 결단이 나올 수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뜻이 숭고해도 상대가 있는 일엔 자신을 먼저 비워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권력도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일종의 기득권 포기 결단이다.

이런 결단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박 대표에게 '다음 총선은 광주에서 출마하시오'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무엇을 내놓겠다는 결단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는 기득권에 대한 애착과 지역주의에 대한 집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큰 지도자가 되려면 기득권에 안주해선 안 된다. 배짱 있는 자기결단과 도전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셋째, 역사의식이 없다. 잊었는가. 이 땅의 지역구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유신정권 시절 정권연장과 독재운용의 도구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지역대립 구도가 악용됐다는 사실에 아픔을 느껴야 한다. 역사적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박 대표 자신이 발 벗고 나서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지역기반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유신정권의 부채를 자산으로 둔갑시키는 회계부정이다.

다른 일은 다 잊어도 할 수 없지만 유신정권 때의 지역감정 조장에 대해서만큼은 남의 일 보듯이 하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호남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일국의 정치지도자답게 제도로 발현하고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해체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넷째, 깊은 성찰이 없다. 최소한 이런 문제는 당내 다양한 의견수렴과정을 통해 충분히 고민하고 판단했어야 할 문제다. 지역주의 정치구도 극복, 선거제도 개정, 그리고 권력 이양.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의원총회나 운영위원회, 당원 대표자대회 등 당의 공식적 의견수렴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닌가.

박 대표가 지역구도 극복의 대안으로 내놓은 선진정책정당이 되려면 당내 다양한 의견수렴과정부터 거쳤어야 한다.

다섯째, 일관성이 없다. 박대표는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헌법파괴적 생각'이라며 위헌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내각제적 요소를 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지난 국민의 정부때는 물론이고 참여정부 들어서도 수 차례에 걸쳐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총리에게 헌법에 보장된 실질권 권한을 부여하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대통령의 제안 역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추천되는 총리에게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등 헌법에 보장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해 온 거국내각, 총리권한 실질화 주장과 헌법적으로 얼마나 다르다는 건가? 내가 하면 합헌이고 남이 하면 위헌인가?

박 대표는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지도자다. 비생산적인 정쟁이 난무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 위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고 반대만 하겠다는 것은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나라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박 대표가 아무쪼록 국민에게 좀더 진지한 정치인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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