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를 통해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됐던 야구의 수장격인 메이저리그(미국프로야구) 커미셔너 버드 셀릭이 “올림픽 참가를 위해 프로야구 시즌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최고 기량을 갖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여해야 다시 야구가 정식 종목이 될 수 있다”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조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야구, 올림픽서 빠져도 문제없다"**
셀릭 커미셔너는 12일(현지시간) 올스타전 개막을 앞두고 가진 미국야구기자협회와의 기자회견에서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나는 올림픽을 위해 메이저리그 시즌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셀릭 커미셔너는 이어 “만약 (올림픽이 열리는) 8월말에 메이저리그 시즌을 2주간 중단한다면 선수들은 미국 또는 다른 국가를 위해 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의 관점에선 불합리한 것”이라고 IOC의 제안을 일축했다.
셀릭 커미셔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야구 월드컵)은 성대한 대회가 될 것이며 왜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IOC가 제기한) 스테로이드 문제는 야구퇴출의 타당한 이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게 IOC 위원장은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된 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와 '야구계의 허술한 도핑테스트 제도 개선'을 올림픽 정식종목 복귀의 선행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정식 종목이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상태다. 2016년 올림픽에 야구가 다시 정식 종목이 되기 위해선 2009년 IOC 위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한다.
***IOC의 야구퇴출 이유는 '괘씸죄'**
콧대 높기로 유명한 IOC가 야구 퇴출을 결정한 이유는 일종의 ‘괘씸죄’라는 게 스포츠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인 NBA(북미프로농구), NHL(북미하키리그) 선수들이 모두 올림픽에 나서는 상황에서 유독 메이저리그 선수들만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적으로 많은 유럽지역 IOC 위원들이 미국이 종주국인 야구에 대해 반기를 들어 왔다는 점도 야구의 올림픽 퇴출에 한몫 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돈’이다. IOC로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야구종목 흥행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IOC와 메이저리그 간의 흥미로운 힘겨루기**
반면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을 중단하는 손해를 보면서 올림픽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국기’로 불릴 만큼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가 IOC에 굴복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16개국이 참석해 내년 3월 펼쳐지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성공을 거두고 향후 축구 월드컵처럼 발전하면 굳이 올림픽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짙게 깔려 있다.
역설적이게도 IOC는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TV 중계권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의 중계권료로 사상 최대인 22억100만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내고 IOC와 계약을 맺었다. IOC로서는 황금시장인 미국의 중계권료를 좀더 높이려면 야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와 IOC 간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흥미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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