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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김 일병 수양록 공개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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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김 일병 수양록 공개 해프닝

"개념없는 OO이~ 나도 한 때 그랬지"

"괜히 은근슬쩍 후임한테 욕도 하고 못 한다고 지랄했다. 계념(개념)없는 OO이~킥킥. 나도 한 때 그랬지~ OO이도 쫌만 지나면 나처럼 계념(개념)이 잡히겠지. 그 전까지는 욕 좀 먹겠지만..."

경기도 연천 GP내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기 12일 전인 6월 7일 사건 당사자인 김모 일병이 작성한 수양록의 일부 내용이다.

이 한 단락으로 김 일병의 군 생활에 대한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김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종종 질책을 들었고 김 일병 또한 후임병에게 질책을 가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후임한테 욕도 하고 못 한다고 지랄했다... 나도 한 때 그랬지"**

이 같은 수양록 내용 일부는 유족대표 조두하(50)씨가 21일 국군 수도병원에서 열린 유족대상 군 브리핑에서 "수양록에는 김 일병이 선임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없고, 오히려 '선임병들을 괴롭혀 즐거웠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확인 결과 조씨에게 군이 보여준 지난 7일자 수양록 내용은 '후임병'에 관한 내용이었고, 조씨도 자신의 착각을 인정하며 머쓱해 했다. 그러나 조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수양록에 "범행 동기가 될 만큼의 선임병들의 괴롭힘이 언급된 부분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유족들은 "수양록의 전체 내용은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며 "일단 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범행 동기를 명확히 밝히지 못할 경우 수양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유족들의 주장은 김 일병의 범행 동기가 '선임병들의 언어폭력'이라는 군의 발표를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유족들은 군이 소대원들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김 일병의 진술만 믿고 성급하게 범행 동기를 성급하게 발표해 사망자들의 명예가 훼손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소대원들을 면담한 결과, 모 상병은 '우리 소대는 모범 소대로 이름이 나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다른 상병도 '김 일병을 임금처럼 모셨다. 무슨 일을 저지를까 조심스러웠다'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양록 진실성 100% 신뢰할 수는 없어**

'수양록'은 군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하루 일과를 반성하며 심신의 수양을 닦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일종의 일기장으로, 이번 경우처럼 탈영이나 자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양록은 언제든지 간부들이나 타인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 진실성을 1백% 믿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군 경험자들은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해도 비밀이 보장되는 '소원수리'를 해도 당사자가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어 소원수리 한 번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개되는 수양록에 선임병에 대한 불만을 기록해 나중에 문제삼게 되도록 하는 병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후임을 괴롭혔다는 내용만으로 군기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김 일병의 수양록 내용은 요주의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해당 부대 지휘관의 소대원 면담록 등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수양록과 면담록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김 일병의 구체적 살해 동기가 밝혀질 때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충분한 조사를 하기 전에 성급하게 범행 동기를 발표해 '선임병의 언어폭력', '게임 중독', '개인 정신병력' 등의 온갖 추측을 낳게 한 책임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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