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美, MD때문에 북한 '악당' 만드는 것 아니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美, MD때문에 북한 '악당' 만드는 것 아니냐"

DJ "내가 방북하려면 盧-美 지지 필요" "국정혼란, 국민역량 믿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일 열릴 예정인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북핵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북핵 협상에 나서는 미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공화당 강경파는 북한이라는 악당이 필요한 듯 하다"고 강하게 비난하는 등 미국 측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6자회담 재개될 것. 미국도 다른 제재 방안 동의 얻기 어렵다"**

김 전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가진 <한국일보> 창간 5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6일 있었던 미국과 북한의 뉴욕접촉과 관련,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 전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최근 언행으로 보나, 북한의 호응으로 보나 그렇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선 북한에 대해 "북한은 하루빨리 6자회담에 나와 미국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당당한 협상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결국 6자회담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은 설 자리가 없다"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도 다른 제재방안은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며 "불신을 해소하자고 말만해서 해소되는 게 아니다. 거래를 통해, 즉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을 받기로 합의한 뒤 합의사항을 이행할 때 신뢰가 생긴다"며 적극적 협상 자세를 주문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한 "신뢰가 없으면 협상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며 "레이건 전대통령은 악마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던 소련과 협상을 했고, 닉슨 전대통령은 국교도 없는 중국을 방문했으며, 미국은 직접 전쟁한 베트남과도 국교를 정상화했다"고 예의 주장을 폈다.

그는 "상대방을 믿어서 협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을 믿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의 구도면 양쪽이 합의를 지킬 수 있다"며 "공산국가에 대해서 신뢰로 협상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공산국가도 이해를 따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이해는 안전보장과 경제회복"이라며, 핵 포기의 댓가로 북한이 원하는 바를 주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할 것을 미국 정부에 재차 요구했다.

***"美, 북한이란 악당 있어야 MD 등 군사력 강화 가능한 거 아니냐"**

김 전대통령은 "미국 민주당쪽은 클린턴 정부의 협상 지점에서 북한과 직접 협상하자는 입장"이라면서 "공화당내에도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토록 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악을 행한 자에게 상을 줄 수 없으니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부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것도 차츰 핵만 포기하면 바라는 바를 줄 수 있다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최근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소 누그러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또 다른 공화당 강경파는 북한이라는 악당이 필요한 듯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악당이 있어야만 미사일방어(MD) 등 군사력을 강화하고 일본과도 군사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 사람들은 핵 문제가 빨리 해결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일로 위기를 고조시켜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 목적은 북한보다 다른 데 있는 것이다"며 딕 체니 부통령 등 공화당 강경파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대통령은 재임기간중 미국의 MD 참가 요구를 거부, 미국과 재임기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 전대통령은 또 "내가 만나본 김정일 위원장은 어느 나라에 일변도로 매달리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김 위원장은 미국을 굉장히 미워하면서도 굉장히 중요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5년 전 평양에서 나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보와 경제재건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해줄 나라는 미국밖에 없고, 그러니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라, 그러면 내가 클린턴 대통령과 얘기해서 그런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후 서울로 돌아와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화했고, 그래서 조명록 당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미국에 갔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갔다"며 "클린턴 대통령이 여기(김대중도서관)와서 내가 1년만 더 백악관에 있었더라면 북핵 문제는 다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현 북핵 문제가 악화된 책임이 부시 행정부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6자회담이건 10자회담이건 핵심은 북미 양자협상"이라면서 "북미간 주고받는 협상을 하지 않으면 해결할 길이 없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6자회담은 좋은 틀"이라면서 "핵무기를 없애고 평화를 가져오는 합리적인 제안이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ㆍ한일정상회담ㆍ남북장관급회담, 하나라도 잘못되면 후폭풍 클 것"**

김 전대통령은 "6월은 노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한 외교의 달"이라며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남북 장관급 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1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최근 부시 대통령의 발언 경향과 북한의 호응 등으로 볼 때 양측 모두가 6자 회담을 깰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미 정상은 완전합의 또는 봉합적인 합의를 통해 큰 문제 없이 회담을 마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또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분명히 말해야 할 것 세가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대통령은 "첫째는 미국이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점"이라면서 "둘째는 북핵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데에는 미국과 입장이 같다는 점이며, 우리는 북핵을 용인하지 않으며, 남북 비핵화 선언의 당사자인 만큼 우리 생각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핵 문제 해결을 주고받는 협상으로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한 뒤 철저한 검증을 받고, 미국은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상호불신이 있기 때문에 동시에 이행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6자회담 재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뭘 주고 받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나 재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모든 협력 다해도 전쟁만은 절대 동의 못해"**

한미 상호간 신뢰 문제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두 정상 모두 상대방이 마음속으로 한미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부정적 시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신뢰로 관계를 유지하지만 이해로도 관계를 유지하며, 둘이 병행할 수도 있다. 양국은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한국으로서는 모든 협력을 하더라도 한반도에서 민족끼리 피를 흘리는 전쟁으로 나가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며 북한의 파괴력은 한국전쟁 때보다 강해졌고 우리 국민은 도저히 전쟁을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성급해 하고 속단해선 안돼"**

김 전대통령은 "지금 남북관계가 어려운 것은 주로 북미관계 때문에 그렇다"면서 "햇볕정책은 절대 죽지 않는다"며 남북간 화해.협력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차관급회담에서 합의했던 6.15 행사 방북단 규모를 일방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성급해 하고 속단해서는 안된다"며 "5년 동안 우리가 참고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주도권은 남북이 다같이 윈-윈의 협력을 하면서 때가 오면 평화적으로 통일하자는 것인데, 지금 틀이 잡혀가고 있다. 우리가 성급하면 통일 가능성이 낮아지거나 파탄이 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침착하게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가 방북하려면 노대통령과 미국 지지 필요하다"**

한편 북핵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자신이 다시 방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정치는 냉혹하다. 힘 있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핵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것은 클린턴 정부가 전폭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려면 노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미국의 지지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현직인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빨리 만나야 한다"며 "핵처럼 민족의 존폐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 남북 정상들이 얘기를 못하면 어떻게 하냐"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동선언에 정상회담도 하고 김 위원장도 오게 돼있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못 오면 도라산이라도 와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반도 현안들이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하면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장관급 회담을 통해 정례적으로 만나는 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균형자론, 자세한 설명 부족해. 4개국을 균형있게 대해야"

한편 김 전대통령은 동북아균형자론 및 독도문제 등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균형자는 미국이고,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데, 처음에 오해가 없도록 자세한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을 제치고 4대국 사이에 뭐를 한다는 식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면서 "우리는 4개국에 있어서 한편으로는 균형 있게 대하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한미동맹 공고화, 한미일 공조유지, 6자회담 지원 등의 3중 외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또 독도문제에 대해 "우리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면 대응하고 있는 정부 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독도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자꾸 독도가 우리 거라고 떠들면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셈이다. 본의 아니게 일본의 우파를 도와주는 것이 된다"며 "외교는 떠들어서 좋을 때가 있고 침묵을 지켜서 좋을 때가 있다. 침묵하는 그 시간에도 우리는 독도를 지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젊은이들과 우리 국민이 독도 문제에 대해 하는 것을 보면 고맙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만 하면 우리 국민들의 열의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 상황을 좀 보자"고 덧붙였다.

김 전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이 걱정된다. 일본 민주주의가 우리처럼 싸워서 쟁취한 민주주의가 아니고 맥아더 장군이 심어준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유리할 때는 민주주의를 했으나 세상이 바뀌고 중국이라는 세력이 일어나니까 언제 민주주의냐 식으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A급 전범들은 따로 분사를 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추모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아시아로 얼굴을 돌려야 한다"며 "과거 메이지(明治) 시대에는 영국과 동맹을 맺고 유럽만을 보더니 2차 대전 후에는 미국만 봤다. 그러면 아시아와 진정한 유대를 맺을 수 없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도 사실은 아시아 사람들이 시키자고 해야 되는 일인데 그 반대이다. 일본의 다음 정권도 우리 기대와는 다른 움직임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정혼선, 국민의 역량 믿는다"**

한편 김 전대통령의 현 정부의 국정혼선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역량을 신뢰한다"며 정치인들이 국민이 바라지 않는 탄핵을 했다가 얼마나 혹독하게 심판을 받았냐. 이런 국민의 역량은 우리가 피를 흘려 싸워서 쟁취한 결과이다. 나는 전직대통령으로서 현직 대통령이 잘 해갈 수 있도록 조용히 의견을 보내지,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만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선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만 정치 보복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죄는 용서하더라도 진실은 밝혀야 한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그 후손들이 승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