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경기운영으로 89분 동안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던 한국이 후반 45분 '일등병' 정경호의 결정적 어시스트와 박주영의 침착한 골로 3일(현지시간) 펼쳐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1대1 무승부를 이뤘다.
***89분 골가뭄 푼 '축구천재' 박주영**
체감온도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찜통 더위, 좋지 못한 타슈켄트 파크타코르 경기장의 그라운드 컨디션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본프레레호는 후반 18분 우즈베키스탄에게 선제골을 내줘 패배위기에 몰렸다.
우크라이나 프로축구리그 득점왕 출신인 샤츠키흐는 오른쪽 수비수 박동혁을 제치고 골키퍼 이운재와 1대1 상황을 맞이했고 감각적인 오른발 로빙슛으로 이운재의 키를 넘겨 골을 성공시켰다. 공격력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본프레레호 수비라인의 실책이 골로 연결된 셈이다.
박지성, 유상철이 중원에서 효과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한국은 후반 25분 정경호가 차두리와 교체투입된 후 공격이 활기를 띄었다. 후반 29분 박지성이 문전쇄도를 통해 기회를 엿봤지만 왼쪽에서 돌진하던 정경호의 슛이 골대를 벗어났다.
좀처럼 우즈베키스탄의 골 문을 열지 못했던 본프레레 감독은 후반 종료 1분전 유상철을 빼고 김두현을 투입하는 마지막 용병술을 썼다. 한국은 후반 45분 정경호가 전광석화처럼 왼쪽 측면을 돌파했고 중앙에 위치한 김두현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김두현은 절묘한 왼발 슛을 쐈지만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정경호는 튀어 나온 공을 잡아 다시 문전에 있던 박주영에게 결정적 어시스트를 했고 박주영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난파위기의 본프레레호를 구해냈다.
***본프레레, "박주영 플레이에 만족, 다음 경기에도 골 넣었으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공식홈페이지와 AFC(아시아축구연맹) 공식홈페이지는 3일 "박주영의 A매치 데뷔골이 한국을 구했다"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이 부담이 많이 가져 어렵게 경기를 해야 했다. 단 한번의 실수로 실점을 해 아쉽지만 다행히도 동점골을 만들어 승점을 올렸다. 박주영은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첫 스타트를 잘 끊었다. 박주영은 초반 다소 긴장한 듯 했지만 이후 위협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박주영의 플레이에 만족하고 다음 경기에서도 박주영이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라고 한국 공격수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던 박주영을 높게 평가했다.
***본프레레, 심판판정에 강한 불만감 표출**
본프레레 감독은 그러나 후반 12분 차두리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넣은 박주영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심판이 도대체 뭘 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프레레 감독은 또 "우즈베키스탄이 이날 경기에 승리할 자격은 없었다. 한국이 처음엔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좋아졌고 우즈베키스탄에게 득점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팀 수비진의 실수로 한 골을 넣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어 "공격과 미드필드진이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3-4-3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쿠웨이트전에도 같은 전형으로 임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 사우디에 이어 A조 2위**
한국은 이날 극적인 무승부로 승점 7점을 기록하게 됐다. 한국은 같은 날 쿠웨이트를 3대0으로 대파한 사우디아라비아(승점 8점)에 이어 A조 2위를 차지했다.
한편 B조 경기에선 북한이 이란에게 0대1로 패해 본선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스트라이커 다카하라와 미드필더 오노 신지 등 주축선수가 빠져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은 바레인을 1대0으로 따돌렸다.
원정 2연승으로 월드컵 본선 6회 연속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으려던 한국은 이날 무승부를 기록해 오는 8일(현지시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승점 4점으로 A조 3위를 달리고 있는 쿠웨이트전에 대비해 본프레레 감독이 최대약점인 수비라인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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