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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김재규 지시로 파리서 권총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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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김재규 지시로 파리서 권총 살해"

국정원 진실위, "박정희 지시 여부는 추가 확인 필요"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는 26일 김형욱 실종 사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를 통해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김형욱은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의 지시에 의해 중정 주불 거점 이상열 공사와 중정 직원 연수생, 그리고 이들이 고용한 제3국인들에 의해 파리 현지에서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일부 언론의 '양계장 살해' 증언 보도 및 '김형욱씨가 파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입국한 뒤 최종실종됐다'는 미 기밀문서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진실위는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살해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형욱의 박 정권 비난 활동에 대해 분개하고, 김형욱의 미 하원 청문회 및 회고록 출간을 저지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분명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직접 김재규 중정부장에게 김형욱 살해를 지시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욱, 김재규 부장에 의해 파리에서 제3국인이 살해"**

진실위에 따르면 1979년 9월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김형욱 전 중정부장이 프랑스로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주 프랑스 중정 거점장이던 이상열 공사에게 김 전 부장의 살해를 지시했다. 이 공사는 김 부장의 지시에 파리 현지에 어학 공부 등을 위해 체류중이던 중정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살해를 계획하게 된다.

이 공사는 프랑스 체류 기간이 거의 다 돼 귀국을 앞두고 있는 중정 연수생 신현진(가명)씨와 프랑스에 입국한지 3개월된 이만수(가명)씨를 지목해 두고, 10월 1일 비밀리에 귀국해 김재규 부장을 만나 김형욱 납치.살인 공작을 추진한다.

이 때 김재규 부장은 이 공사에게 살해에 사용할 독침과 소련제 권총을 이 공사에게 전해준 것으로 전해졌고, 이 공사는 파리로 돌아와 독침과 권총을 신현진, 이만수에게 건네면서 "김형욱이 곧 파리로 온다. 중정부장을 지낸 사람이 거액의 외화를 빼돌려 카지노에서 탕진하고 있고, 국가기밀을 마구 폭로하고 있다.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살해 공작을 암시했다.

이후 이 공사는 신현진에게 구체적인 살해공작을 지시했고, 신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구권 출신 친구 2명에게 미화 10만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하며 살해 공작에 가담시켰으며, 이만수씨를 소개시켜줘 함께 공작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펼쳤다.

***"김형욱, 카지노에서 돈 잃고 이성열 공사에게 돈 빌리려 만나"**

그러던 중 살해 당일인 10월 7일 신현진은 이 공사로부터 "김형욱으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가 왔어. 거절하려다가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사람을 소개 시켜 주기로 하고 만나기로 했다네"라는 연락을 받았고, 신현진은 외국인 친구 2명을 돈을 빌려주는 전주로 위장시켜 차에 태우고 샹젤리제 거리에 갔다.

신현진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김형욱 전 부장은 카지노에서 며칠 밤을 샌 듯 초췌한 모습이었고, 술 까지 마신 듯 취기까지 감돌아 알콜중독자 같은 모습에 상당히 실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진은 김형욱 전 부장을 차에 태우고 파리 근교로 내달렸고, 외국인 친구 한 명이 김 전 부장의 머리를 강하게 가격해 기절시켰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작은 숲속에서 외국인 친구가 도로에서 50m 떨어진 곳 까지 데려가 권총으로 사살했다.

신현진씨는 그러나 김 전 부장의 사체를 확인하지 않았고, 권총도 회수하지 않았다. 신현진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는 10월달로 낙엽이 쌓여가던 시기여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진씨는 이후 김 전 부장의 바바리코트 및 여권 지갑, 시계 등은 센느강에 버리거나 쓰레기통에 파기했고, 사흘후인 10월 10일 귀국했다.

신현진씨는 귀국해 김재규 부장의 상당한 환대를 받았고, 김 부장은 신현진씨를 따로 만나 분실한 권총에 대해 "소련제니깐 발견돼도 문제될 것 없다"고 말하는 한편, "내 직속기관인 정책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주장은 또한 "집은 어디야. 앞으로 장가도 가려면 집이 있어야 겠구만. 한 40~50평이면 되겠나. 알아보고 전하하게"라고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진실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현진씨는 그러나 그 후 얼마 안돼 정보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장소, 살해방법, 살해 지시자, 사우디 실종설 등 논란거리 남아**

진실위는 이번 발표에 대해 "신현진씨의 진술 및 여러 정황증거들을 토대로 내린 중간 결론"이라고 상당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살해 장소와 방법, 동기 등에 대해 여러가지 의문점이 남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살해 장소와 방법 등에 대해 의문점이 남는다. 진실위에 따르면, 중정 공작원들은 당시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10만달러라는 거액을 미끼로 외국인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으나, 중정이 거액의 공작금까지 써가면 외국인들을 김형욱 살해 공작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느냐는 문제다.

게다가 신현진씨는 당시 사체를 확인하지도 않고, 낙엽에 묻히도록 버려두고 왔다는 진술도, 사전 계획의 치밀성을 감안했을 때 신빙성이 약하다는 지적이고, 이성열 공사가 김형욱을 유인한 것도 당초 여배우를 통해 유인했다는 설과 배치되는 것인 데다가, 김형욱 전 부장이 프랑스 카지노에 가게된 배경도 추가적으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또한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한 부분이나, 김재규 부장의 지시에 의해서만 김형욱 전 부장의 살해 공작이 이뤄졌다는 부분도 의문이다. 김재규 부장은 김형욱 전 부장이 살해된 10월 7일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했다. 그렇다면 김형욱 살해 당시에는 이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큰 상태에서 단독으로 김형욱 살해 지시를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기밀해제된 미국무부 문서에서 "김형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종 실종됐다"고 보고한 것도 그 배경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진실위 관계자는 "미국의 문서를 확인했고, 그러한 문서가 작성된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진실위 관계자는 "이날 중간 발표는 김형욱 실종 사건을 두고 언론들의 과잉 취재 경쟁으로 인해 잘못된 추측이 난무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막아보고자 하는 취지이다"라며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겠지만, 계속 조사를 통해 의문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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