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의 홈경기에서 패하면 '공짜표 이벤트'를 실시하겠다던 LG 구단의 전략이 결국 '자충수'로 결론났다.
LG의 '선전포고'에 크게 자극받은 두산은 20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7이닝동안 LG에게 단 1실점만을 허용한 박명환의 역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5대1의 승리를 따냈다. 반면에 선수나 감독과 사전협의없는 일방적인 구단의 '배수진 전략'에 긴장한 LG는 실수를 범하면서 또다시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지난 해부터 잠실라이벌 두산에게 8연패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긴장한 LG, '실책'으로 역전 당해**
두산전 연패를 끊겠다는 각오로 무장한 LG는 1회말 박용택이 3루선상을 빠지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LG 선발 장문석의 투구에 꽁꽁 묶였던 두산 타자들은 6회부터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두산은 선두타자 김동주의 좌중간 2루타에 이어 홍성흔이 우중간 적시타를 기록하며 1대1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은 7회초 곧바로 동점의 균형을 깼다. LG 유격수 한규식은 임재철의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며 실책을 범했고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두산은 밀어치기에 능한 손시헌이 우전안타를 때려내 무사 주자 1,3루의 기회를 잡았고 장원진의 2루땅볼로 역전에 성공했다.
8회초 두산은 LG의 중간계투 요원인 경헌호, 민경수를 상대로 3점을 추가하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날 최고시속 1백51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삼진 8개를 솎아내는 등 LG 타선을 압도한 박명환은 시즌 6승째를 거뒀다. 박명환이 삼진 1개를 잡을 때마다 두산팬들은 환호했고 우측 외야스탠드의 K 플래카드가 선명하게 빛났다. 반면 LG팬들이 자리잡은 1루측 관중석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박명환은 "사실 난 오늘부터 공짜인줄 알았다. 어쨌든 내일 경기를 두산 팬들이 공짜로 볼 수 있게 돼 기쁘다. 3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1차전인데 제 몫을 한 것같아 더욱 기쁘다. LG와의 경기에서 하던 데로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두산 팬들에게 진 빚이 많은데 오늘 경기에서 선수들이 잘해 모처럼 팬들에게 빚을 갚게 됐다"고 언급했다.
***LG의 고질병, '구단의 일방주의'**
한편 LG 이순철 감독은 "최선을 다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내일은 꼭 승리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 감독은 LG구단이 '공짜표 이벤트'를 자신이나 선수들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 선수들의 긴장감을 높여 실책을 유발한 대목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의 고질적 문제인 구단과 선수단간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또다시 부각된 셈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최근 두산전 이전에 7승2패로 수직상승세를 타던 LG가 구단의 설익은 '한건주의식 배수진' 전략으로 도리어 위기를 자초한 게 아니냐며, LG구단의 일방적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20일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은 평일 관중치고는 꽤 많은 1만8천9백5명. LG 구단의 통계수치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약 20~30%의 관중들이 21일 다시 경기장에 올 것으로 보여 공짜 관객은 대략 5천명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21일 계약금 6억을 받고 들어온 특급신인 김명제를 선발로 내세웠고 LG는 김광삼을 마운드에 올릴 예정이다. LG가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계획한 공짜 이벤트가 또다시 두산팬들을 위한 잔치가 될 지, 아니면 LG의 두산전 연패탈출로 이어질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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