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이 주자와 충돌한 뒤 충격이 꽤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 괜찮다고 말했다. 최희섭의 플레이는 대단했다”.
최희섭이 10일(현지시간)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회 1루로 돌진하던 스콧 롤렌과 충돌했지만 타자주자를 아웃시킨 장면을 두고 LA 다저스 짐 트레이시 감독이 한 말이다.
***최희섭, 역전 3점포 쏘아올려**
상대팀 왼손 선발투수가 등판해 이틀 동안 선발 출장을 하지 못했던 ‘플래툰 플레이어’ 최희섭은 이날 주자와 충돌한 뒤 6회초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리며 LA 다저스의 9대8 승리를 견인했다.
최희섭과 세인트루이스 롤렌의 충돌은 다저스가 3대5로 뒤지던 5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발생했다. 다저스 선발 스콧 에릭슨은 롤렌의 투수 앞 땅볼을 잡아 2루로 던지려 했지만 타이밍이 늦어 1루로 방향을 틀었다. 최희섭은 좋지 않은 송구를 잡기 위해 1루 베이스를 벗어났고 타자주자 롤렌과 부딪쳤다.
최희섭은 타자주자를 아웃시키고 넘어졌지만 곧 숨을 고르고 다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롤렌은 어깨 부상을 당해 교체됐다. AP 통신은 10일 “최희섭이 지난 2003년 시카고 컵스 시절 내야 플라이를 잡다 케리 우드와 충돌해 넘어졌던 것과는 결과가 전혀 달랐다”며 이날 충돌사건을 언급했다.
충돌의 충격을 뒤로한 채 최희섭은 6회초 바뀐투수 자비스의 공을 통타해 중월 3점 아치를 그렸다. 다저스가 9대7로 경기를 뒤집는 결정적 홈런포였다.
***LA 트레이시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과 최희섭**
왼손과 오른손 투수에 따라 선발출장 선수를 결정하는 ‘플래툰 시스템’의 신봉자인 LA 다저스 짐 트레이시 감독은 현역시절엔 별 볼일 없는 선수였지만 마이너리그 팀 지휘봉을 잡은 뒤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 다저스 감독직에 오른 감독이다. 지난 해엔 8년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며 지도력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좌타자 최희섭과 우타자 올메도 사엔즈를 나눠서 기용하는 등 트레이시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은 계속적으로 논란이 됐다.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트레이시 감독의 판단은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타자들이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좌투수와의 맞대결에서 약점을 보였던 최희섭에게 트레이시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는 독(毒)이다. 현재 추세라면 좌투수와 상대하지 못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으며 향후에 좌투수와 맞딱드려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붙박이 1루수'로 가기 위한 성장통**
불행히도 최희섭이 맡고 있는 1루 포지션은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플래툰 시스템을 잘 사용하는 수비위치로 알려져 있다.
야구 통계분석학자이자 역사가인 빌 제임스는 “수비위치 가운데 플래툰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인 포지션은 1루수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제임스는 196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했던 윌리 맥코비, 올랜드 세파다와 1987년 토론토에 뛰었던 세실 필더, 프레드 맥그리프를 대표적 예로 들기도 했다.
플래툰 시스템은 최희섭을 더욱 분발케 하는 약(藥)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유망주 이스투리스가 비슷한 사례다. 지금은 LA 다저스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유격수 겸 1번타자 이스투리스도 2002, 2003년 알렉스 코라와 출장기회를 나눠야 했지만 이스투리스는 이 기간 동안 자신의 기량을 더욱 갈고 닦을 수 있었다.
최희섭은 10일 세인트루이스 경기후 2할8푼, 홈런 6개, 15타점을 기록 중이며 1루수 경쟁자 올메도 사엔즈는 2할8푼9리, 홈런 2개, 13타점을 올리고 있다. 팀으로 봤을 땐 동반자지만 개인적으론 경쟁자인 사엔즈와의 선의의 경쟁은 최희섭이 붙박이 1루수로 자리잡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성장통(成長痛)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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