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3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전이 펼쳐진 동대문구장 기록실에는 '괴물투수' 한기주(광주 동성고)가 강속구를 뿌릴 때마다 "1백50, 1백51Km. 1백45Km가 젤 느린 공이네"라는 프로야구 8개구단 스카우트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해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던 한기주가 이끄는 광주 동성고는 김성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군산상고를 2대0으로 제압하고 충암고를 2대1로 따돌린 신일고와 대통령배 결승전(4일 오후 6시, 동대문구장)에서 격돌하게 됐다.
***'위력투' 한기주, 탈삼진 12개**
1회말 군산상고 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한기주는 9회까지 1백30개의 공을 던지며 12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시속 1백50km를 상회하는 한기주의 불 같은 강속구에 군산상고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스러졌다.
광주 동성고는 '0의 행진'이 계속되는 6회초 3번타자 최주환의 중월 2루타로 천금 같은 선취점을 뽑았다. 한기주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1점은 결승점이나 다름 없는 점수였다.
군산상고는 8회말 대타 서성보가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후속타자 이준호는 보내기 번트를 댔지만 1루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다. 이후 최현옥의 중전안타로 다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보낸 군산상고는 후속타자들이 2루땅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동성고는 9회초 스퀴즈로 1점을 보태며 승리를 따냈다.
***한기주, "목표인 대통령배 우승위해 최선 다하겠다"**
경기 후 광주 동성고의 윤여국 감독은 "타력이 살아나지 않아 마운드에 있는 기주에게 부담이 되는 것같다. 내일 신일고와의 결승전엔 양현종 등 나머지 투수들이 4~5회까지 막아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여국 감독은 "3~4명의 투수들이 계투작전을 펼치는 신일고는 마운드의 짜임새가 좋고 기동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2~3명의 타자들을 제외하면 공격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설까지 나돌고 있는 한기주는 "연투는 아무래도 힘들다. 하지만 목표인 대통령배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직 진로에 관해 결정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한기주는 선동열 등 선배 대투수들과의 비교에 대해선 "선배들이 던지는 모습을 직접 못봐 모르겠다"고 말했다.
***'괴물투수' 한기주, 이번 대회에서만 33개 탈삼진**
일본 고교야구에선 고시엔(甲子園)대회에 거물급 투수가 뜰 때마다 '괴물(怪物)'이란 별명을 붙여준다. 1973년 여름철 고시엔 대회에서 4경기 동안 60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에가와 스그루와 1998년 요코하마고가 봄철, 여름철 고시엔 대회를 석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세이부 라이온즈)에게 각각 '쇼와(昭和)시대의 괴물'과 '헤이세이(平成)시대의 괴물'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야구 도입 1백주년을 맞이한 2005년, 최근 침체기를 맞고 있던 고교야구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괴물투수' 한기주는 이번 대회에서 22와 3분의 2이닝동안 무려 탈삼진을 33개나 기록하고 있다. 한기주가 광주 동성고를 17년만에 대통령배 고교야구 정상에 올려 놓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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