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타파문의 장본인인 LG화재 배구단의 신영철 감독의 사퇴를 촉구했다.
***문화연대-체육시민연대, “신영철 감독 사퇴하라”**
두 시민단체는 “LG화재 배구단 구타사건은 학원스포츠, 엘리트스포츠 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에도 구타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라며 신 감독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신영철 감독은 ‘엎드려 뼏쳐는 시켰지만 구타는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말을 번복해 구타를 시인했고 선수들까지 사주해 ‘15초 동안 엎드려 뼏쳐만 받았고 구타는 없었다고 말하라’고 입막음까지 했다”고 고발했다.
이들은 “지도자로서의 양심을 상실한 신영철 감독은 마땅히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함은 물론 그에게 사법적 처벌에 준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퇴진을 촉구한 뒤, 솜방망이 징계를 한 LG화재 배구단에 대해서도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 대신 거짓말을 일삼는 감독을 보호하기 위해 3개월 감봉이란 무의미한 징계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LG화재 배구단의 한 관계자는 2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프로배구 원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28일부터 펼쳐지는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선수들은 25일 구미에 내려갔다. 처음에는 구타파문으로 선수들이 동요됐지만 지금은 조금 안정된 상태다”라고 말해 신 감독을 퇴진시킬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지도자에게 가장 좋은 지도방법은 사랑”**
이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신 감독에 대한 사퇴 요구가 개인에 대한 징계 차원이 아니라, 폭력이 일상화된 체육계의 정화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주원홍 삼성증권 테니스팀 감독은 “이번 폭력사태는 신영철 감독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체육계의 전반적인 문제”라며 “지도자 교육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도 운동생리학 같은 과목 대신 실질적인 지도자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도자에게 가장 좋은 지도방법은 사랑"이라며 "나의 경우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아 외국코치들이 선수를 다루는 방법을 많이 지켜봤다. 외국선수들은 코치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코치들도 선수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나진균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들의 70%는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재직증명서도 발급이 안되고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몇 년 전 일부 지방교육청에선 일선 학교에 ‘전국체전, 소년체전에 상위입상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지도자는 권고사직시켜라’라는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지도자들은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성적지상주의에 빠지고 구타행위도 자연스레 일어난다”며 구타의 원인을 열악한 지도자 처우에서 찾기도 했다.
강신욱 단국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체육계 구조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구타는 정당화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를 때려도 된다는 일선 지도자들의 의식에 있다"고 주장했다.
***“구타경험 일반선수 78.1%, 대표선수도 4.9%”**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가 대한체육회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선수폭력실태조사 및 근절대책>이 발표됐다.
국가대표 선수 1백9명을 포함한 1천6백명의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구타를 경험한 일반선수가 78.1%에 달했고 대표선수도 4.9%나 구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58.4%의 선수들이 일주일에 1번 이상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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