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독일의 과거사 청산 방식 존경", 日 우회 비판

독일 언론, "日, 민족주의라는 야수를 탔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저녁(한국시간 13일 새벽) 독일연방하원 주요 인사들을 초청, 만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독일의 과거사 청산 방식을 존경한다"는 의사를 표명,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 "독일 전쟁 끝난지 60년 지난 지금도 배상 계속"**

노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하르트무트 코쉭 한독의원친선협회장, 쨈브리츠키 경제협력개발위 부위원장 등 20여명의 독일연방하원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갖는 자리에서 "독일은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했다"고 독일의 과거사 청산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독일은 전쟁이 끝난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역사교과서 또한 이웃나라들과 협의를 거쳐 편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왜곡에 대해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독일의 이런 노력이 주변국과 화해를 이뤄내고 오늘의 EU(유럽연합) 통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며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이 밖에 우리 국민이 독일을 가장 부러워하는 세가지는 독일 통일과 EU 통합, 그리고 과거사 청산이라며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언론, "日, 민족주의라는 야수를 탔다"**

한편 디 벨트, 프랑크푸르터 알게 마이네 차이퉁(FAZ),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 등 독일의 3대 일간지가 노 대통령의 독일 방문 기간 동안 일본의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논평을 일제히 게재했다.

양대 보수지중 하나인 디 벨트는 11일 '일본 민족주의자들, 호전적인 일제(日帝)의 위대함 애도'라는 논평을 통해 "일본이 자신의 호전적인 전쟁사와 식민 지배사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매우 기이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 일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통해 민족주의자들의 감정을 이용했고 몇몇 극우단체들은 옛 일본제국의 위대성과 제국군대의 영웅적 군인들을 선전하고 있다"며 "역사 서술 과정에서 종종 공식적으로 자신을 희생자라고 가장하는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워폭투하의 희생자들을 기린다"고 일본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지난 주말 북경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일 시위 등 중국의 반일시위와 관련, '돼지같은 놈들, 꺼져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중국 공안당국은 '돼지 같은 일본놈들, 꺼져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본 대사관으로 향하는 약 3천명의 시위대를 저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보수지인 FAZ도 12일 '일본의 어두운 그늘'이라는 사설에서 "북핵문제를 계기로 일본에 자기도취와 자기미화의 민족주의가 분출하고 있다"며 "일본은 주변국이 요구하는 과거청산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유엔안보리 진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집권 사민당 우호지인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11일 '민족주의의 야수'라는 논평에서 "일본은 북핵문제를 과장, 군사대국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북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하는 독일에도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족주의라는 야수를 탄 일본이 이를 돌이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