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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따로, 예산 따로. 이게 무슨 입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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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법 따로, 예산 따로. 이게 무슨 입법이냐"

'함께하는 시민행동', "국회 예산수반 입법안 1/3이 부실"

국회의원들이 법률안을 발의할 때 예산상의 조치가 수반되는 법률안의 경우 소요되는 예산을 추산한 예산명세서를 제출해야 하나, 예산부수법안의 1/3 가량이 아예 예산은 고려치 않거나 부실한 예산 계산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즉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될 예산을 고려치 않은 채 법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8일 '17대 국회의 법률안 비용추계 실태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3개월간 예산부수법안 조사결과 33%가 비용추계하지 않거나 '반쪽 추계' 상태로 나타났으며, 17대 국회 출범 후 8개월간 제출된 법안비용추계서 1백60건에 대한 내용분석 결과도 90%가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한 부실추계로 드러났다"며 "법안비용추계 관련규정 보완, 관리체계 개선, 예산연계 법안심의 제도화 등 개선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발의안 1/3, 예산 계산도 안하고 법안 발의"**

시민행동에 따르면 2004년 12월~2005년 2월 사이에 발의된 의원 입법안 2백건을 조사한 결과, 이중 57건이 예산 편성이 필요한 예산부수법안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57건 중 7건은 아예 예산명세서 자체가 포함되지 않았고, 형식적으로 비용추계서는 첨부하였으나 여러 조항에 걸쳐 예산소요가 예상됨에도 그중 일부만 비용추계한 경우가 12건이었다.

즉 최근 예산부수법안 57건 중 19건(33%)이 아예 비용추계를 하지 않거나 일부만 추계를 한 비용추계 의무 불이행 법안이라는 것이다. 국회법 제79조 2항에 따르면 "예산상의 조치가 수반하는 법률안 기타 의안의 경우에는 예산명세서를 아울러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시민행동은 또한 2004년 6월~2005년 1월 사이에 발의된 입법안 중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법안 1백60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비용추계 기본요건을 모두 갖춘 법안은 18건(11.25%)에 불과하고, 90여%는 비용추계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산부수법안 90% 예산 비용추계 기본도 안 지켜"**

구체적으로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법률안 제정으로 인해 상당한 예산 조치가 필요함에도 비용 추산을 하지 않은 경우다. 지난해 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의 명의로 대표 발의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경우 '국민연금기금자산투자전문회사'의 설립, 국민연금의 투자 활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상당한 규모의 기관이 새로 생겨남에도 아무런 예산명세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시 예산명세서를 포함하려 했으나, 연기금으로 운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예산명세서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국회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예산명세서가 필요 없다는 답변을 들어 예산명세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행동측은 "연기금으로 운용하는 기관이더라도 연기금 운용에는 국회의 심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예산명세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예산명세서를 첨부했지만,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예산을 계산한 경우도 상당수다. 지난달 2일 보건복지위에 발의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미숙아 등의 출산에 대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으면서 예산은 '신생아 집중치료센터' 설치만 계산했다는 지적이다.

<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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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특별법중개정법률안(2004년 9월 13일 발의) - 해당 상임위 : 산자위

1. 총 소요예산 : 220억원(향후 5년간, 추정)
가. 지방공항의 시설개선 및 이용활성화(안 제35조제2항)
나. 지방공항의 국내 노선 유지(안 제35조제2항)

2. 산출근거
가. 지방공항(8개소: 광주, 울산, 여수, 목포, 사천, 포항, 군산, 원주)의 시설개선 및 이용활성화
- 공항 8개 × 5억원 = 40억원
나. 지방공항의 국내노선 유지(향후 5년간)
- 적자 노선 12개(흑자노선인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곳) * 연간 3억원 × 5년 = 180억원
* 세부내용은 정부의 시책과 구체적인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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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명세서를 첨부했지만, 예산명세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부실 명세서도 지적됐다. 지난해 9월 산자위에 발의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중개정법률안'은 지방공항 육성 등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그러나 "지방공항별로 적자규모가 다르고 그 원인에서도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산출근거도 없이 일괄적으로 일정액을 계상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표1 참조)

이밖에 지난해 8월 발의된 '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중개정법률안'도 예산명세서에서 입양 촉진을 위한 입양비용 지원 총 소요예산을 8억원으로 잡고 산출 근거를 '50만원(입양알선비용의 1/4수준) × 약 1천6백명(지난 6년간 평균 국내입양아동수)'로 계산하고 있으나, 알선 비용의 구체적인 산출근거는 무엇이고, 얼마동안 이러한 예산이 투입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표2 참조)

<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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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중개정법률안(2004년 8월 18일 발의) - 해당 상임위:보건복지위

1. 총 소요예산 : 800,000,000원

2. 산출근거
- 입양알선비용의 보조
500,000원(입양알선비용의 1/4수준) × 약 1,600명(지난 6년간 평균 국내입양아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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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명세서 제출 의무만 있고, 미제출시 제재수단 없어 부실 초래**

시민행동은 이와 같이 의원 입법의 예산 고려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 "예산명세서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입법의 경우 재정소요추계를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추계서의 형식과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내용의 세부규정이 마련돼 있어 상대적으로 예산 추계가 잘되고 있다는 것과 비교할 만 하다.

시민행동은 따라서 "예산부수성 여부 판단기준, 의무 불이행시 제재, 추계서의 기본요건과 형식 등 명시 등 법안비용추계 세부규정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재규정을 통해 의무 이행을 최대한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예산이 수반되는 법안에 대한 판단기준이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예산이 필요한 법안에 대한 판단이 의원 개인이나 일부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예산 계산할 현실적 제도와 인력 부족"**

국회 관계자도 "예산을 추계하는 데는 제대로 하려면 길게는 5개월까지 걸리기 때문에 부실한 예산명세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하는 한편, "현재의 국회 예산처와 정당의 인력과 기능으로는 한달에 수십개씩 쏟아지는 법안에 대한 예산을 일일이 수립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관련 제도와 인력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민행동은 이밖에 △예산부수법안의 본회의 상정 전 예결의 심의통과 의무화 △법안비용추계에 대한 행정부 민간전문가 의견청취를 위한 예산공청회 의무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16대 국회에 비해 예산 추산 비율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아직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법안이 통과돼 예산이 수립될 경우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되는데,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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