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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한미관계 변화, 한미동맹 멀어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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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0년간 한미관계 변화, 한미동맹 멀어져가"

[인터뷰] 한반도 전문가 오버도퍼 교수 "부시 2기정책 주목"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으로 한국 문제전문가인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15일(현지시간) 한미관계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남한 국민들과 정부가 왼쪽(진보)으로 이동한 반면, 미국 국민과 정부는 오른쪽(보수)으로 변해서 양국간 격차가 더 커졌다”며 “양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계속해서 고수하려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며 점점 서로 멀어져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한, 정상회담 이후 미 정부가 반대하는 남북 협상 지향”**

오버도퍼 교수는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D.C 니체고등국제문제연구대학원(Paul H. Nitze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에서 가진 대담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한국이 왼쪽으로 갔다’는 의미에 대해 “북한과 관계에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의 정상회담 이후 남한정부의 북한정부에 대한 자세나 태도는 1945년 이후부터 지켜왔던 것과 전혀 다르다”며 “미국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두 나라간의 합의, 협상 등을 남한 정부에서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경제력의 성장으로 양국이 서로 지시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서로 상의해서 결정해야할 상황에 놓여져 있다”고 과거와 달라진 경제상황도 한미동맹 변화의 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큰 논란을 빚은 핸리 하이드 하원 외교위원장의 “한국 정부는 누가 주적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미 하원의원은 4백35명이 있고, 상원의원은 1백명이다. 하이드 의원은 4백35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북한 체제 인정, 부시 행정부가 가장 마지막에 하고자 하는 것”**

북핵 6자회담 전망과 관련, 오버도퍼 교수는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할지 의심스럽고,복귀한다고 하더라도 큰 진전은 없다고 본다”며 “북한의 가장 중요하고 양보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은 '미국 정부가 북한 체제 전복을 바라지 않는다'는 아주 명확한 발표지만 불행하게도 이는 미국 부시 행정부가 가장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과 같은 최고위층 인사가 실질적인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북미 양자 대화가 곧 벌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비관적 전망을 했다.

***“부시 2기 행정부, 이란 정책 변하고 있어 주목”**

그러나 오버도퍼 교수는 부시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의 이란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기도 했다.

그는 “2기 부시 행정부가 한국과 북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부시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이란 정책에 큰 변화가 있다는 점”이라며 “부시 1기 행정부에선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없었지만 2기 행정부에서 정책이 변했고 나는 그게 라이스 장관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2주전만 해도 미국 정부가 이란 정부에 ‘만약 핵무기 계획을 포기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물론 이란은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고 얘기하지만 어쨌든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런 것을 볼 때 대북정책도 비슷한 방식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버도퍼 교수, 한국 역대대통령과 친분**

오버도퍼 교수는 1953년 포병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이후 <워싱턴포스트> 도쿄 주재원(1972-1975) 등 기자로 활동하면서도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취재를 오랫동안 해왔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일하면서 그는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한국 정치지도자들과도 친분을 쌓았으며, 북한에도 세차례 갔다왔다. 1993년 기자를 그만둔 뒤 그동안 취재해왔던 기록을 바탕으로 <두 개의 한국: Between Two Koreas>(이종길 역. 길산. 2002)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은 현재 미국 대학교에서 한국 근현대사 기본 교재로 사용되고 있고 국무성, 국방부, CIA 등 미 정부기관에서도 한국관련 업무 담당하는 관료들에게도 필독서로 꼽힌다고 한다.

오버도퍼 교수는 자신이 한국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로 세 가지를 밝혔다. “첫째,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변해가는 정치사 자체가 매우 극적이고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둘째, 세계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비중이 커가는 상황에서 일본과 중국에 대한 책은 굉장히 많지만 한국에 대한 책은 별로 없었다. 셋째, 이런 책을 아직 한국 언론인이나 학자가 쓰기에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베트남전을 다룬 <Tet>(1971), 미국과 소련간 냉전 문제를 다룬 <The Turn>(1991) 등 5권의 저서가 있다.

다음은 이날 대담 주요 내용이다.

***“‘악’ ‘폭정’은 감정의 표현, 외교적 언어가 아니다”**

문 : <두 개의 한국>에는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북한에 대해 어떻게 취재했나?

오버도퍼 : 이 책은 정확히 말하면 북한에 대해 쓴 것은 아니고 두 개의 한국에 대해서 쓴 것이다. 나는 북한을 세 번 다녀왔다. 1991년, 1995년. 두 번은 내가 이 책을 쓰기 전이다. 최근엔 2002년에 갔다 왔다.

북한에 가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북한에 대해 많이 배웠다. 여러 사람을 만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식’으로 북한에 대해 배웠다. 내가 장님이라고 할 경우 이 동물이 무엇인지 알려고 여기 저기를 만지는 것과 비슷하다. 코를 만지고, 다리를 만지고, 가죽을 만지고, 그렇게 다 만지고 나면 ‘이게 코끼리구나’ 아는 것처럼 북한에 대해 공부한 방법은 북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다 만나서 그 결과를 합쳐서 알아냈다.

문 ; 그렇게 종합적으로 판단한 북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의 정체성이랄까, 북한을 어떤 나라라고 평가하는가?

오버도퍼 : 국립문서보관서(National Archive)에 보면 ‘어디에서 시작했으며 지금 현재 무엇인가’, ‘과거를 공부하라’는 두 개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두 문구를 학자나 언론인은 늘 생각해야 한다.

북한(DPRK)을 설명하는 단어는 북쪽(North)과 한국(Korea)이라는 두개다. 대한민국(DORK)도 마찬가지로 남(South)과 한국(Korea)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 단어 중 하나인 한국이라는 단어를 무시한다. 한국은 예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던 나라고, 지역적 특성이 있고, 1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 두 나라가 분리된 것은 단지 1945년 이후의 짧은 기간 동안이다.

왜 한국이 분단됐는지 많은 미국사람들이 모른다. 한국 사람들 역시 잘 모른다. 그건 2차대전 후에 러시아가 남한을 넘어 한반도를 다 차지하고 일본으로 가려는 기미를 보였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별로 생각도 안 하고 한 결정의 결과다.

또 38선을 그을 때만 해도 그때는 임시적으로 몇 달만 하려고 했던 것이다. 원래 일단 결정하고 두 나라가 상의한 뒤 한국을 제대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두 나라가 합의를 못했다. 그리고 소련 쪽에선 38선 이북에 자기들 식의 권력집단을 세우고 서른 세살 난 게릴라 출신의 장군 김일성을 앉혔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조지 워싱턴, 하버드, 프린스턴 대학을 나온 70대의 이승만 박사를 앉혔다.

북한 정치 체제는 1945, 1947, 1948년을 거쳐 소련식으로 성립됐다. 북한 정치 체제는 1947년 이래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른 것은 많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정부 조직형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도자 한사람이 모든 결정을 하고 의회가 있지만 절대적으로 권력이 없다. 또 군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 :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언급한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란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오버도퍼 : ‘악’이나 ‘폭정’은 감정의 표현이지 외교적 언어가 아니다. 나는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것을 집에서 부인과 함께 TV를 통해 봤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고 말했을 때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떤 나라와 협상을 해 결과를 얻기 위해선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나는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 종식 당시 기자로 그 문제를 취재했는데 레이건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악마의 제국(evil's empire)’이라는 표현을 쓴 적 있다. 단 한번 썼고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좋아했지만 외교적으로 봤을 때는 실수한 것이다.

내가 취재를 하면서 고르바쵸프 등 당시 소련 지도자들을 만났을 때 소련은 악의 제국일지 몰라도 그 사람들은 악마들은 아니었다. 김정일 위원장을 한번도 못 만났지만 북한의 고위층 인사들과는 개인적으로 많이 안다. 그 사람들이 악마라고 느끼진 않는다. 물론 북한의 체제가 좋은 체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체제가 상대할 수 없을 정도라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부시 2기 행정부, 대북 정책 변화 있을까”**

문 :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책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려는 게 중요한 방문 목적 중 하나다. 한국에선 부시 1기 행정부와 2기 행정부의 정책의 변화에 대해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미 행정부에서 라이스 장관 체제가 들어서면서 파월 전 국무장관보다 강경책을 구사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 들어가 있고 한국을 곧 방문할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핵문제 국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북핵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대처 방안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오버도퍼 : 솔직히 2기 부시 행정부가 한국과 북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모른다. 아직 불투명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북한 문제가 이란 사태와 흡사하다는 점이다. 핵무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과 미국 정부가 상대하고 싶지 않은 정권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이란은 유사하다.

지금 현재 부시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이란 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선 미국이 유럽 국가들과 함께 이란의 핵무기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2기 행정부에서 정책이 변했고 나는 그게 라이스 장관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2주전만 해도 미국 정부가 이란 정부에 ‘만약 핵무기 계획을 포기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 전에는 그런 제안이 전혀 없었다. 물론 이란은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고 얘기하지만 어쨌든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 대북정책도 비슷한 방식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제보장이 가장 중요"**

문 : 북한 외무성이 지난 2월10일 성명을 발표했고, 3월2일 비망록을 발표했다. 북한측 입장에 따르면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 때문에 6자회담에 응할 수 없고 북한이 핵무기를 증산하겠다고 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본인의 입장은?

오버도퍼 : 북한의 성명과 비망록은 북한 정부의 입장을 진정으로 대변한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첫 번째 요구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 정부를 방해하거나 전복시키는 게 아니라 합법적이고 독립적 정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미 행정부가 북한 정부를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앞으로도 전복시키지 않겠다는 확신을 주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본다. 석유, 식량원조 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북한정부에 대한 인정이 미국 부시 행정부로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는 점이다.

문 ;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나.

오버도퍼 : 북한이 성명을 발표한 시점은 중국에서 고위급 인사가 밀사로 오게끔 돼 잇는 상황에서 이들이 오고 나서 발표하면 중국 측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으므로 오기 전에 발표한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북중 관계는 항상 근접한 관계였다. 하지만 그 관계가 어느 때보다 요즘에 와서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 있다.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고위 당국자가 책상을 땅땅 치며 강경하게 ‘중국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걸 보는 순간 중국에서 북한에 어떻게 지시할까를 걱정하는 느낌을 받았다.

문: 내 질문은 2004년 10월 후진타오 주석이 전적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대만문제에 대해 미국이 협조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나 보는 것이다.

오버도퍼 : 나는 후진타오가 정권을 잡은 이후 중국 정책이 크게 변했다고 보지 않는다.

***“북, 6자회담 복귀 불투명. 북미 양자 고위급 회담이 실질적 해법”**

문 : 지금 핵문제가 해결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6자회담과 북핵문제에 대한 전망은?

오버도퍼 : 나는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할지 의심스럽다.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큰 진전은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북한이 가장 중요하고 양보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은 미국 정부가 북한 체제 전복을 바라지 않는다는 아주 명확한 발표다. 북한정부가 납득하기 위해선 굉장히 고위층 인사, 예를 들면 부시 대통령이나 라이스 장관이 실질적인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런 북미 양자 대화가 곧 벌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6자회담에 대해선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문 : 6자회담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일반적인 견해냐?

오버도퍼 : 그거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 개인적으론 다른 전망을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문 : 앞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매파와 다르다고 말했는데, 북한정책에 있어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나?

오버도퍼 : 솔직히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라이스 장관이 부시 대통령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라는 거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서 라이스 장관이 한국 관련 입장에 대해 자기 의견을 강력히 애기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때는 안보보좌관이었고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라이스 장관이 이란 정책에 대해서는 예전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왼쪽으로, 미국은 오른쪽으로 이동”**

문 : 최근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인 하이드 의원이 ‘한국 정부는 누가 주적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발언을 했다. 나는 이게 한국은 미국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오버도퍼 : 미 하원의원은 4백35명이 있다. 상원의원은 1백명이다. 하이드 의원은 4백35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가 하원의 외교위원장으로 있지만 그는 매우 독자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가 미국정부를 대변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문 : 최근 한미 관계가 변하고 있고 한국인들은 한미관계가 좀더 동등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하이드 위원장 발언에서 볼수 있듯 미국은 한미간의 변화된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오버도퍼 : 현재 한미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남한 국민들과 정부가 왼쪽(진보)으로 이동했다. 반대로 미국 국민과 정부는 오른쪽(보수)으로 변해서 양국간 격차가 더 커졌다. 양국 정부는 한미동맹이 계속해서 고수하려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점점 서로 멀어져 가고 있다.

또 하나 추가할 것은 한국 경제력의 성장이다. 내가 군인이나 주재원으로 있었던 1970년대 한국 경제는 미미했다. 미국 정부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원조를 하던 상황이었다. 지금은 완전히 변해 과거보다 훨씬 대등한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상의할 수 있는 위치다. 그래서 양국이 서로 지시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서로 상의해서 결정해야할 상황에 놓여져 있다.

문 : 한국의 입장에선 봐선 미국과 좀더 대등한 관계로 가는 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왼쪽으로 더 치우쳐졌다고 하셨는데 이 견해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한국민들이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게 한미 관계에 좀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너무 강조할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목소리를 좀더 많이 듣고 진심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버도퍼 : 한국 국민들이 목소리를 좀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미국이 상대하는 모든 우방 국가들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평등(equal)의 의미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경제력은 세계 1위다. 하지만 남북한을 다 합해도 세계 10-11위 정도 수준이다. 국가간 관계가 단순히 GNP, 군사력 등으로만 판단돼서는 안 되지만 이런 요소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국가간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존중과 합의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간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건 인정한다. 이건 정책적인 평가고 내부에는 상당히 복잡한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북한과 관계에 있어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의 정상회담 이후 남한정부의 북한정부에 대한 자세나 태도는 1945년 이후부터 지켜왔던 것과 전혀 다르다. 미국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두 나라간의 합의, 협상 등을 남한 정부에서 지향하고 있다.

문 : 내가 지적한 한미간 대등한 관계라는 게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지칭하는 것이지 모든 면에서 똑같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면 한반도에서 평시 작전권은 한국이 가지고 있지만 전시 작전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 한국정부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전시 작전권의 환수를 요구하고 있다.

오버도퍼 : 나는 전시작전권이 10년 이내 넘어갈 것이라고 본다. 작전권 문제는 6.25 전쟁 이후 내려온 전통적인 문제로 미군이 한국의 안전보장을 해주던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용산 기지가 한강 이남으로 옮기고, 결론적으로는 현재 미군에서 유엔사령관으로 있는 4성 장관이 하와이 호놀룰루로 옮겨가고 남한에 3성 장관만 있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에 4성 장군이 없을 경우 작전권을 미군이 갖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런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양쪽 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문 :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 내줘서 고맙다.

오버도퍼 : 오는 5월 제주평화포럼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데 그때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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