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건설 특별법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로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반대파는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와 투쟁은 별개"라면서도 김 대표의 사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도 반대파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도부, 내분수습 착수 **
박근혜 대표는 5일 오전 당사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끝까지 말렸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김 대표의 용단이 헛되지 않도록 단결해야 하고,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0개월간 여야 관계가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김 대표가 지혜와 경륜을 갖고 해준 많은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표는 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박세일 전정책위의장에 대해 "의원직 사퇴 뜻만은 접어주길 바란다"고 만류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어제 연락을 하려 했는데, 연락이 안돼서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못했다"고 둘 간의 멀어진 사이를 실감케 했다.
박 대표는 단식 농성중인 전재희 의원에 대해서도 "오늘로서 3일째인데 빨리 단식을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박세일 의원 등을 향해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한 김무성 사무총장, 전여옥 대변인을 겨냥 "책임을 져야 하는 지도부 입장에서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고 재촉을 하는 세력에 대해선 따가운 질책이 있어야 한다"며 "공당의 당직자가 당 분열을 부추긴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당이 물어야 한다. 분명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의원 다수가 사퇴하라면 사퇴"**
한편 박 대표는 전날 나라발전연구회 초청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의원 다수가 사퇴한다고 생각하면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그런 문제로 퇴진해야 한다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한 두 사람이 요구한다고 해서 (전당대회가 성사)된다면 그게 바로 사당화"라고 말하고 "모든 것은 토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정은 전체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파로서는 김 대표의 사퇴로 더 이상의 확전을 꾀하기가 여의치 않아 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는 한층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오 "박 대표 제외한 당직자 총사퇴"**
한편 이명박 서울시장이 전날 "박근혜 대표 중심으로 당을 수습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내분 수습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대파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은 김 대표 사퇴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 대표의 사퇴는 당의 발전과 단합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김 대표의 사퇴는 원내전략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린 것"이라며 "대부분의 당직자가 사퇴의사를 밝힌 만큼 박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새로운 진용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당직개편을 종용했다.
이 의원은 "당 내분이 심해지고 갈등이 증폭될 때 해결법 중 하나로 당직자 총사퇴를 들 수 있다"면서도 "원내전략 부재에 책임문제이므로 당 대표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다"고 박근혜 대표 사퇴 요구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반대파 의원들은 박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는 낮추되, 일단 '김 대표 사퇴와 투쟁은 별개'라며 다음 주 중으로 예정된 '특별법 위헌 공청회'와 시민단체와 연계한 위헌 소송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재희 의원도 당장은 단식을 풀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고, 박세일 의원도 현재까지 입장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친박-반박 전면전**
김 대표의 사퇴에 이어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부대표 9명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남 부대표는 "제대로 보필을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한다"며 "한나라당의 환골탈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분 사태는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 궐위시에는 7일이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게 돼 있어 이르면 내주 중에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후보군에 거론되는 의원들은 강재섭, 맹형규, 권철현, 김문수 안상수 의원 등이다. 강재섭, 맹형규 의원은 친박그룹으로, 권철현, 김문수 안상수 의원은 반박그룹으로 분류돼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친박-반박 세력간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김문수 권철현 의원 등은 의욕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강재섭 맹형규 의원은 낙선시 차기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박세력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내에서의 지도부 투톱의 엇박자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친박세력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한지붕 두가족이나 다름아닌 한나라당의 내분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