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 "보수 신당, 나는 반대"

<조선일보> 제안 일축, "박대표 중심으로 당 수습해야"

이명박 서울시장은 4일 열린우리당 정세균 대표의 발언으로 불거진 행정도시특별법과 과거사법과의 '빅딜설'에 대해 오랜 침묵을 깨고 "여당이 한나라당을 분리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며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 등이 자신을 대상으로 제기한 탈당후 보수 신당 창당론에 대해서도 "나는 반대한다"고 일축했다.

***이명박 "'보수신당' 반대. 박 대표 중심으로 당 수습해야" **

이 시장은 이날 오전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이럴 때는 흉허물을 덮고 힘을 모아 남과 먼저 싸운 후, 그 다음에 내부 책임을 물어야 발전한다"며 "당분간 박대표 중심으로 당을 수습해야 한다"고 행정도시특별법 통과 후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야당은 여당과 비교할 때 힘이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안된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라며, 최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과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가 제기한 '보수신당'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한나라당이 쪼개져 다음 대선에서 각각 후보를 낼 경우 '백전백패'하고, 이럴 경우 지지층인 보수세력들도 분당세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은 "똑같은 사람들만 모이면 과거식 보수 정당이고 군사정권 때 정당"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포용하고 융화시켜서 하나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같은 맥락에서 "당직이나 국회직을 그만두겠다는 사람에게 그만 두라고 하는 것도 나쁜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가면 지도자의 품성이 아니다"고 박 대표의 태도도 비판했다. 이 시장은 "당 대표는 오너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위기 때는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파, 지방선거 공천 공정하게 해야"**

이 시장은 '박 대표가 조기 퇴진하고 올 7월 전대를 열어 당권-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상적으로 하면 박대표 임기(2006년 7월)가 끝난 다음부터 하는 게 순리"라며 "문제는 지방선거 공천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당권·대권 분리는 박대표가 찬성했던 사람이니까 쉽게 납득할 것"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해야할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정하게 (여당 내) 후보를 결정하는 일인 것처럼, 당권파도 선거를 앞두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당분간 박 대표 체제를 인정하되, 연말께 가시화될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지켜본 뒤 공정성이 결여될 경우 박 대표 체제를 문제삼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지도자는 어제 오늘 다르면 신뢰 잃는다"**

'행정도시법 반대파'의 배후에 이 시장이 있다는 의혹 섞인 시선에 대해 이 시장은 "가까운 사람도 있고, 거리가 먼 사람도 있고 그런 오해가 있어서 전화 한 통 못했다"고 부인한 뒤, "하지만 내가 수도권 이전을 반대하는 데는 뚜렷한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수도 이전에 반대하던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지사 등 다른 대권자들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겨냥, "한나라당은 위헌 판결 때 만세 불러놓고 이번에 또 야합했다.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라면서 "지도자가 어제 오늘 다르면 신뢰를 잃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률적 지식은 없지만 이번 여야 합의도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다시 위헌소송으로 가냐"는 질문에 "위헌 소지가 있으면 돌려야 한다"며 "서울시는 헌소 당사자가 아니다. 하지만 졸속으로 한 사항이니까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