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연찬회 직후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박근혜 대표를 비난했던 이른바 반박(反朴)의원들을 향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뺑덕어미"라고 맹비난, 반박 의원들을 향한 친박 그룹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뺑덕어미들"**
전 대변인은 6일 자신의 홈페이지(www.oktalktalk.com)에 올린 글에서 "연찬회에서 많은 의원들이 '너무도 집요하게 나오는 여권의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다 아는 과거사 들추기에 박 대표와 함께 타이타닉처럼 침몰할 수는 없다. 5,6공의 그림자도 걷어내야 할 판에 우리 한나라당과 관계없는 3공까지 박 대표때문에 뒤집어 쓸 수 없다'면서 박 대표에게 물러나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탄핵의 폐허에서 박 대표의 치마폭에 싸여 치마꼬리 붙잡고 '살려달라'며 애걸해서 1백21석을 얻었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거센 과거사 폭풍을 몰고 오니 '이것이 제 2탄핵풍이다!'라고 몸 피할 생각부터 한다"고 반박 의원들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그러니 방법은 박 대표가 혼자서 치마폭에 얼굴 폭 파묻고 심청이처럼 뛰어내려 달라는 것인데, 국민이 우리 한나라당을 어떻게 보겠나"라며 "국민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뺑덕어미' 보듯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 대변인은 "박 대표가 이미 '박정희 전대통령 문제와 나에 대해 아무런 부담갖지 말아 달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이 정도 했으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은가"라고 박 대표를 적극 두둔했다.
전 대변인은 "이럴 때 박대표에게 매정하게 말해야 겠나. 국민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하나가 돼 박 대표를 감싸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사람내치지 않는 의리있고 따뜻한 한나라당을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 연찬회에서 네탓이니 니탓이니 하지 않고 모두 우리 탓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가 된 한나라당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한나라당은 과거사로 발목잡히지 않는다"며 "과거사로 가장 낭패를 볼 사람들은 이 살아있는 현재에 죽은 과거사를 들이대는 사람들이다. 그들(여권)은 유령과 대화하며 유령의 나라에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여권에게 과거사문제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을 경고했다.
전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상관도 없는 과거사에 움찔할 필요가 없다"면서 "과거사에 당당히 대응해 한나라당의 '현대사'를 보여줘야 한다. 한나라당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대리전 시작되나**
대변인직을 맡고 있는 그의 이 같은 비난은 당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왔다. 특히 전 대변인은 지난 해 3월 입당과 동시에 대변인에 임명된 뒤, 한번도 교체되지 않을 정도로 박 대표의 신임이 두터워 박 대표의 ‘복심’으로 통한다.
하기에 반박그룹의 중심에 서 있는 비주류, 소장파 의원들은 전 대변인의 발언을 접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주류 이재오 의원은 "지난 총선때 박 대표가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해 뛴 것을 마치 은혜를 베푼 것처럼 말해선 안된다"고 비판했고, 소장파 정병국 의원도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일각에선 당직을 맡고 있는 전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반박그룹들을 비판한 것이 반박그룹에 대한 친박그룹의 조직적 대응이 시작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 비례대표 그룹과 소위 '박 대표 흑기사 클럽'으로 주목받았던 영남권 초선 의원들이 박 대표 지지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비록 전 대변인은 "연찬회 이후 개인의 소회를 말한 것 뿐"이라고 친박계보 형성을 부인했고, 박 대표도 "나는 계보를 만들지 않는다"고 못 박았지만, 연찬회 이후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대권3룡의 대리전이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우선 이명박 서울시장과 행보를 같이 해온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은 3대입법 처리 과정 등을 둘러싸고 박 대표를 향해 당 운영과 관련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예고해 놓은 상태다.
또한 연찬회를 계기로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소장파 그룹과의 연대 가능성도 급속하게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 취임 초만해도 친박세력으로 분류됐던 소장파 의원들이 연찬회를 통해 반박세력의 중심으로 돌아서면서 '코드'가 맞는 손 지사와 ‘이심전심’이 통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비록 소장파 의원들은 손 지사와의 연대설에 곤혹스러움을 드러내며 강력부인하고 있지만, 당내 한 관계자는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조합"이라며 "소장파와 손 지사와의 컨텐츠가 비슷하고, 소장파 의원들이 대부분 수도권 지역이라는 점도 연대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 대변인의 ‘입’에서 시작된 계파간 상호비난은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 대권 잠룡들 사이의 대리전적 성격이 짙게 배어 있다는 게 중평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