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 전북지사는 1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갖고 “관료들이 경제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집권 초기 개혁의 청사진은 잘 만들었는데 집행과정에서 경제팀이 원칙대로 하기 보다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유 지사는 현 정부 출범 초기 “경제팀은 다 자민련 몫이 되어 나는 참여할 수 없었다”며 DJP 공조 때문에 구시대 경제관료가 주도하게 돼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유 지사는 “김대중 정권 경제팀엔 시장경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들이 배운 건 실물경제가 아니라 관치경제다. 원칙은 시장경제지만 자꾸 시장에 개입하고 개입도 비정상적으로 한다. 법 따로 실행 따로. 관치경제로 IMF가 왔는데 똑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진단하고, “관료들은 자기들 철밥그롯 지키는 데 도사다. 그러다 보니까 개혁정책이 퇴색했다”며 경제관료들을 신랄히 비판했다.
경제팀의 구체적인 잘못으로 유 지사는 대우그룹 문제에서 대우라는 대마 앞에 주저한 점, 엉뚱한 아이디어로 빅딜을 추진한 점, 재벌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출자총액제한 등을 풀어주려 하는 점 등을 하나하나 적시했다.
그리고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금융감독기관이 본연의 임무인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은 안하고 전부 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용호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가 터지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을 전부 다 국유화해 놓고 경영진은 전부 자기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곧 친한 사람들을 보내니까 건전성 감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관치금융의 병폐가 여전함을 비판했다.
아울러 유 지사는 “해가 갈수록 정부가 재벌의 로비에 먹혀 들어간다”며, “이런 식으로 개혁을 백지화하면 과거의 위기가 또 오지 말라는 법 없다”고 경고했다.
유 지사는 이러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마선언을 한 것이라며 “국민들은 경제대통령, CEO 대통령을 원하는데, 나는 유일한 경제전문가이고 7년간 전북의 CEO를 했다. 이 점을 잘 부각시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경선 제도를 도입한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며 경선 승리를 자신했다.
“대선후보 출마로 도정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유 지사는 “IMF 때 외국으로 막 돌아다니고 그랬는데도 별 문제가 없었지 않은가. 도정에 차질이라는 게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얘기할 수 있지 단순히 자리에 없다고 도정 공백을 얘기하는 건 억지다. 여기 있어도 전자결재로 다 하지 않는가”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9시 30분부터 프레스센터 전라북도 서울 사무소에서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언론인터뷰 일정이 참 많더라.
유종근 : 요즘 갑자기 나타나니까 여기저기 인터뷰하자는 요청이 많아서.
프레시안 : 서울에 일주일에 며칠 정도 있는가.
유종근 :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난주는 4일을 전주에 있었다. 보통 반반이다. 다른 사람들은 100% 선거에 집중하는데 간접적으로 묶여 있어 답답할 때도 있다.
프레시안 : 도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나. 지금 반반 와 있는 것도 언론에서는 많이 비판하던데.
유종근 : 언론에서 처음에는 좀 그러다가 요즘은 잠잠하다. IMF 때도 외국으로 막 돌아다니고 그랬는데도 별 문제가 없었지 않은가. 도정에 차질이라는 게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얘기할 수 있지 단순히 자리에 없다고 도정 공백을 얘기하는 건 억지다. 여기 있어도 전자결재로 다 하지 않는가.
***“98년 여름경부터 대통령될 뜻 가졌다”**
조지 부시도 미국 텍사스 주지사를 하면서 2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했는데 텍사스 주에서 한마디 불평이 없었다. 선거에 이기고 당선자가 되고 나서도 주지사를 계속하다 취임하기 전에 물러났다.
프레시안 : 언제 처음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나.
유종근 : 사실은 IMF 직후에 활동을 하면서 생각했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에서나 내가 말하는 것이 상당히 신뢰를 받고 한국 경제가 1-2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이 많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도난사건(99년 4월 이른바 ‘고관집 절도사건’)이 나서 다 잊어버렸다.
그러다 지난 8월에 판결(한나라당 안택수 당시 대변인이 “유 지사가 서울 사택에서 현금 3천5백만원과 미화 12만달러를 도난당하고도 은폐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서울지법은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 3천만원 배상의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편집자) 받아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나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경제 대통령을 원하기 때문에. 지금 훌륭한 분들이 많이 뛰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는 한명도 없다.
내년 초까지는 고민을 해보려고 했는데 대통령께서 총재직을 사퇴한 후 민주당의 정치 스케줄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서둘러 결정했다.
프레시안 : 현 정부 출범 직후 맨 처음 생각했다는 말인가.
유종근 : 직후라기보다 한 98년 여름쯤이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고. 어느 정도 경제가 가닥이 잡히고 난 다음에 우리 경제가 체질개선을 하려면 1-2년으로는 안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할 일이 많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프레시안 : 대통령이 무슨 언질을 주지는 않았나.
유종근 : 전혀 없었다. 대통령께 예의상 경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말씀드렸을 뿐이다.
프레시안 : 대통령이 뭐라고 하던가.
유종근 : 잘 해 보라고 하지.
프레시안 : 유 지사가 초기에 IMF 환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역할,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많이 했다. 그때 그린 그림이 제대로 된 것인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유종근 : 그림의 아웃 라인은 잘 잡아 놓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색칠했다. 나는 지금도 김대중 대통령 취임 초기에 만든 개혁의 청사진, 소위 DJ 노믹스는 잘 됐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원칙대로 하기보다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 문제가 발생했다.
***“관료들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 경제 망쳤다”**
가령 대우그룹 문제도 원칙은 더 이상 대마불사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지 않나. 근데 대우라는 대마 앞에서 주저했다. 시장경제 원칙을 존중하기 보다는 누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서 빅딜을 추진하고. 대우 그룹 문제를 그런 식으로 처리한 전과가 생기니까 현대 앞에서도 똑같은 일이 생겼다.
처음부터 대마를 죽이는 것이 경제적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다, 원칙대로 하기 어렵다고 생각됐으면 국민들한테 떳떳하게 얘기를 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던지. 겉으로는 원칙대로 한다면서 뒷구멍으로 금융기관들에 대출을 연장해 줘라, 채권을 사 줘라 압력을 넣고. 이렇게 해서 국제적으로 신용이 떨어지고 국민들도 정부 말을 믿지 않게 됐다.
재벌개혁도 출자총액제한을 통해 더 이상 문어발식 확장은 안 된다, 추가분은 언제까지 해소하라고 기한까지 정해놓고, 그러면 기한까지 해소해야 되는데 재벌들은 오히려 투자를 더 확장했다.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다가 재벌이 갑자기 이거 해소하려면 주식시세가 떨어지니까 경제 충격이 너무 크다, 규제를 완화해 달라니까 출자총액제한을 사실상 다 풀어주지 않았나. 이거 국민을 상대로 공갈을 치는 거다. 그동안 경제 관료들은 뭐하고 있었나. DJ 노믹스 원칙에는 없었던 일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누구 잘못인가.
유종근 : 난 경제팀 책임이 크다고 본다. 맨 처음부터 빅딜이 추진되지 않았나. 우리나라 경제팀엔 시장경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들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 부처에서 경험을 통해 배워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배운 건 실물경제가 아니라 관치경제다. 배운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하는 게 그것밖에 없다. 원칙은 시장경제지만 자꾸 시장에 개입하고 개입도 비정상적으로 한다. 법 따로 실행 따로. 김대중 정권 경제 관료 대부분이 이렇다. 관치경제로 IMF가 왔는데 똑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
프레시안 : 어떤 해법이 있는가.
유종근 : 시장경제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에게 경제를 맡겨야 한다.
프레시안 : 학계에서 영입된 사람들도 간간이 있었는데, 이들도 별다른 공헌을 못했다.
유종근 : 학계 출신 한두 사람을 놓고 관료출신이 완전히 포위했는데 무슨 일을 하겠는가. 자기네들끼리 패거리를 만들어 한두 사람 바보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회를 잘 알지 않나. 그래도 빅딜 추진할 때 끝까지 반대한 건 나하고 김태동 둘이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경제팀 전체를 주도해 나가야 된다.
***“DJP 공조로 경제팀 전부 자민련 몫 되어 실패한 것”**
프레시안 : IMF 초기에 경제 자문역할을 하다가 도정으로 완전히 복귀했다. 본인의 선택이었나.
유종근 : 그렇다.
프레시안 : 그때 오히려 경제 중책을 맡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유종근 : (말을 가로채며) 중책을 어떻게 맡아. 경제 쪽은 자민련에 다 줘버렸는데.
프레시안 : 결국 DJP공조 때문에 경제팀이 자민련 쪽으로 가고 구시대 경제 관료들이 주도하게 돼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말인가.
유종근 : 그렇다.
프레시안 : 학계 일부에선 처음에 세운 원칙이 지나치게 IMF 요구를 모범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좀 지나고 나온 이야기지만 IMF 스스로도 한국에 대한 코치가 잘못됐다고 인정하지 않았나.
유종근 : IMF가 인정한 부분은 초기에 긴축재정을 주장한 것과 금리를 높여서 금융 경색으로 많은 기업이 어렵게 된 두 가지 였다. 그 부분은 나도 IMF와 의견을 달리했다. 지난 98년 3월 청와대에서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하는데 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데 우리 관료들은 균형재정, 흑자재정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는 신념이 있어 적자재정이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더라.
며칠 후 홍콩에서 폴 크루그만을 만나 얘기를 하니 자신도 전적으로 내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대통령에게 전했지만 경제정책 조정회의에서 전부 반응을 안했다. 4월달 들어서니까 IMF가 실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근데 재경부가 말을 안 들었지. 그걸 9월까지 계속했다. 9월 들어 워낙 경기 사정이 나빠져 경기부양을 시작하니까 연말 들어 금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정책은 IMF가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다. 시장경제는 제로섬이 아니다. 이웃이 잘 살아야 자기네도 잘산다. 미국이 어렵고 일본이 어려우니까 우리가 고통받지 않나. IMF도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다.
프레시안 : 금리 정책에 있어 당시 유 지사는 고금리를 주장했는데.
유종근 : 초기에는 어쩔 수 없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지나친 차입 경영으로 금융기관까지 동반 부실화 됐고 빨리 부채를 축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취약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 근데 부채비율을 어떻게 낮췄는가, 자산을 재평가하는 등 분자(부채)는 그대로 두고 분모(자산)를 키워서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지 않았는가. 부채는 지금도 그대로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부채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고금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프레시안 : 그러나 고금리 때문에 재벌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많이 도산했다는 반론도 있다.
유종근 : 그런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중소기업도 무모한 차입경영을 한 기업이 망한 것이다. 또 초기에 고금리가 불가피했던 것이 달러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금리가 낮으면 환율이 올라가고 그나마 남아있던 달러가 외국으로 도망간다.
프레시안 : 금융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평가해 달라.
유종근 : 금융기관이 대출기관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부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개입은 여전하다. 금융기관 부실의 근본 원인은 원칙을 무시하고 편법 대출을 하고, 경영능력이나 경쟁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정치적 연고에 의해 은행장을 임명하는 관행이었다. 이런 부분은 아직도 멀었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개입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기관이 본연의 임무인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 건전성 감독은 안하고 전부 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용호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가 터지는 거다. 금융기관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금융감독기관이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
금융감독기관은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털어버리지 못하면 압박을 가해야 한다. 문 닫아 버리겠다거나 경영책임을 추궁하거나. 그러면 채권 금융기관이 기업에 압력을 가하게 된다.
프레시안 : 그게 이른바 상시퇴출제도 아닌가. 근데 말만 그렇게 하고 왜 항상 1차 살생부, 2차 살생부, 이렇게 되는가.
유종근 : 원칙을 정해놓고 원칙대로 못하니까 그런다. 이게 우리 사회의 어쩔 수 없는 구조다. 전부 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 않나. 금융기관을 전부 다 국유화해 놓고 경영진을 누구를 시키는가. 막강한 금감위에서 전부 자기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곧 친한 사람들을 보내니까 건전성 감독을 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프레시안 : 기업구조조정, 금융구조조정 모두 잘못 됐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경제구조라는 측면에서 볼 때 98년 2월 대통령이 취임하던 당시 한국경제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나.
유종근 : 나아졌다. 지금 일본,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모든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그나마 억지춘향이라도 구조조정을 했던 약발이 지금까지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에는 제대로 된 개혁프로그램을 가지고 개혁을 했지만 해가 갈수록 자꾸 변질된 것이다. 출자총액제한도 풀어버렸고 재벌이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을 사금융화해 망했었는데, 이제는 재벌소유 제2금융권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던 것마저 풀어주겠다고 한다. 고객들이 예탁한 돈으로 계열사 주식 사가지고 자기네 경영권을 방어하는 철옹성 쌓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개혁을 백지화하면 과거의 위기가 또 오지 말라는 법 없다. 해가 갈수록 정부가 재벌의 로비에 먹혀 들어간다. 그러니 정권은 유한하고 재벌은 무한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프레시안 :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런 모든 것들을 원칙대로 바로잡기 위함인가.
유종근 : 그렇다. 사실은 내가 인기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단단한 각오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데 난 해 봤으니까 자신감이 있다. 처음에 어렵더라도 원칙을 고수하면 두 번째부터는 쉽다.
내가 도지사가 된 직후부터 전라북도에서 상수원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일이 있었다. 정읍과 임실 지역을 지정해야 했다. 법에 의해 기초자치단체장이 협의를 해줘야 하는데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해 안 해 줬다. 결국 99년 1월부터 예산을 동결시키고 압력을 넣었다. 할 수 없이 동의를 해주고 나서 발표를 보류해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내가 압력을 너무 심하게 넣어 어쩔 수 없이 동의해줬다고 발표하라고 했지.
그리고 나서 그해 10월까지 주민들의 반대가 얼마나 심한지, 서로 양쪽에서 의지의 싸움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뜻을 관철시켰다. 대신 지역주민들이 요구하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법으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내가 찾아서 다 해줬다.
그후 다음 지역인 부안댐 주민들은 데모 한번 없이 합의를 해줬다. 원칙을 고수하니까 그다음은 이렇게 쉬웠다.
프레시안 : 지금 말한대로 라면 정읍, 임실에 상수원보호구역 설정하는 문제 하나 푸는 데 짧게 봐도 4년이 걸린 것이다. 이건 지금까지 말한 국가적인 경제문제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것 아닌가.
유종근 : (말을 가로채며) 아, 그거 지역주민들한테 물어봐라. 사활을 건 싸움이었다.
프레시안 : 대통령이 되서 경제전반을 다룬다면 그보다 훨씬 크고 엄청난 저항이 있는 일도 있을 텐데...
유종근 : 도지사가 가지고 있는 힘과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힘이 다르다. 난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경제대통령 원하고, 내가 유일한 경제전문가”**
지금 우리사회의 문제는 원칙이 통하지 않고 불법과 편법이 통하는 사회라는 점이다. IMF도 그래서 온 것 아닌가. 이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경제위기가 올수 있다. 멕시코나 아르헨티나가 훌륭한 경제학자가 없어서 IMF 구제금융을 두 번, 세 번 받는 줄 아느냐.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그 집행과정에서 원칙이 훼손되니까 그랬다.
프레시안 : 이제 정치 얘기를 좀 하자. 후보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나.
유종근 : 그러니까 출마선언했지. (일어나 책장에서 자신이 쓴 책 ‘유종근의 신국가론’을 꺼내 보여주며) 이 책을 보면 알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예비선거제를 주장해왔다. 지금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 부분적으로나마 도입돼 계보정치, 금권정치가 안 통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국민이 지금 무엇을 원하냐 말이지. 모든 국민들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또 국가경영을 잘할 수 있는 CEO 대통령을 원하고. 나는 7년 동안 전라북도의 CEO 역할을 했고 경제전문가다. 이런 것을 부각시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경선 제도를 도입한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아직까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는 낮다.
유종근 : 이제 시작했으니까. 난 고무적이라고 본다. 내가 12월 5일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틀 후에 문화일보 조사에서 1.7%로 꼴지였다. 근데 한 2년 정도 뛴 사람들도 나하고 거의 비슷했다. 김중권씨 2.0%, 김근태씨 2.3%, 한화갑씨는 3% 좀 넘고. 그후 12월 12일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니 김중권씨가 1.9%, 내가 2.4%다. 난 며칠 안됐는데 김중권씨를 따라 잡았다. 김근태씨나 한화갑씨도 거기서 거기더라구. 돈 많이 들여서 오랫동안 선거운동 해도 아무 효과가 없지 않는가. 난 충분히 따라 잡을 시간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TV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면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지금 당에서 경선시기를 언제 할 것이냐가 쟁점 중 하나인데, 언제가 좋다고 보느냐.
유종근 : 솔직히 나로서는 늦게 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당의 사정에 의해서 3월에 하겠다면 받아들여야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라는 것은 우리정치의 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고 국민참여를 30% 정도로 한다면 반대할 것이다. 국민 참여비율은 적어도 70%는 돼야 한다. 오늘(18일) 아침에 보니까 50%로 좀 개선됐다고 하던데... 다수 국민이 참여하는 것이 우리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정치 발전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도 예비경선을 안할 수가 없고 결국엔 공천권이 국민에게 넘어가게 된다.
프레시안 : 그것이 당에서 내린 결론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유종근 : 그건 정도의 문제다. 도저히 받아들 수 없는 제도라고 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지만 약간의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받아들인다, 안 받아들인다 할 수 없다. 큰 문제가 없으면 수용할 거다.
프레시안 : 만약 경선에서 진다면 그 이후 정치적 행보는.
유종근 : 승복해야지. 승복하고 당선된 사람 도와줘야지.
프레시안 : 도지사는...
유종근 : 이제 그만 둬야지. 3선 안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쪼개진다, 민주당이 쪼개진다, 3김연대가 된다, 개혁신당이 나온다 등 여러 가지 정개개편 얘기가 있다. 어떻게 보는가.
유종근 : 아직은 이런 부분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르다. 다수 국민이 현 정당구조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정개개편의 가능성은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국회의원이 아니고 도지사이므로 그런 움직임을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앞으로 전개되는 것 봐서 국민의 열망대로 전개된다면 좋은 일이고 아니라면 무시해야 되겠지.
***“4년 중임 개헌이 소신이지만 지금은 안된다”**
프레시안 : 4년 중임제 등 개헌론이 촉발됐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유종근 : 원칙적으로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 선거 모두 다 한꺼번에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지금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는 내년 대통령선거 이전에 개헌을 하자는 건데.
유종근 : 그건 무리다. 다음선거에서 대통령 후보가 어떤 형태의 개헌을 추진할 것인지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후보가 그 공약을 가지고 다시 한번 2004년 총선을 치뤄 선출된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 개헌한다는 것은 무리다.
개헌이 몇몇 정치지도자가 합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다수가 합의해야지. 또 개헌을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은 이로 인한 혜택을 배제하는 부칙이 들어가야 국민이 납득을 해준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개헌 방안을 내놓았다. 다음 대통령 임기가 2008년에 끝난다. 2008년이면 총선이 있는 해다. 따라서 그때 현직 대통령은 다시 출마하지 못하게 하고 대통령 임기를 총선까지 몇 달만 연기시켜 개헌을 추진하면 된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에서는 누가 후보가 될 거라고 보는가.
유종근 : 지금이야 모두 이회창 총재가 되는 걸로 예상하고 있지 않나.
프레시안 : 이 총재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유종근 : 나는 남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하지만 인신공격을 절대하지 않는다. 이 총재에 대해서는 내가 당의 공천을 받고 난 이후에는 할말이 많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문을 하나 하겠다. 상생의 정치는 내가 먼저 해야 한다. 남이 먼저 하면 따라 가겠다고 하면 절대 안된다.
프레시안 : 지금 현재 민주당에서는 누가 제일 호적수라고 생각하나.
유종근 : 아무래도 이인제씨, 노무현씨가 제일 호적수다.
프레시안 : 그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는가.
유종근 : 아, 훌륭한 사람들인데 뭐. 나는 절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현재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후보는 내가 제일 적임자라는 생각을 하는 거지.
그분들 다 정치적으로는 나보다 경륜도 있고.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이 못 가진 장점이 있지 않나. 특히 우리나라는 관료사회를 어떻게 장악하고 이끌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관료를 다뤄보지 않은 사람들이 개혁 정책을 하려다 보니까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관료들은 자기들 철밥그롯 지키는 데 도사다. 그러다 보니까 개혁정책이 퇴색했다. 관료들이 어떤 식으로 변질시키려고 하는가를 알아야 막는다.
프레시안 : 학자적 양심과 소신, 또 미국이나 김대중 정부 하에서의 몇 가지 행정적 실험을 통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반면 우리 정치가 워낙 험한데 그걸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좀 순진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유종근 : 95년에 내가 전북도지사 경선에 나갈 때 똑같은 얘기들을 했다. 그때는 정말로 어려운 경선과정을 거쳐서 이겼다. 현역 3선 후보, 사무총장인 최낙도씨랑 붙었는데, 그때 전북에 14명의 지구당위원장 중 13명이 똘똘 뭉쳐 최낙도씨를 밀었다. DJ는 중립을 지켰고 김홍일씨도 최씨를 밀고. 하지만 내가 이겼다. 1차 투표에서 몇 표 졌다가 2차투표에서 뒤집어 이기지 않았나.
그 후 7년 동안 도지사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도의원들이 하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국무위원들한테 하는 것과 똑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학자들이 말대로 하지 못 하는 측면도 한다. 그래서 선입견들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순진한 면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일반 정상배들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프레시안 :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유종근 : 그렇다.
프레시안 : 오늘 오랜 시간 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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