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5 KBL(한국농구연맹) 드래프트가 참가선수들이 도중에 퇴장하는 해프닝으로 얼룩졌다.
문제의 발단은 올 시즌부터 KBL이 시행한 해외동포 선수들의 드래프트 참가였다. 유희형 KBL 경기이사는 선수지명이 시작되기 전 "브라이언 김(김효범)선수가 편지를 보내와 소속팀인 미국 뱅가드 대학의 경기가 있어 2일 오전 개최된 트라이아웃에는 불참의사를 밝혔지만 이 자리에 나와있는 김 선수의 부모님이 김 선수가 프로농구팀에 지명되면 한국에서 뛰겠다는 약속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양대 김춘수 감독은 "드래프트장에도 참석하지 않은 해외교포를 뽑으면 나머지 한국선수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예상대로 1라운드 1순위에는 KTF가 NBDL에서 뛰고 있는 최대어 방성윤을 뽑았고 2순위, 3순위로는 모비스와 SK가 각각 해외동포인 브라이언 김(뱅가드大)과 한상웅(폴리고교)을 지명했다. 연달아 해외동포 선수들이 지명되자 대학감독들은 지명을 기다리고 있는 참가선수들의 퇴장을 지시했고 드래프트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대학농구계의 터줏대감인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검증안된 해외동포 선수들을 최우선적으로 뽑으면 지난 십여년간 어려운 환경에서 농구해온 국내선수들은 인정안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은 "해외동포 선수를 뽑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선수들을 우선 뽑고 나중에 이들을 뽑아 달라는 뜻이다. 적어도 해외동포 선수들이 프로농구 드래프트에 참여하려면 3~4개월 전 국내선수들과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춘수 감독은 "드래프트 3라운드에도 선수를 뽑아주지도 않고 2군제도도 없는 상황에서 많은 대학농구 선수들은 졸업하면 실업자가 된다"고 언급했다.
농구계 한 관계자는 "KBL이 해외동포 드래프트 참가와 관련해 대한농구협회나 대학농구연맹과 충분한 논의를 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우여곡절끝에 프로농구 10개구단 대표들과 대학농구 감독들이 협의를 거쳐 드래프트가 재개됐고 참가선수 35명중 23명이 구단으로부터 지명받았다.
드래프트 1,2번 지명선수가 모두 식장에 없는 가운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SBS가 2라운드에 선택한 김지훈. 고려대 출신의 가드 김지훈이 김동광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SBS에 입단함에 따라 한국농구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감독과 선수로 뛰게 됐다.
김동광 감독은 "SBS가 원래 센터와 가드를 뽑으려 했던 만큼 이번 드래프트에 만족한다. 드래프트 예상순위가 많이 뒤바껴 김지훈 선수를 지명할 수 있었다. 아들을 지명해 다소 부담스럽지만 열심히 훈련을 시키겠다. 참가선수들이 '언제 내 이름을 불러주나'하는 심정으로 지명을 기다릴 때는 아마 가시방석이었을 것이다"라며 감독이 아닌 부모의 심정을 밝혔다.
1라운드에서 마지막으로 지명권을 갖게 된 TG 전창진 감독은 9순위까지 다른 팀들이 중앙대 민완가드 윤병학을 지명 안한 게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윤병학을 선택했다.
한편 방성윤을 선택한 KTF의 추일승 감독은 "NBDL리그가 끝나는 4월 구단과 방성윤 선수가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 방성윤의 NBA 진출을 가로막을 생각이 없지만 국내에서 방성윤이 뛰게 된다면 신선한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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